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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바이러스19 가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오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 건너편에 '런던 아이(London Eye)'를 비롯해 평상시에도 많은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지만,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관람객은 크게 줄었다.
 코로나바이러스19 가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오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 건너편에 "런던 아이(London Eye)"를 비롯해 평상시에도 많은 시민과 관광객으로 붐비는 곳이지만, 코로나19의 여파 등으로 관람객은 크게 줄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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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있다. 혹시 코로나바이러스19에 감염됐냐고? 정확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지금껏 알려진 코로나19 증상은 아직 없다. 그렇다. '아직'이다. 

이곳 영국 런던에 온 지 만 6개월. 낯선 땅과 공기, 낯선 사람들, 그리고 낯선 문화. 모든 것이 생경했고, 새로웠다. 나의 5G 최신 휴대폰은 여기에선 3G와 4G를 왔다갔다하는 데 급급했고(이마저 지하철에선 먹통인 곳이 아직도 수두룩하다), 한국보다 10배가량 높은 주민세에 기겁했고(런던 각 지역마다 주민세 역시 크게 다르다), 악명 높다는 런던 날씨도 제법 적응 중이다. 

지난 2일 오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석간 신문을 받아 들었다. 최근 들어 바이러스 소식이 연일 1면을 장식 중이다. 단 몇 주 전만 하더라도 영국에서 코로나19는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영국의 확진자 수는 크게 많지도 않았고, 사망자도 없었다(영국의 첫 사망자는 지난 6일 발생했다).

반대로 한국 상황이 좀 더 심각했다. 하지만 영국 언론은 한국보다 이탈리아에 더 관심이 컸다. 이탈리아 북부를 중심으로 한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2월 하프텀 방학(Half-term holiday, 영국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초중등학교가 1~2주 정도 휴교한다) 동안 영국을 비롯해 많은 유럽 사람들이 여행 등으로 국가간 이동이 많은 때이기도 하다. 

"봐봐, 그건 그냥 독감 정도일 뿐이라고"

이때 전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유럽 전역 확산을 우려했다. 실제 2월 말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는 유럽 전역에서 나타났다. 지난 7일 이탈리아 북부 도시 전체가 봉쇄됐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시 한 영국친구에게 "영국은 어떨까? 안전할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글쎄, 아마도 (우리는) 유럽 다른 나라와는 다를 거야, 우린 섬(나라)이잖아"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내가 "제발 그랬으면…"이라고 하자, 그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봐봐, 그건 그냥 독감 정도일 뿐이라고(Look, it's just a Flu)"라며 웃었다.

나는 그의 웃음에 쓴웃음으로 답했다. 연일 한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그와 헤어진 후, 신문 한 구석 박스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영국 런던 남부의 윔블던. 지난 2일  이 곳의 한 중등학교 교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학교는 10일까지 잠정 휴교에 들어간 후 다시 문을 열었다.
 영국 런던 남부의 윔블던. 지난 2일 이 곳의 한 중등학교 교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고, 학교는 10일까지 잠정 휴교에 들어간 후 다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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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남부 윔블던의 중등학교가 2주일여 동안 임시적으로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었다. 이 학교 교사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신문은 '해당 교사가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별다른 증상이 없어 학교에 나왔고 이후 고열 등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나타나 검사 후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사는 학교 쪽의 설명대로, 해당 교사가 학교에 나왔던 2월 25일 학생들과 접촉은 없었으며, 코로나19 의심 증세가 나타나 자가격리 중이라고 썼다. 또 학교 관계자의 "학생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해명도 덧붙였다. 물론 해당 지역인 머턴 카운슬 보건담당자의 "학교에 대한 방역과 지역사회의 감염 방지에 노력하겠다"는 뻔한 언급도 덧붙여놨다.

이틀 사이에 집 근처와 학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그 교사가 학교를 오가면서 어떤 교통편을 이용했는지, 점심시간에 어떤 상점 혹은 식당에 들렀는지 등 동선에 관련한 정보는 없었다. 나는 궁금했다.

그 학교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불과했다. 그가 학교에 출근했다는 날짜를 되짚었다. '내가 매일 다니던 슈퍼마켓에는 왔을까?' '혹시 57번, 131번 버스(자주 이용하는 버스 노선)라도 탔을까?' '커피 마시러 모퉁이 카페에 다녀가진 않았을까?' 등등.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해당 학교에 물어보기 위해 전화를 돌려봤지만 연결되진 않았다. 머턴 카운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안내란에 간단한 학교 휴교공지문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정부 관련 사이트(지금은 좀 더 내용이 풍부해졌다)를 소개해주면서 그것을 참조하라고 했다. 해당 교사의 동선 등 다른 정보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이틀 후인 3월 4일, 내가 속해 있는 런던대 골드스미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학교 쪽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주변의 홀오브레지던스(Hall of residence, 우리로 따지면 대학 기숙사)를 방문한 사람이 최근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해당 기숙사를 2주간 잠정 폐쇄하고, 기숙 학생들도 자체 격리에 들어간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학 자체는 휴교하지 않고, 평상시와 같이 수업은 진행되고 각종 시설물도 이용 가능하다고 알렸다. 
 
 영국 런던대의  골드스미스. 지난 4일 학교 기숙사 방문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학교쪽은 기숙사 학생에 대한 자가 격리와 건물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마 학교 본관 등 건물과 시설에 대한 이용은 평상시와 같았다.
 영국 런던대의 골드스미스. 지난 4일 학교 기숙사 방문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학교쪽은 기숙사 학생에 대한 자가 격리와 건물 방역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마 학교 본관 등 건물과 시설에 대한 이용은 평상시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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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 기숙사는 학교 본관과 중앙도서관 등 주요시설과 불과 걸어서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위치에 있다. 사실상 대학 캠퍼스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것이나 다름 없었다. 골드스미스 쪽은 해당 방문자가 기숙사에 얼마나 머물렀으며, 누구와 얼마 동안 접촉했으며, 어떻게 학교에 오게 됐는지 등 어떠한 정보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정부의 코로나19 지침에 따라 처리하고 있으며, 학교를 휴교하지 않은 것도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4일을 중심으로, 다시 내 동선을 되돌려봐야 했다. 다행히도 양성반응자가 기숙사를 방문했다는 날짜와 그 이후에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지난 15일 다시 학교를 찾았다. 학교는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그 기숙사 앞의 많은 카페와 상점들도 그대로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예전보다 분명 한산해 보였다.   

한국이었으면 어땠을까. 해당 학교뿐 아니라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확진자에 대한 동선 등 역학조사 결과를 신속하고 자세하게(?) 공개했을 것이다. 물론 이같은 정보공개를 두고, 이곳에선 '개인 프라이버시의 과도한 노출'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프라이버시 문제를 대놓고 제기하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오히려 한국의 방역체계를 새로운 모델로 평가하느라 바쁘다.

영국 총리의 폭탄선언... 그리고 '우리는 바이러스와 산다'
 

16일 현재(현지 시각) 영국 확진자수는 1543명이다. 어제 하루만해도 152명의 새로운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은 신규 확진자가 두 자릿수 대로 떨어졌다. 영국의 코로나19 진단 검사수 자체가 한국보다 크게 낮은 것을 감안하면, 영국 내 확산세가 얼마나 가파른지 가늠해볼 수 있다. 영국의 사망자수도 55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3월 들어 확진자·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코로나 대응은 분명 한국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적극적인 검사와 추적, 대응, 그리고 치료로 이어지는 방식은 영국에서는 어려울 듯하다. 이는 영국이 그동안 자랑스럽게 내세웠던(?) 현 의료시스템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지난 13일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의 회견은 그것을 재확인시켜줬다. 그는 국민들에게 바이러스의 전개 예상과 현재의 엔에이치에스(NHS, 영국의 국가의료보험시스템) 상황을 설명하면서, '더 이상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으며(contain), 확산을 늦추는(delay)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백기투항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면서 '현재 1만여 명에 달하는 확진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가족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것(Many more families are going to lose loved one)"이라고 말할 때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지난 3월 13일 영국 런던의 주요 관광지인 '런던 아이(London Eye)' 평상시에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은 최근 들어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도 일부 단체 학생들의 관람객만 눈에 띄었다.
  지난 3월 13일 영국 런던의 주요 관광지인 "런던 아이(London Eye)" 평상시에도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은 최근 들어 방문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도 일부 단체 학생들의 관람객만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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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영국 내에선 "예견된 재앙"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하나지(William Hanage)는 16일 자 칼럼에서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바로 국민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라며 "정부가 더이상 우리를 도와줄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할 때"라고 적었다. 

영국 정부는 각종 스포츠 이벤트를 비롯한 대규모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했고, 프리미어리그 등 주요 경기 일정이 4월 이후로 연기됐다. 또 존슨 총리는 16일 오후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모임이나 여행 등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영국 내 방역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영국의 대응은 늦고 뒤처지고 있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국 국민들도 이제 스스로 지키기에 나선 것 같다. 집 근처 대형 슈퍼마켓의 각종 필수품은 진열되자마자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선 마스크 구하기가 그렇게 어렵듯이, 이곳에선 토일럿 페이퍼(toilet paper, 화장실용 휴지)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다. 손소독제, 마스크 등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당 구매 갯수를 제한해도 소용없다.

이곳 사람들은 이렇게 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있다.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사재기로 텅빈 런던 슈퍼마켓 진열대
▲ 사재기로 텅빈 런던 슈퍼마켓 진열대 코로나바이러스19가 유럽 전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영국 런던의 한 대형 슈퍼마켓. 화장지 등 생필품 사재기가 계속되면서 1인당 구매제한을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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