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도청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드라이브 스루' 표기.
 경남도청 보도자료에 나와 있는 "드라이브 스루" 표기.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코로나19' 사태에 외래어와 어려운 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지자체나 언론은 오히려 더 반대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요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대표적으로 '코호트 격리', '드라이브 스루', '진단 키트', '의사 환자', 그리고 '비말' 등이다.

기자는 3일 점심시간 코로나19 확산 속에 손님이 확 줄어 울상이라고 하는 창원 상남시장을 찾았다. 일행과 식당에 자리를 잡고 밥을 먹는 도중, 옆 자리에 앉은 어르신 몇 분이 텔레비전에 나오는 코로나19 뉴스를 보며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한 어르신이 "텔레비전에서 드라이브 스루라 해샀는데 저게 무슨 말이고"라고 하자, 옆에서 안경을 쓴 어르신이 "햄버거 살 때 차 안에서 사듯이 차에 타서 검사하는 거 아니가"라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니 코로나19 사태에 어려운 말과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에서 하루 몇 차례 내놓는 '코로나19' 관련 보도자료에도 외래어 투성이다.

경남도는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 운영"이라 했고, 간호사와 의사‧직원 6명의 확진자가 나온 창원 한마음병원에 대해 "코호트 격리"라고 표현했다. 김해시는 보도자료에서 "지난 1일부터 운영한 드라이브스루 방식 선별진료소가 높은 안전성과 편리성으로 시민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했다.
   
경남 김해시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운영하고 있는 '승차 진료'인데 천막에 '드라이브 스루'라고 표기를 해놓았다.
 경남 김해시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운영하고 있는 "승차 진료"인데 천막에 "드라이브 스루"라고 표기를 해놓았다.
ⓒ 김해시청

관련사진보기

 
검색해 보니, 마침 2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코로나19' 관련한 단어를 우리말이거나 쉬운 말로 바꾸어야 한다는 권고해 놓았다.

국립국어원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용어를 다음과 같이 바꾸기를 권고했다.

△ 코호트 격리 → 동일 집단 격리
△ 드라이브 스루 → 승차 진료(검진)
△ 진단 키트 → 진단 도구(꾸러미, 모음)
△ 비말 → 침 방울
△ 의사 환자 → 의심 환자


국립국어원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우리말 대체어가 있다면 사용할 수 있다"며 "어려운 용어 대신 알기 쉬운 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책 <요즘 우리말께서는 안녕하신가요>를 펴낸 이우기 경상대 홍보실장은 "드라이브 스루는 코로나19 사태에서는 '승차 진료' 내지 '승차 검진'이라 하면 되고, 음식이나 물건을 살 때는 '승차 주문'이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코호트 격리도 그렇고 어려운 말을 행정과 언론이 그대로 쓰고 있다. 일반 국민이면 누구나 알기 쉬운 말로 해주어야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며 "행정기관은 특히 국민들과 소통을 위해서도 쉬운 우리말을 쓰야 하고, 언론은 행정이 그렇게 하지 못하면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태그:#코로나1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