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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은 모두 의대 진학을 꿈꾸며, 한창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고 있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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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기말고사도 끝나고, 바야흐로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 시즌'이 다가왔다. 수행평가를 비롯해 모든 성적처리도 대강 마무리되었으니 생기부를 작성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생기부를 쓰느라 해마다 이맘때쯤 시작해서 겨울방학 내내 자판 앞에서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게 교사의 숙명이다.

수업 시간 매번 딴청 피우던 아이들조차도 생기부에 뭔가 하나라도 써넣고 싶어서 안달하는 때이기도 하다. 자신이 써온 내용을 그대로 입력해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얌체 아이들도 있고, 자기 생기부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경우도 많다. 생기부를 나 몰라라 한다면, 필시 '정시파' 아니면 무기력에 빠진 아이들이다.

'남자는 정시'라며 거드름을 피우는 아이들도 괜히 짝꿍의 생기부를 힐끗 쳐다보면서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정시에선 아예 생기부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냥 빈칸으로 휑하니 비어있으니 찜찜한 모양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아이들 중에는 친구들끼리 기재된 분량을 비교하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교사에겐 정정대장을 쓰느라 분주한 시기다. 담임교사라면 기재된 내용 중에 생기부 기재요령에 어긋난 것들을 찾아 정해진 결재 절차에 따라 고쳐야 한다. 물론, 고3 때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지만, 그러자면 고3 담임교사의 생기부 관련 업무가 과중하게 되어 미리 일손을 덜어준다는 차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담임교사 한 사람이 30명 가까운 반 아이들의 생기부 항목 전체를 살펴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인적사항부터 출결사항, 수상경력, 진로희망, 창의적체험활동, 교과학습발달상황에서 행동특성과 종합의견에 이르기까지 들여다봐야 할 게 한둘 아니다. 네다섯 명만 넘어가도 이 생기부가 누구의 것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그래서 대개는 아이들에게 생기부 출력물을 배포해 자신의 것을 꼼꼼하게 확인하도록 유도한다. 어떠한 항목에도 기재해서는 안 되는 금지 사항이 혹시 적혀 있는지를 찾으려는 의도지만, 보통 오타를 찾다가 끝나기 일쑤다. 

황당한 기재 불가 항목... 에둘러 쓰면 괜찮나?

 
 생기부 기재 금지 항목. 고육지책인 걸 알지만 엉뚱한 게 많다.
 생기부 기재 금지 항목. 고육지책인 걸 알지만 엉뚱한 게 많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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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생기부 기재 금지 항목엔 황당한 구석이 적지 않다. 이른바 '부모 찬스'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사교육이 반영되는 걸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걸 모르진 않지만, 아이들조차 키득거릴 만큼 엉뚱한 게 숱하다. 학교에서는 기재요령 탓에 생기부 전체가 희화화되었다며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수상경력 이외에는 '대회'라는 단어를 쓸 수 없도록 한 것부터가 우스꽝스럽다. '대회'라고 하면 경시대회와 사교육부터 떠올리게 되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인데, 그러다 보니 전국의 학교마다 체육대회라는 명칭도 '건강 한마당'이나 '체육 캠프' 등으로 급히 학사력을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교육부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대회'는 무조건 시상 계획이 있는 행사다.

하긴 학종에서 수상경력이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다 보니 온갖 이름을 내건 경시대회가 우후죽순 생기기도 했다. 학교마다 다다익선 경시대회를 개최하느라 수업 자체가 파행을 빚기도 했다.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을 제외하면 웬만한 단행본 책 한 권 분량의 생기부의 대부분이 수상경력으로 채워지곤 했다. 최상위권 아이들의 생기부라면 으레 그랬다.

이젠 학년 초 연간계획에 수립되어 있지 않은 시상이라면 아예 기재할 수 없다. 시상 계획이 잡혀있는 것이라면 수상 등위와 참가자 수 등을 필수적으로 입력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학교가 시상의 '질'을 관리하라는 뜻이다. 거칠게 말해서, 아이들에게 상을 남발하지 말고, 줄 거라면 생기부에 기재하지 말든가 소수에게만 시상하라는 거다.

대학 입시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고등학교에서 경시대회는 이제 거의 사라지고 없다. 학교가 없앤 게 아니라, 열어봐야 참가 신청을 하는 아이들이 없어서다. 생기부에 기재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상이 아니다. 별도의 시상식도 없을뿐더러 수상자의 이름과 내용을 수상대장에 올렸다는 통보가 종이로 된 상장을 대신하는 학교가 이미 적지 않다.

장학증서조차 폐지함에 나뒹구는 마당에 종이 상장이 대수인가 싶긴 하다. 생기부의 수상경력처럼 장학금이 계좌로 입금되었다는 휴대전화 안내 문자가 중요할 뿐이다. 아무튼 최근 교육부가 대학입시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학입시 전형자료에서 수상경력을 제외시키겠다고 한 만큼 이런 해프닝도 곧 끝난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특히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을 기재할 때는 신경이 곤두서기까지 한다. 수많은 생기부 기재 항목 중 전형자료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결코 소홀할 수가 없다. 교육부의 발표대로 향후 수상경력과 창의적체험활동 등 비교과 영역이 제외된다면,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은 내신 성적과 함께 사실상 당락을 결정하는 지표로 활용될 수밖에 없다.

각종 어학시험과 인증시험은 성적은 물론, 응시했다는 내용조차도 안 되고, 논문 등재나 도서 출간, 발명 특허 관련 내용도 기재 불가 항목이다. '해외'라는 두 글자는 아예 삭제해야 하고, 친인척을 포함한 부모의 사회, 경제적 지위를 암시하는 내용도 남겨선 안 된다. 장학금 수혜 사실도, 학교 밖 활동의 경우에도 특정 대학명, 기관명, 상호명, 강사명 등을 밝히면 안 된다.

그런가 하면, 방과 후 학교와 온라인 수업, 영재교육을 받은 경우 학교 내에서 개설되지 않은 교과에 한해 기재가 가능하다는 항목도 있다. 이 역시 사교육이 개입될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기재 불허 내용과 범위가 애매모호해서 이현령비현령이 될 개연성이 커 학교마다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실상 생기부 기재요령이 공문을 통해 하달되고 수시로 현장 점검에 나서는 까닭은 교육부조차 학교와 교사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영향력과 사교육의 개입을 차단한다는 취지가 공유된 만큼 교사의 양심과 판단에 맡기면 되는데도, 기재 금지 단어까지 일일이 지정하는 건 유치원생 일기장 검사하는 것 같아 적이 민망하다.

그렇다고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도 아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고, 열 명의 경찰이 한 명의 도둑을 못 잡는 법이다. 지금도 학교마다 생기부 내용을 돋보이게 할 온갖 편법이 개발되고 있다. 아무튼 다음의 두 기록을 비교해보자. 똑같은 내용인데, 생기부 기재요령에 따르면, 앞의 것은 안 되고, 뒤의 것은 문제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수업시간 배운 내용을 심화하기 위해 전남대학교 도서관을 찾아가 임철우 작가의 봄날 등의 관련 도서를 대출해 읽었다. 또,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학교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는데,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서 광주 정신을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수업시간 배운 내용을 심화하기 위해 지역 소재 국립대 도서관을 찾아가 5.18을 소재로 한 소설 등 관련 도서를 대출해 읽었다. 또,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교육이라는 주제로 고위 관료를 지낸 교육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는데, 민주시민교육의 일환으로서 5.18 정신을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위의 서술에는 기재 금지 단어로 도배되어 있다. 전남대학교, 임철우,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광주 등을 써선 안 된다. 대신 지역 국립대, 유명 소설가, 교육 전문가, 5.18 등으로 고쳐 쓰면 문제 될 게 없다. 직접 거론하면 지역적, 계급적 편견이 조장되어 불공정하고, 에둘러 언급해야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생각은 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지역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다 보니, 특히 지리 교과의 세부능력특기사항은 그야말로 앞뒤 맥락이 거세된 비문 투성이라는 지적이 얼마 전 쏟아지기도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과제형 수행평가 금지... 현장 답사도 안 되나?
 
가을답사 주제로 정한 5.18 5.18이 동아리 답사지로 결정된 건 동아리가 생긴 이래 처음이었다. 그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의 영향이 컸다.
 학교 동아리에서 진행한 답사
ⓒ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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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하지 말라는 금지 타령은 이것만으로 끝날 것 같진 않다. 지난 17일, 교육부는 내년 1학기부터는 과제형 수행평가를 금지한다는 지침을 또 내렸다. 사교육이나 부모의 도움을 받는 등 이른바 '엄마 과제'로 불리던 폐단을 막겠다는 취지다. 나아가 모든 학생들의 교과세부능력특기사항을 필수적으로 입력하도록 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개인적으론 적잖이 난감하다. 한국사를 가르치다 보니 학기 당 1회 이상 지역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수행평가이기 때문이다. 역사를 제대로 공부하는 데 있어서 현장을 찾아 답사하는 것이 교실 수업보다 몇 배는 더 교육적이라고 확신하며 20년 넘게 별 탈 없이 시행해왔는데, 내년부턴 법적으로 못 하게 된 셈이다.

아무리 '부모 찬스'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 해도, 과정 중심 평가인 수행평가를 교실이라는 공간과 수업시간 내로 제한하면 교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교과의 특성을 배제하고 일괄 적용하는 것 역시 교육적으로 온당치 않다.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교사의 평가 내용마저 제약하려는 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 될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생기부를 설문조사 방식이나 선다형으로 기재하도록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대학의 입장에선 기재된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의 재능과 특기, 성향과 역량 등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굳이 알맹이도 없는 밋밋한 서술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 뭘 해볼까 고민하는 교사보다 뭘 하지 말아야 하나를 겁내는 교사들이 많다면, 그곳은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교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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