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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사) 징검다리교육 공동체 운영위원입니다.[편집자말]
 
 지난 15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험은 대입 수능을 한달여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학력평가다.
 지난 15일 오전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고교 3학년 수험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험은 대입 수능을 한달여 앞두고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학력평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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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변별의 비효율성에 대하여 

입시문제는 결국 변별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라지만, 입시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교육을 살리는 것은 변별을 하지말자는 선언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 변별이라는 것이 오직 10%의 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하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지원자의 숫자가 줄어들고 대학은 남아도는 상황에서 중하위권의 변별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 변별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려야 한다. 이것은 변별이 필요없는 학생들에게는 절대 공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억울하기 까지 하다. 이 경쟁 교육을 통해 종아리가 굵어진 것도 아니요. 뱃심이 좋아진것도 아니고,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해진 것도 아니다. 오직 누구를 어느 상위권 대학에 보낼 것이냐를 가지고 경쟁시킨 것이고 거기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들러리선 것에 불과하다. 소위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어떤 실익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적 관점에서 이 교육은 완벽한 실패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는 하지만, 내용적으로 기술하나 제대로 배운 것이 없고,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다. 이 경쟁 시스템에 투자된 학교 밖 사교육비는 정부 공식통계로 년간 20조원이나 된다. 돈뿐이 아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사회학과 거슈니 교수는 "한국 청소년이 공부에 들이는 시간은 놀라운 수준을 넘어 기괴하다(grotesque)고 느껴질 정도"라고 말한다. 영국 청소년이 공부에 들이는 시간이 6.9시간인 반면 한국학생은 11.8시간이란다. 거의 두배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실로 시간도 돈도 엄청나게 투자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손에 쥔 것이 없다.  

이 과정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절반의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2019년 전교조 설문조사). 이렇게 경쟁과 변별에 지불해야 할 댓가가 너무 커서 교육이 산으로 가고 있다면, 그 변별은 그만 멈추어야 한다. 지금이 그때다.

2. 공정이 내포하고 있는 불공정에 대하여 

정시는 공정하다고 말한다. 상대적으로 공정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선뜻 그 공정을 받아들이기는 쉽지않다. 수능의 문제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오직 1%의 학생만 풀 수 있는 문제를 전체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르게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변별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수능이 공정하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아이들이 점수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SKY대학의 신입생 분포만 봐도 분명하다. 모두에게 공정한 시험은 일단 쉬워야 한다. 미국의 SAT시험이 그렇고 운전면허 시험이 그렇다. 점수제 경쟁이 심화될수록 점수를 산출하기 쉬운 수학과목의 비중이 커지게 마련이다. 빌딩 곳곳에 붙어있는 수학학원 간판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수학문제 풀이 능력이 살아가는데는 거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평생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가지고  경쟁의 틀안에 가둬놓고 학생들을 공부시키고 변별한다는 것은 일종의 교육사기다. 어떻게 사람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데 특정과목에 특별한 가중치를 두어 판단한다는 말인가? 사람마다 각자의 능력과 소질이 다 다를진데 어찌 이런 시험을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3. 학내평가를 대학 선발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

학내평가를 학교 밖으로 가져와 대학선발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 학내 구성원이 다르고 가르침과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내신을 학교밖으로 가지고 나오는 순간 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았고 학교 교육을 암기교육으로 전락시켰다. 학종을 가지고 나오는 순간 가짜 문서가 판을쳤다. 어디서 무얼 만들어오든 승인해주는 교사들은 결국 그걸 교육이라고 가르치게 된 셈이다.

결국 극심한 공정성시비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교육을 강화하고자 한것이 오히려 교육자체를 망쳐버린 것이다. 내신과 학종을 학교내 변별의 수단으로만 삼았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걸 대입전형이라는 더 크고 중요한 것의 변별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학교내 평가를 대입과 연결시킬수록 학교는 중심을 잃고 대입전형에 휘둘릴 수 밖에 없다. 고교는 선발을 위한 줄세우기를 원칙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을 이 무모한 학벌경쟁으로부터 지켜줘야 하는 것이 교육자의 의무이다. 그래야 학생이 살고 교사가 산다. 거기서부터 교육자의 권위를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

고육지책인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전교조의 내신비율 확대 주장이 우려스러운 이유이다. 내신이 강화되면 교육주체들간의 긴장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럼 학생들간의 폭력이 잦아지고, 학부모는 학교성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교사에게는 대단한 스트레스가 된다. 전체 교사의 40% (고3 교사의 60%)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2017년 전교조 설문조사) 결과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4. 변별 논리의 모순

능력을 평가하고 변별하려고 하기 보다 학생들의 능력자체를 키우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능력 자체를 죽이거나 키우지 못하게 막는 선발이라면 차라리 선발과 변별 자체를 멈춰세울수도 있어야한다. 학생들의 지적능력을 국영수로 대표되는 특정교과능력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느정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 보통교육의 결과물로 미래의 전문적인 능력을 가늠해 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극단적으로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잘푸는 능력이 대학수학을 잘하는 것과 상관관계가 없다면 어쩔 것인가? 의학적 전문능력을 어찌 수학문제풀이 능력의 결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런 질문에 답을 할수있어야 학생의 능력을 교과점수로 변별하여 대학의 전공자를 선발하는 것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마련된다.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시험에 의한 선발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이 모순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보통교육과 대학의 전문교육을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다. 보통교육을 제대로 마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대학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2년정도 전공을 공부하게한 다음에 전공시험을 봐서 미래를 결정하는 선지원 후시험 방식이 훨씬 논리적이다.   

5. 변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새로운 입시를 디자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특별히 변별을 목적으로 하지않는 새로운 국가시험이 필요하다. 절대평가로 치러지는 이 시험의 목적은 운전면허 시험처럼 학생들의 앎에 있어야 한다.   고등학교를 나온 지식인으로서 사회에 나올 준비를 시켜주는 시험이다. 그래서 시대의 상식을 평가해야만 한다. 동서화합의 문제, 노동시간과 노동법, 동남아시아 노동자 인권의 문제, 환경과 기후변화등 상식에 대한 것을 평가내용으로 해야 사회에 대한 대비가 된다. 그래야 이 사회가 상식에 기초해서 움직인다.

집값은 천정부지이고, 4대강은 보로 막혀 썩은물이 넘쳐난다. 이런 사회적 의제를 학교에서 다루지 않으면 교육이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고 미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낼 수 없다. 그리고 그 평가의 결과를 점수가 아닌 5등급 (아주잘함, 잘함, 보통 못함, 아주못함)으로 평가한다. 이때 문제의 난이도와 평가내용의 적절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문제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위 시험의 등급별 평가에 기초한 선발의 문제가 남는다. 옵션이 많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등급별 평가에 기초한 '추첨제'가 아직도 능력주의에 젖어있는 한국사회에서 과도기적으로 택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있는 선발방식이라고 생각한다. 1등급의 학생을 예로들어보자.

그들은 고교내신과 학종에 근거하여 고교졸업시험을 통과하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가 훌륭하여 아주 잘하는 학생으로 분류된 그룹이다. 그들을 변별하지 않고 동일한 자격을 주어 자신의 적성에 맞게 지원하게 하고, 정원이 넘어서는 경우에만 추첨을 하는 방식이다(SKY대학은 한군데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등 지원방식은 다양할 수 있겠다). 1등급의 지원이 끝나면 2등급도 지원할 수 있으나 1등급에서 배정받지 못한 학생은 2등급과 같이 지원하게 된다. 이렇게 정원을 채워나가는 방식이다. 

여기서 세가지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최고의 이과적 재능을 가진 1% 영재의 선발에 대한 것이다. 이는 학교선생님들에게 2배수 추천을 받고(수학과학교사들의 평가권) 1/3학기에 공정한 국가시험을 치르게 해서 일차로 걸러내고 2/3학기에 연수를 통해 선발하는 특별전형으로 선발한다.

단, 이 학생들의 의과대학지원은 배제한다. 다른 하나는 추첨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컴공과에 갈 수 있었는데 중앙대 컴공과에 갔다고 투덜거릴 수 있다. 그 학생들을 위해 3학년때 편입기회를 줘야 한다. 그럼 각자의 전공분야에서 실력으로 맞붙을수 있다. 경쟁이 대학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학력이 제대로 올라간다. 학교의 사정에 따라 편입생을 정원의 20%-30%로 적절히 조정하면 되리라 생각한다. 즉, 하위권에 있는 학생들이 편입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단 이렇게 되려면 공유학점제와 국공립대학 네트워크가  필수요건중 하나가 될 것이다. 

내신을 대입전형에 집어넣지 않으면 학생들이 공부를 안한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간혹 계시다. 그러나 그건 기우라고 생각한다. 우리처럼 내신이 대입전형에 들어가지 않지만 혹은 대입경쟁이 강하지 않지만 애들이 공부잘하는 외국의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기본적으로 학생의 열정은 교사가 책임지고 끌어내야 한다. 즉, 학습의 외적동기보다는 내적동기에 의해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걱정이라면 이번 기회에 고교 졸업자격시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교과공부를 유도 하면 된다. 물론 학종도 졸업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면 더욱 좋겠다. 그렇게 되면 인성이 훌륭한 학생들이 각 학교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올 수 있을 것이고,  명문학교라는 이름이 다른 방식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고교 졸업자격시험을 통과못한 학생은 검정고시를 보게 하고 이를 대학의 한과정으로 넣으면 미리 대학을 경험할 수 있고 사교육의 많은 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글을 마치며...

모두에게 필요한 공정이란 무엇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쓸모있는 공부를 시키는 것이다. 입시제도의 단기적 개혁도 필요하지만 교육당국이 정작 고민해야 할 지점은 교육과정의 획기적 변화이며, 경쟁의 과정에서 탈락한 수많은 학생들을 위로하는 것이 공정한 개혁의 출발이어야 한다.

그것은 자동차정비, 미용기술, 와인제조, 상하수도 기술자, 온냉방기술자, 건설기술자, 부동산학과 등등의 분야에 종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고의 시설과 관리로 지원하는 것이다. 공정한 교육이라면 사교육이 결코 번창할수 없고, 변별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교사는 행정업무가 줄어 수업과 학생상담에 집중할 수 있으며,  경쟁이 심하지 않으므로 학생들은 공부 때문에 자살하지 않아도 되고,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윗세대와 얘기할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가늠도 어느정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정이 이 정도는 담보할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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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수학선생이었습니다. 수학으로 먹고 산 사람이 이제 수학교육 적당히 하자고 주장하고 다닙니다. 대다수에게 무익하기 때문이고 모두에게 가르쳐야할 유익한 다른 것이 더 많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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