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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9월 29일),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3년 전 봄에 결혼한 지인의 딸이 아기를 가졌다는 소식이었다. 기쁨이 얼마나 컸으면 동트는가 싶게 소식을 전해왔을까.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었다. 오랜만에 듣게 된 임신 소식에 내 맘도 한동안 술렁, 들떴더랬다.

아마 엄마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아이 생일이 있는 달은 아이 생일이 끼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다르게 여겨진다. 막연히 설렌다. 바쁜 와중에도 아이를 가졌을 때나 아이들이 자랄 때가 떠오르곤 한다. 10월은 둘째가 태어난 달이다. 지인의 소식 때문이다. 지난 며칠, 두 아이를 낳고 키우던 때가 더욱 자주 생각나고 있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성인이 하루에 웃는 시간은 9분이란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최대 10회 웃는데, 그 시간은 5~6분'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런데 아기들은 하루 300~400회 정도 웃는다고 한다. 잠든 아가의 배냇짓 웃음만으로도 행복할 때가 많았다. 그러니 깨어 방싯거리거나 눈을 반짝이며 터트리는 웃음은 오죽했을까.

내가 태어난 날, 세상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내가 태어난 날 세상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살아오면서 궁금하지 않더냐? 할아버지가 외손자한테 주는 탄생 축하 선물이니 잘 간직했다가 줬으면 좋겠다."
  
첫째 산후조리를 친정에서 했다. 세이레 무렵, 친정아버지(아래 아버지)께서 서류 봉투 하나를 주셨다. 아이가 태어나던 날의 신문 1부가 단정하게 접혀 담긴 봉투였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뜻밖의 선물에 뭉클했다. 

자라오며 한동안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지난날 오늘 우리나라나 세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알려주는 이른바 '오늘의 소사' 같은 코너를 즐겨 읽었었다. 미처 신문을 읽지 못해도 그 코너만큼은 들춰 읽을 정도로 좋아했었다.

지금도 어떤 글을 읽다가 특정 날짜가 나오면, 공교롭게도 그 날짜가 나나 가족 누군가의 생일이나 나만의 어떤 특별한 날과 같으면 더 주목하게 된다. 그 날짜에 해당하는 사건이나 인물이 좀 더 남다르게 와 닿거나 기억되기도 한다.

지난날 오늘의 소사를 그처럼 즐겨 읽었던 것은 세상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가 태어나던 날에 대한 막연한 궁금, 그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담고 있는 신문이야말로 아이의 출생 축하 선물로 더없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세 살 터울의 둘째가 태어나던 날 가장 좋아하는 매체의 신문 1부를 아버지가 해주신 것처럼 챙겨 보관했음은 물론이다. 아쉽고 안타깝게도 2004년의 화재로 송두리째 잃어버려 이제는 기억 속에만 있는 선물이 되었지만 말이다.

매일 신문을 보면서도, 내가 태어나던 날에 대해 막연히 궁금해하면서도 전혀 생각 못 했던 것을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해 내셨을까. 아버지의 세세한 헤아림이 참 신선하게 와 닿았다. 받는 순간 의미 남다른 선물이라 생각됐다. 부모가 챙겨주지 않으면 아이로서는 전혀 모르는 시절이 될 것. 그날을 헤아려 챙겨주셨음이 감사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던 지난 20여 년간 종종 주변 사람들은 물론 이런저런 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아버지 덕분에 갖게 된 내 아이들만의 특별한 기념품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였다.

하지만 종이신문을 아이에게 줄 선물로 챙긴 사람은 그다지, 아니 없었다. 지금도 간혹 그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조금만 마음 쓰면 아이에게는 그 어떤 선물보다 남다른 기념품이 될 것인데 말이다.

미뤄 짐작, 미처 생각하지 못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어디까지나 내 주변 사람들 사정이라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이제라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혹시 출산 예정이라면 아기의 출생 선물로 아기가 태어난 날의 종이 신문 1부를 챙겨보라고 말이다. 물론 지인에게도 권할 생각이다.

신문은 일단 펼치는 것으로 모르던 것까지 알 수 있다. TV 같은 대중매체가 다루지 않는 작고 소소한 광고나 어떤 공고(알림) 등, 어쩌면 지극히 사소해 보이기도 하나 그 시대 사람들의 한편의 모습이랄 수 있는 것들까지 다양하게 실려 있다.

또한, 신문은 특정한 날을 기준으로 어떤 사건이나 당시의 세상 흐름 등이 기록되어 있어 특정한 날이나 당시를 아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료다. 그래서 어쩌면 훨씬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등, 최근 정보를 얻은 주요 수단인 인터넷과는 다른 장점들이 많다.

게다가 값도 싸다. 더욱이 종이신문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어쩌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는 20년 후 종이신문은 박물관에서나 그 실물을 볼 수 있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신문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이다.

미뤄 짐작, 누군가 태어난 날의 종이 신문 1부는 의미 남다른 선물이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록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육아는 힘들긴하다. 하지만 얻는 것이 더 많다. 돌아보면 아이 덕분에 웃을 일 많고 감동도 많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아이를 위한 기념품을 가져 보거나도 육아를 즐겁게 하는 등 위로가 된다. 지금도 20대인 아이들 덕분에 삶이 훨씬 다채로우며 행복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버지의 덕분에 아이를 위한 기념품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그로 느낀 소소한 행복 덕분 아닐까.

며칠 후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세상에서 가장 의미있고 가치있는 생명 다큐멘터리를 기록할 장차 부모들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모두 순산하시길.

우체국의 '나만의 우표'도 적은 비용으로 가질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이다. 내 아이들이 어렸던 1990년대에는 노트 크기만한 종이 한 장에 우표 24개 정도가 들어갔는데, 이 우표는 실제 사용할 수 있었다. 2019년 10월 현재 나만의 우표는, 요금 인상과 상관없이 쓸 수 있는 영구적인 우표인 데다 직접 편집하도록 했다.(우체국 누리집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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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