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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논란'은 9월 9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결정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됐습니다. 하지만 소위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조국 사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편집자말]
생각에 잠긴 조국 후보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6일 오전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 시작에 앞서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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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는 깊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위법행위가 드러나지 않았으므로 결격사유가 없다고 했지만, 사태의 본질은 장관 후보자의 위법행위 여부가 아니다. 당사자는 억울할 것이다. 나만 그런 것도 아니고,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에 현미경을 들이대는 식의 신상털기가 부당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위법행위 여부는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판결로 가려지겠지만, 정작 국민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따로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흘낏 보여준 '가진 자들의 리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비린내 풀풀 풍기는 날것 그대로의 원초적 욕망은 사람들의 눈을 돌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촛불이 약속한 변화와 개혁을 기대하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낯설고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같은 길을 가고 있으려니 믿었던 자들이 커튼 뒤에 숨어서 제 잇속만 깨알 줍듯 알뜰하게 챙겨 왔음을 목격한 순간, 많은 이들은 애써 간직해 온 희망의 끈을 놓아버렸다. 누구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일상이 다른 누구에겐 죽어라 용을 써도 기어오를 수 없는 '넘사벽'이었음을, 어쩌면 용을 쓰며 기어오를 기회조차 애당초 주어지지 않았음을, 설령 기어오른들 그 끝은 가파른 낭떠러지밖에 없음을 깨달은 순간, 배신감은 절망으로 이어졌다.

그저 내 탓이려니 여기던 내 불행이 다른 누군가가 내 기회를 가로챘기 때문이고, 그래서 내 불행은 출구 없는 갱도처럼 자식의 불행으로 무한연장될 수밖에 없음을 깨달은 순간, 절망은 분노로 전화되었다. 조국 사태가 남긴 깊은 상처의 정체는 바로 이것이다.

사람의 사회적 지위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아닌 혈연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 가진 자들이 모든 영역에 걸쳐 그들만의 아성을 쌓고 복잡한 장치를 가동시켜 새로운 구성원의 진입을 막는 사회, 특정집단이 고등교육 기회를 독점하여 사회적 자산분배에서 독점권을 선점하는 사회, 개인의 부와 권력이 석연치 않은 절차를 거쳐 자손에게 계승되는 사회, 우리는 그런 사회를 가리켜 '계급사회'라고 부른다. 조국 사태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일종의 금기로 여겨 온 계급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무너진 공정 신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은 사회적 자산을 분배하는 비교적 합리적인 기준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한 신분 상승 기회가 협소해지면서, 명문대 입학은 좋은 일자리와 사회·경제적 지위획득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사다리가 되었다. 대입제도의 변화가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유·불리에 따라 다양한 견해들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들 눈을 부라리고 지켜보고 있으니, 대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정성'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공정'은 신화 또는 신앙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그런데 이런 공정의 신앙이 밑바닥부터 무너졌다. 특히 '스펙 품앗이'와 '표창장 위조 의혹', '논문 1저자' 문제가 그 진원지였다.

서민층에게 남겨진 마지막 구명정이라고 여겼던 대학입시는 이미 가진 자들이 점령한 상태였고, 명문대 입학은 그들의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수단이었다. 요컨대 헌법이 금지한 계급제도가 교육을 통해 합법적으로 재생산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계급 문제는 너무 커서 짧은 글에 담기 어려우니 일단 차치하자. 그러나 적어도 하나만은 확실히 해둘 게 있다. 공교육이 계급제도 재생산에 복무하도록 이대로 내버려 둬선 안된다는 것이다. 대입제도 개선의 핵심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부모의 지위가 자녀의 대학진학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 입시가 고교교육을 왜곡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공교육이 계급 재생산에 복무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된다
 
 11일 오전 11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대담이 열렸다. '청년전태일' 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1시간 20분 동안 청년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룰 필요성 제기, 청년 노동자 산재 대책 필요성 제기,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11일 오전 11시부터 과천 정부종합청사 법무부 소회의실에서 청년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대담이 열렸다. "청년전태일" 주최로 열린 이번 대담에서 1시간 20분 동안 청년들은 자사고·특목고 폐지,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한 취업룰 필요성 제기, 청년 노동자 산재 대책 필요성 제기,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특성화고 사회적 차별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청년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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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두 가지 방향에서 모두 어긋난다. 수능은 문제풀이식 사교육이 번성하는 비옥한 토양이자, 고교교육을 암기 위주 주입교육으로 몰아넣은 원흉이다. 그것은 우리 입시제도 변천사가 웅변으로 말해준다. 수능 한 방이면 인생 역전인데 학교수업을 귀담아들을 이유가 없다. 사교육의 약발이 가장 잘 받는 것도 수능이고, 고가 사교육을 동원할 수 있는 부유층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도 수능이다. 수능 확대는 기울어진 운동장의 경사를 더 가파르게 만들 뿐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정부가 내놓은 대입제도 개선방안은 수능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2022년에는 30%로 만드는 것이다.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다. 이러고도 대입제도 개선을 말하는 것은 기만이다. 수능비율을 대폭 낮추거나, 'Pass or Fail' 식으로 대입 자격을 인정하는 자격 고사로 자리매김하는 게 정답이다.

또 '조국 사태'에서 빙산의 일각을 드러낸 학생부 종합전형(학종)도 큰 폭으로 손을 봐야 한다. 학종은 교과영역과 비교과영역으로 구성된다. 교과영역은 보통 '내신성적'이라고 부르는 교과별 성적이다. 이것은 위조나 조작이 불가능하고, 장기간의 노력과 학업성취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신뢰성이 높다.

단, 성적 우수학생들이 몰려 있는 특목고에는 불리하다.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는 부유층이 내신 반영비율을 낮추라고 계속 요구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내신성적을 높이려면 수업 참여가 필수이므로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내신성적이 높은 학생은 대학입학 후에도 높은 학업성취를 보이고 있음을 많은 자료들이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학종 교과영역 반영비율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종 비교과영역은 문제가 많다. 특히 '창의적 체험활동' 내 '자율활동·동아리활동·봉사활동·진로활동', '수상경력', '독서활동' 항목은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의혹이 집중된 '표창장 위조, 봉사활동 부풀리기, 논문 저술'도 바로 여기서 일어났다.

이것은 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도처에 널렸고, 학교나 대학이 진위를 파악할 방법도 없다. 부모가 마음만 먹으면 평범한 학생은 꿈도 꾸지 못할 '학술지 논문게재'도 가능하고, '의료봉사'도 갈 수 있고, 첨단분야 최신시설에서 특별한 연구도 할 수 있다. 해당 분야 전공자들이나 읽는 전문서적을 수백 권씩 읽고 독서 요약자료도 만들 수 있다. 요컨대 학종 비교과영역이야말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자산이 학생의 스펙 쌓기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신비로운 영역인 셈이다.

이것을 차단하려면 학종 비교과영역을 대입 전형요소에서 과감하게 걷어내거나, 반영비율을 대폭 낮추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학생이 가져온 스펙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교사들은 척 보면 한눈에 안다. 대학의 입시담당자들도 그것을 모를 리 없다. 문제는 수상쩍은 스펙의 진위를 캐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설령 가짜로 드러나도 제재나 처벌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외부기관 표창을 기재사항에서 빼고 교내수상도 횟수에 제한을 두는 등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종 비교과영역은 고교생이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활동영역으로만 제한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특별한 스펙'은 요구하지도 말고 기재하지도 말아야 한다. 자녀에게 특별한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가 개입하는 것은 타인에게 돌아갈 기회를 빼앗아 자기 자식에게 몰아주는 파렴치한 반칙이다.

축구선수의 부모가 관중석에 앉아 선수로 뛰는 자식을 응원하는 것은 아름답지만, 직접 경기장에 뛰어들어 함께 공을 차는 것은 반칙인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런 빗나간 '자식 사랑'이 사회적으로 버젓이 통용되는 관대한 사회풍토다. 이런 반칙들이 모여 집단적 위력을 형성하고, 국가를 움직여 대입제도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대학의 '깜깜이 전형' 관행 없애야

대학의 전형방식도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일부 대학이 요구하는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는 문제가 많다. 학종 비교과영역에 기재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항목들을 편법으로 기술하는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교사추천서를 직접 써 와서 도장만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교사가 그것을 거절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일부 사교육업체는 공공연하게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 주고 거액의 뒷돈을 챙기기도 한다. 명백히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행위다.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이런 제도를 계속 존속시킬 이유는 없다. 폐지가 정답이다.

대학별 고사를 대학자율에 맡기다 보니 본고사가 마치 일종의 성역처럼 굳어졌다. 대학별 고사에는 논술, 면접 및 구술고사, 적성고사, 실기평가,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고, 학교에 따라 학교장추천 전형, 지역균형선발 전형, 잠재능력우수자 전형, 자기추천 전형, 미래인재 전형 같은 것들이 있다. 문제는 대학이 분명한 전형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결과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논술, 면접 및 구술고사, 적성고사에 대해 의심의 눈길이 쏠린다.

그렇다 보니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심지어 "특목고 출신은 가산점을 주고 일반고 출신은 감점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나온다. 이른바 '고교등급제' 의혹이다. 차마 믿기 싫지만, 응시자의 인적사항을 지나치게 상세한 부분까지 기재하도록 요구하여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파악하여 전형에 반영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된다. 은밀한 형태의 '기부금 입학'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고등교육 기회를 독점하고 있는 대학이 고등교육에 접근할 기회를 계층에 따라 차별적으로 배분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것이다. 이런 의심을 물증을 통해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거의 모든 대학이 전형방식과 선발기준 공개에 대해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의심이 억울하다면, 전형요소를 명확히 하고 상세한 선발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학이 입시를 통해 계급제도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대학에 대한 감독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공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경쟁과 차별을 멈추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소속 회원과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한 청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촛불청소년이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다양한 삶이 보장될 수 있는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소속 회원과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한 청년,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촛불청소년이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입시경쟁과 학벌사회를 비판하며 다양한 삶이 보장될 수 있는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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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 위에서 말한 대입제도 개혁방안은 '경쟁은 선'이라는 전제 아래 차선책으로 제시한 것들이다. 그런데 이 전제 자체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야 한다. 모든 경쟁은 강자에게 유리하게 마련이다. 호랑이와 토끼가 자유롭게 생존경쟁을 벌이는 밀림을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막강한 사회·경제적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과, 열정과 노력 빼고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민층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대학입시는 애당초 '공정'할 수 없는 게임이다. 그런 점에서 '공정한 대입제도'란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육이 계급제도를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기능하는 것을 막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강자에게 유리한 경쟁을 교육의 영역에서까지 허용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일까?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교육이 부모의 계급에 무관하게 모든 계층의 학생이 같은 스타트 라인에서 함께 출발하는 기회가 되면 안 되는 것일까?

조국 장관은 의도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의 금기인 계급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고, 평등하고 정의로워야 할 공교육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송원재 기자는 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교사 출신으로 전교조 대변인을 지냈으며, 현재 전교조 전임 활동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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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결성 관련 해직교사 출신이다. 지금은 전교조 전임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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