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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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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가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한 칼럼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크게 화제가 됐다. '서울대생의 촛불, 너릿재 너머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의 이 칼럼은 서울대 학생들의 촛불 시위를 이른 바 '강남 길'을 충실하게 걸어온 젊은이들이 불평등한 제도 자체보다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 온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인다는 취지의 비판적 내용이 담겨 있다.

박노자 교수를 비롯한 많은 지식인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칼럼에 공감을 표하기도 했으나, 이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았다. 목수정 작가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봉 교수에 대한 그간의 신뢰를 표현하면서도, 해당 칼럼에 대해서는 "왜 이 분도 이러시나를 생각하면 그저 막강한 586 카르텔이 떠오를 뿐이다"라고 혹평했다. 그밖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서울대 학생들의 촛불 시위에 대한 비판을 이른바 '586 꼰대론'으로 규정하곤 한다.

서울대를 위시한 몇몇 대학의 촛불 집회에 대한 비판은 다음 몇 가지로 추려진다.

첫째, 대학생들의 주장이 '확인된 사실'이 아닌 '의혹'에 근거한 섣부른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비판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모든 이의제기는 의혹 단계에서 불거진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 이행되는 집단적 의사표명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둘째, '보수 야당 인사에 대해 유사하게 제기된 의혹에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현 정권 인사에 대해 유독 반발한다'는 것이다. 이 비판은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다. 최근 불거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아들의 논문 제1저자 등재 의혹, 장제원 의원 아들의 음주 운전 무마 시도 사건에 대한 대학가의 메시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어렵다. 

셋째, 비판은 '서울대를 위시한 명문대 재학생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할 위치에 있느냐'는 것이다. 이 비판에도 문제는 있어 보인다. 그 이유는 각자의 이상과 삶의 궤적 사이에는 어김없이 괴리가 존재하고 그러한 괴리로 인해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을 표현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온 세상을 묵언수행의 장으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울대 학부생의 84%, 대학원생의 95%가 장학금 혜택을 누리고 있고, 현재 서울대 재학생의 74.7%가 소득 8분위 이상 부유층에 속한다"라는 언급이 국회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장에서 제시됐다. 

명문대 입학 과정에서 나름의 스펙 관리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 지, 그 과정에서 입시자 가족의 사회경제적 계급이 어떻게 작용했을 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지점에 '진보적 언급과 실제 삶 사이의 불일치'를 이유로 비판 받는 조국 장관과 대학생들은 역설적이게도 같은 위치에 놓이게 된다.
 
 '조국 교수 법무부장관직 자진 사퇴 촉구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렸다.
 "조국 교수 법무부장관직 자진 사퇴 촉구 제3차 서울대인 촛불집회"가 9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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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촛불은 나름의 정당성을 지닌다. 그러나 어떠한 주장이 있다면 그 주장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논변 자체는 존중되어야 한다. 주장을 지닌 어떤 집단도 그 주장에 대한 비판을 피하는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근자에 빛을 밝힌 촛불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존중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촛불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른바 '꼰대'라는 낙인을 찍어 입을 막는 경우가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범하지 말아야 할 오류는 특정 이슈에 대한 개개인의 시선을 범주화하는 것이다. '역시, 그는 흑인이기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다' '운전을 못 하는 것을 보니 저 사람은 여성임에 틀림없다' 등 개인의 행위를 특정 범주로 묶어 낙인찍는 행위는 혐오라고 볼 수 있다. '꼰대론'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합리적 문제 제기에 대해 '꼰대' 혹은 '586 카르텔'이라는 낙인을 선사하면 합리성에 입각한 치열한 토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학생의 촛불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개인을 "꼰대"라는 낙인으로 간단히 폄훼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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