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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금융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린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금융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린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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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가능성이요? 은행 경영진은 모를 수가 없죠. 몰라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고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의 목소리가 높아진 때였다. 그러면서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제는 파생결합펀드(DLF)의 원금손실 가능성을 사람들이 알게 됐지만, 당시 은행 판매자는 아무 생각 없이 팔았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금리 연계 사모DLF를 팔았던 은행 프라이빗뱅커(PB)조차 투자자들이 맡긴 돈이 몽땅 날아갈 수 있음을 이해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은행 경영진들은 달랐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로스토리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홍정민 대표변호사(경제학 박사)는 최근 은행의 권유로 사모DLF에 투자했다가 원금을 잃을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홍 변호사가 제시한 소송 착수금은 0원이다. 그만큼 그는 이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홍 변호사는 "고객 입장에선 브랜드 있는 은행에서 PB라는 사람이 '선진국 국채 연동이고, 안전하다'고 한 말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빗뱅커도 이해 못할 상품, 어떻게 많이 팔렸나

이어 그는 "그런데 PB 중에서도 신규 PB의 경우 투자권유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있고, 자격이 있다고 해서 개별 상품을 모두 이해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홍 변호사는 "그들이 이해하는 건 '이 상품을 많이 팔면 인사고과에 잘 반영된다'는 점뿐이었을 것"이라며 "상품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팔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금리 연동 파생결합증권(DLS)과 DLF 판매잔액은 모두 8224억 원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 우리은행에서 판매된 독일국채 10년물 금리연계 사모펀드의 경우 만기(9~11월)가 다가오면 투자원금 1266억 원의 95%가 손실될 것으로 예상됐다. 감독당국은 하나은행의 사모DLF에 투자한 사람들도 원금의 절반 가량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외금리 연계 사모DLF는 올해 3~6월 동안 집중 판매됐는데, 은행 쪽이 가져가는 수수료가 1%로 비교적 높았다. 은행은 이를 많이 팔수록 유리했기 때문에 성과지표(KPI)를 통해 상품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직원들까지 판매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홍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과 처벌이 은행 경영진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봤다. 홍 변호사는 "은행에 있는 금융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이미 주요 선진국의 금리 하락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었다"며 "분명 이에 대한 중간보고가 있었을 텐데 판매중단·축소 등 조치가 없었다, (경영진의) 불법성이 높다고 보여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펀드는 미·영 CMS(이자율스와프) 금리나 독일국채 금리가 하락하면 원금 100%를 잃을 수도 있는 상품이다. 투자자들의 원금이 날아갈 가능성이 높아져 은행 내부에서 뒤늦게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더라도 묵인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피해자 절반이 주부·일반인... 이혼위기 처한 사람도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가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최근 금융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린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대해 설명했다.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자신의 법률사무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은행이 일반 고객들에게 이 정도로 손실이 큰 상품을 파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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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변호사는 은행들이 판매한 사모펀드의 상품구조 자체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끼리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 고객들에게 이 정도로 손실이 큰 상품을 파는 일은 굉장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최대 4.5%예요. 손실은 100%죠. 보통은 원금에 거의 가까운 수준으로 (수익이나 손실이) 1% 정도입니다. 거기서 금리가 더 떨어지거나 오르면 점점 더 이익을 보는, 그런 식의 구조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이번에 판매된 상품들은 손실률이 이렇게 큰데, 수익률도 그렇게 높은가? 아니었던 거죠. 구조를 이해했다면 투자할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홍 변호사는 앞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내는 동안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불완전판매 이슈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금융회사들이 상품을 판매하는 절차와 구조에 밝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규제를 잘 지키고 있는지, 내부 통제시스템을 잘 갖췄는지를 주로 살펴봤었다"며 "그런데 이번처럼 피해건수도 많고, 이렇게까지 심각한 불완전판매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가 피해자들에게 착수금을 받지 않고서라도 이번 DLF 사건에 뛰어들겠다고 결심한 배경이다.

지난달 홍 변호사가 개설한 인터넷 카페에는 70여명의 피해자들이 몰렸다. 그 중 절반 가량이 주부이거나 펀드 투자를 처음 해본 사람들이었다. 65세 이상 노인도 많았다.

남편에게 말하지 않은 채 은행 직원을 믿고 투자한 3억 원을 모두 잃게 돼, 이혼 위기에 처한 피해자도 있었다. 홍 변호사는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 로펌을 찾아와 상담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며 "자녀는 아버지를 탓하고 아버지는 굉장히 미안해 하시는, 그런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누가 판매했는지는 알고 있다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는 "파생결합펀드(DLF)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팔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정민 로스토리 대표변호사는 "파생결합펀드(DLF)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 팔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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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앞으로 금감원 분쟁조정이나 소송 과정에서 은행 쪽 회의록 등 내부문서가 드러나면 사건이 해결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홍 변호사는 "조정이나 소송에 들어가면 자료들이 다 공개될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상품을 판매하기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작성한 회의록이나 의사록을 보면 누가, 왜 판매에 찬성을 했는지 등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금만 다루는 일반창구에서 펀드를 권했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이 경우 무자격자가 판매한 것"이라며 "PB 중에도 무자격자가 많은데, 판매자가 누구인지는 드러나게 돼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투자 당시에 받은 은행 쪽 문서에 판매자 이름이 적혀 있는데, 이는 소송 등에서 투자자에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현행법상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적격투자자'로 분류돼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홍 변호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쟁점은 (투자 적합성보다) 은행들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얘기했는지, 금리가 하락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렸는지가 중요한데, 이번 사건의 경우 오히려 반대로 설명했다는 증거가 많다"고 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통과돼야만 하는 이유

은행 쪽은 어떤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우선 손실이 100%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고의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사기'가 입증된다면, 은행 경영진 등은 특정경제범죄법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과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서는 1억 원 이하의 과태료를 처벌규정으로 두고 있다.

홍 변호사는 "미국은 금융회사가 상품을 부실하게 판매한 경우 강력한 과징금을 부과하고, 영업정지도 상당히 무겁게 내린다"며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처벌수위는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JP모건체이스는 지난 2013년 주택저당채권 부실 판매에 대해 14조원에 가까운 벌금을 부과 받았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2011년 발의된 뒤 아직까지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다. 홍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상품판매를 승인하고, 투자금을 운용하고, 문제가 됐을 경우 빠른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은행의 내부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이다.

"해외에 비해 규제가 굉장히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우리도 생각을 못해낸 건 아니에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하자, 피해 입증책임도 소비자에서 금융회사로 돌리자, 몇 년 전부터 법안이 발의됐었죠. 그런데 통과가 안되고 있어요. 미국에선 일반인에게 원금 100% 손실이 나는 이런 상품은 판매되기가 힘들어요. 우리나라에도 금융회사가 불완전판매를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게 된다는 근거규정이 있다면, 은행 내부의 사전검열이 훨씬 강화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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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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