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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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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
 탁민혁·김윤진
 철수와영희
 2019.5.31.


1982년이라는 해에 프로야구가 생겼어요. 곧이어 프로축구나 프로씨름이나 프로농구나 프로배구가 생겼는데요, '프로'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운동경기·스포츠는 이른바 웃돈이 오가면서 돈벌이가 되는 길로 확 달라집니다. 이런 이름이 붙기 앞서까지는 누구나 가볍게 배워서 즐거이 누리는 놀이판이었다고 할 만해요.

저는 인천이란 고장에서 나고 자라면서 프로야구를 실컷 보았습니다. 그러나 프로야구 때문에 야구를 실컷 보지 않았고, 프로야구가 없었어도 마을야구를 했어요. 그무렵에는 어느 마을이든 아이가 넘실거렸는데요, 조금 살림이 좋은 집 아이라면 방망이를 챙겨 오고, 살림이 덜 좋으면 공을 챙겨요. 살림이 모자라면 맨손으로 오거나 국민학교에서 쓰는 갓, 이른바 학교 모자를 챙깁니다. 방망이 있는 아이가 안 오면 마땅한 나뭇가지를 주워서 공치기를 했어요. 어느 날에는 공 하나로 모여 공차기를 했고요.
 
한국이 올림픽 메달을 딸 정도로 잘하는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우리들이 쉽게 배우고 접할 수 있는 건 그다지 많지 않아요. (33쪽)

텔레비전이 이제 슬슬 집집마다 하나씩 놓이던 이무렵, 아버지 어깨너머로 여러 운동경기를 지켜보았고, 동무들하고 야구장 가까운 언덕을 찾아가서 먼발치로 경기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요새야 경기장을 판판한 터에 올립니다만, 예전에는 마을 한복판에 경기장이 선 터라, 언덕받이라든지 건물 옥상을 찾아가서 슬쩍슬쩍 넘겨다보곤 했어요.

이무렵 야구장갑을 사주는 어버이는 드물었습니다. 야구장갑은 만지기도 어려웠는데, 아무튼 푼푼이 돈을 모아 공 하나를 장만하면, 이 공으로 온 아이들이 신나게 하루를 누릴 만했어요.
 
왜 축구 연맹은 힘이 센 '대기업'의 광고는 환영하면서도, 힘이 약한 '노동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골 세리머니는 '정치적'이라고 금지하는 걸까요? 당연히 돈 때문이에요. (92쪽)

이제 텔레비전뿐 아니라, 셈틀로, 또 손전화로 운동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운동경기를 틀어주는 곳은 광고삯을 받는데, 경기를 틀어주는 틈틈이 광고를 곁들일 뿐 아니라, 운동선수는 옷에 온갖 광고를 덕지덕지 붙입니다. 오로지 돈으로 경기를 뛰고, 돈으로 경기를 이기거나 지며, 돈으로 이 지구별 곳곳에 운동경기 이야기가 퍼집니다.

문득 돌아보면 그렇습니다. 이름난 사람이나 구단이 경기를 할 적에 이를 지켜보는 기자가 매우 많아요. 경기 이야기를 글로 담는 기자도, 사진으로 찍는 기자도 많지요. 그리고 이런 글하고 사진을 읽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삶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거나 짚거나 챙기거나 알아보는 기자는 얼마나 될까요? 여느 삶터를 깊이 파고들거나 여느 삶자리를 두루 돌아보면서 글이나 사진으로 담아내는 기자는 몇이나 있을까요?
 
더 많은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더 잘하는 운동선수들이 필요하고, 그런 선수들을 키워 내기 위해서 학교는 어린이 때부터 맘껏 놀 틈도, 수업을 들을 기회도 주지 않고 운동만 시켰거든요. (60쪽)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탁민혁·김윤진, 철수와영희, 2019)를 읽으면서 '스포츠·운동경기'를 생각합니다. 1988년에 태어난 ㅎ신문은 '운동경기'라든지 '방송편성표'라든지 '주식시세표'를 다루지 않겠노라 했으나, 이 당찬 몸짓은 몇 해 가지 못했습니다. 운동경기를 안 다루는 신문이나 방송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로지 운동경기만 하는 이들이 늘면서 여느 사람들이 쉽게 누릴 수 있는 놀이판은 사라지고, 돈을 들여야 구경할 수 있는 커다란 경기장하고 돈을 들여서 이모저모 갖추어야 할 수 있는 운동경기가 퍼집니다. 그리고 운동경기 이야기만 다루는 신문이나 잡지가 무척 많아요.
 
 아이들한테 빈터가 없는 나머지, 요새는 주차장에서 논다. 그나마 차가 없어야 이곳이 놀이터가 되는데, 아이들한테 빈터를 돌려주어야지 싶다.
 아이들한테 빈터가 없는 나머지, 요새는 주차장에서 논다. 그나마 차가 없어야 이곳이 놀이터가 되는데, 아이들한테 빈터를 돌려주어야지 싶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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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남자들만의 것'이라고 담을 쳐 놓고 오랫동안 거기에 여성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 아닐까요? (123쪽)

몸을 튼튼히 다스리면서 마음을 맑게 북돋우려는 뜻으로 운동경기를 한다는 말을 이제는 더 안 하지 싶습니다. 이름을 더 날리고 돈을 더 버는 길로 치우치는 운동경기이지 싶습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나라사랑이 되고, 더 빼어난 솜씨인 몇몇 사람을 지켜보면서 손에 땀을 쥔다는데, 이러다 보니 메달에 눈이 멀어 주먹다짐이나 뒷돈이 불거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운동경기에 돈을 걸고, 운동선수 스스로 뒷돈을 받아서 경기를 이리저리 꾸미는 일까지 벌어져요. 또, 갖가지 볼썽사나운 일을 터뜨리기도 하고, 어린이나 푸름이를 마치 '메달 기계'가 되도록 다그치는 일까지 일어납니다.
 
어느 누구라도 약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기사도라고 하면 어떨까요? (134쪽)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는 참으로 드문 책입니다. 푸름이한테 스포츠가 무엇인가 하고 알려주는 책도 드뭅니다만, 어른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운동선수나 기록'이 아닌 '스포츠하고 얽힌 숱한 삶과 삶터 이야기'를 짚는 책도 드뭅니다. 생활체육이란 이름이 낡은 말이 되어 버렸구나 싶은 흐름을, 입시지옥 못지않게 또아리를 튼 엘리트체육이라는 흐름을, 앞으로는 같이 어울리고 함께 아끼면서 나아갈 길을 새로 찾자고 하는 목소리를 내는 책이 참으로 드뭅니다.
 
(뉴질랜드는) 농장에서 일하다 장화를 신고 와서 골프를 치는 현지 사람들도 있었어요. 한국이었으면 격식에 어긋난다며 쫓겨났을 텐데 말이죠. (219쪽)
 
 더 큰 경기장보다는, 마을 곳곳에 아이 어른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숲과 풀밭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더 큰 경기장보다는, 마을 곳곳에 아이 어른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숲과 풀밭을 가꾸면 좋겠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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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옷이나 연장을 챙겨야 그 운동경기를 할 만한 터전인지, 아니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가볍고 즐겁게 몸을 움직이면서 하루를 누릴 만한 터전인지를 생각해야지 싶습니다. 돈을 치러서 구경하러 가는 경기장이 더 커져야 하는지, 집 가까이 너른터에서 누구나 마음껏 여러 가지 운동을 누릴 수 있어야 즐거울는지를 헤아려야지 싶어요.

어느 모로 본다면, 자동차를 줄이고 찻길을 줄여서 마을마다 너른터를 넓히면 좋겠습니다. 나무를 심는 빈터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어른도 가볍게 공을 차거나 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숱한 운동선수가 풋풋한 나이에만 전문 운동선수로 뛰다가 아주 젊은 나이에 그만두는 흐름은 사라지면 좋겠어요. 엄청난 돈을 퍼붓고 아름드리 숲을 짓밟으면서 큰 경기장을 짓는 세계대회나 올림픽은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아늑하면서 즐거운 삶을 지을 터전이 있고 난 뒤에라야 큰 경기장을 짓든 세계대회를 치를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생활체육이 없이 엘리트체육만 넘실댄다면, 아이들이 어떤 놀이라도 신나게 벌일 빈터나 풀밭이 없이 우람한 경기장만 늘리려 한다면, 우리 몸이며 마음도 그리 안 튼튼하고 썩 안 아름답겠구나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s://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10대와 통하는 스포츠 이야기 - 스포츠를 통해 보는 세상

탁민혁, 김윤진 (지은이), 철수와영희(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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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