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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상륙작전’ 당시에 촬영된 흑백사진.
 ‘장사상륙작전’ 당시에 촬영된 흑백사진.
ⓒ 영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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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로브 라이너(Rob Reiner) 감독이 연출한 영화 <어 퓨 굿맨(A Few Good Men)>은 나라를 사랑하는 방식의 다양성을 담은 흥미롭고도 감동적인 작품이다.

쿠바 관타나모 해병 기지에서 가혹행위로 사망한 한 병사와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군사재판을 통해 하나하나 밝혀지는 과정을 담은 <어 퓨 굿맨>은 자신이 처한 위치와 신념에 따라 '애국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인기배우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의 젊은 시절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지만, 여러 평론가들이 지적하듯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톰과 데미가 아닌 관타나모 기지사령관 제셉 대령을 연기한 잭 니콜슨이 쥐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톰 크루즈와 데미 무어 등 젊은 장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은 "아무리 국가를 위한 것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폭력과 비합리성이 담겨 있다면 그건 애국이라 부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제셉 대령 역의 잭 니콜슨은 군사법정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한다. 이런 것이다.

"조국, 충성, 명예, 희생이란 단어를 너희들은 농담할 때나 사용하지. 하지만, 나와 우리 병사들은 그 단어를 위해 목숨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군인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건 당연명제고, 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녀야 할 애국심 역시 군인의 기본 중 기본. 그러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외적으로 드러나는 행위의 형태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인간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다른 존재니까. <어 퓨 굿맨>은 이런 사실을 설득력 있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모두가 '애국심' 발휘했기에 가능했던 '장사상륙작전'
 
 경북 영덕에 조성되고 있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경북 영덕에 조성되고 있는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
ⓒ 영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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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현실의 모든 부분을 담아낼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현실의 어떤 영역은 영화가 보여주는 리얼리티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부분이 10대였던 청년 139명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파탄지경에 이른 한국을 구해냈던 1950년 9월 '장사상륙작전(長沙上陸作戰)'이 바로 그런 경우다. 아직 이 작전이 생소한 이들을 위해 아래 관련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한국전쟁. 초기에 남한 군대는 무기력했다. 지휘부와 군인들은 서울에서부터 남쪽으로 후퇴를 거듭했고, 병력 보충과 물자 보급 등은 원활하지 못했다. 전선은 갈수록 남하했다. 부정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였다.

전세(戰勢)를 뒤바꿀 작전이 절실했다. UN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그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북한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이에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가 '또 다른 상륙작전'의 장소로 결정됐다. 양동작전(陽動作戰·적의 경계를 분산시키기 위해 병력을 기동함으로써 적군을 속이는 작전)이었다.

1950년 9월 14일 대부분이 중·고생이었던 학도병 772명이 LST 문산호를 타고 부산항을 출발한다. 영덕 바다에 이른 그들은 15일 새벽 6시 변변치 않은 무기를 든 채 거친 파도를 헤치고 장사리 해변으로 상륙을 시도한다.

뭍에 오르기도 전에 적지 않은 병사들이 북한군의 총탄에 전사했다. 하지만, 애국심과 신념으로 무장한 학도병들은 그 어떤 특수부대 못지않게 용감했다.
 
 ‘장사상륙작전’ 당시를 재현한 조형물.
 ‘장사상륙작전’ 당시를 재현한 조형물.
ⓒ 영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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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3일로 예정된 작전이었지만, 병사들이 타고 온 문산호가 좌초되는 바람에 전투는 기약 없이 길어졌다. 총탄과 식량이 모자랐다. 학도병들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상륙 목표지였던 '200 고지'를 점령했음은 물론이고, 7번 국도를 차단했고, 더불어 북한군의 주요 보급로까지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잘 훈련된 상대 보안부대와의 전투에서도 단 한 명 물러서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악전고투(惡戰苦鬪)를 통해 젊은이의 애국심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선 적지 않은 희생이 뒤따랐다. 눈물겨운 죽음이 계속됐고, 포로로 잡힌 병사들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군사전문가들조차 "성공할 확률이 5000분의 1도 되지 않는 무모한 행위"라며 반대했던 '장사상륙작전'. 하지만 772명 학도병들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놓았다.

오늘날 한국전쟁사(史)는 '장사상륙작전'을 "인천상륙작전을 성공하게 만들었음은 물론, 경주와 부산을 사수하고 서울 수복을 돕는 등 6.25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킨 결정적 계기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대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것이다. 고작 2주의 군사훈련만을 받은 학도병들이 북한군 정예부대에 밀리지 않고 저항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이 작전의 성공은 젊은이들 모두가 한뜻으로 풍전등화(風前燈火)에 처한 조국을 구하겠다는 '애국심'과 '희생정신'을 가졌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영덕군은 이들의 행적을 기록한 위령탑과 위패봉안소, 전시교육관과 승리의광장을 만들어 장사상륙작전 전승기념공원으로 조성 중이다.

영화로 부활하는 '9.15 장사상륙작전'
 
 6.25 한국전쟁 때는 적지 않은 학도병이 전투에 나섰고, 희생됐다.
 6.25 한국전쟁 때는 적지 않은 학도병이 전투에 나섰고, 희생됐다.
ⓒ 영덕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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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요소와 감동의 차원에서 보자면 '장사상륙작전'은 <어 퓨 굿맨>보다 훨씬 더 강한 영화적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던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생각이 나 하나만의 독단이 아님을 증명하듯 현재 '장사상륙작전'의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다.

영덕군과 경상북도,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지난봄 '장사리 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제작을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영화 <친구>와 <사랑>을 연출한 곽경택과 학도병을 연기할 최민호, 김성철 등이 참석했다. '장사상륙작전'에 참여한 류병추 장사상륙참전기념사업회장의 참석은 이날 협약식이 가진 의미에 무게감을 더했다고 한다.
     
영화 <장사리 9.15>(가제)는 곽경택과 김태훈 감독이 연출을 맡고, 김명민과 할리우드 배우 메간 폭스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이 작품 속에선 600여 명의 학도병들이 훈련받는 장면, 태풍으로 인해 문산호가 좌초되는 장면, 전투 장면, 승선하지 못한 병사 39명이 포로가 되는 장면 등이 사실적으로 담기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국가를 지키고자 했던 139명 장사상륙작전 어린 전사자들을 위해서라도 <장사리 9.15>가 <어 퓨 굿맨>을 넘어서는 완성도 있는 영화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내용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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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