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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의 감각 <팩트의 감각> 표지
▲ 팩트의 감각 <팩트의 감각> 표지
ⓒ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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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뉴스마다 팩트 체크를 한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다 보니 사람들에게 정확한 사실정보를 알려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실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올바르게 인식할까? 그건 아니란다. 사실정보를 알아도 사람들은 잘못된 인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짜뉴스와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사이에는 미약한 관련은 있겠지만 큰 관련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세계적인 여론조사 전문기관 입소스 모리의 글로벌 담당이사이자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정책 연구소장 바비 더피다.
 
그는 지난 20년간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일을 해왔다. 특히 지난 10년간은 대중의 잘못된 인식에 관해 성행위에서부터 개인의 재정 상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회⋅정치적 이슈를 조사했다고 한다.
 
여론조사와 통계조사를 분석하면서 바비 머피가 알아낸 것은 실제 통계와 사람들의 믿음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는 것이었다. 바비 더피의 <팩트의 감각>(어크로스 펴냄)은 이처럼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는 몇 퍼센트일까? 지금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될까? 45-54세 남녀의 평균 섹스 파트너 수는 몇 명일까? 상위 1퍼센트 부자는 전체 부의 몇 퍼센트를 소유하고 있을까? 외국인 노동자가 정말 내 일자리를 위협할까? 전 세계에서 정말로 테러가 급증하고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까? 정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잘못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팩트의 감각>은 설문조사를 통해 드러난 잘못된 인식을 분석하고 사실 인식에 대한 감각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책에는 생각보다 재미나고 다양한 주제의 설문조사가 담겨져 있다. 읽는 동안 나는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또한 한국의 통계와 다른 나라의 통계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팩트에 대해 어느 정도의 감각을 갖고 있는지, 어느 나라 사람들이 가장 정확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은 불행하지만 나는 행복해!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타인은 불행하고 자신은 행복하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것 같다. 자국민 가운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모든 국가에서 응답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도를 실제보다 훨씬 낮게 추측했다고 한다.
 
이 설문에서 가장 흥미로운 나라는 우리나라다. 타인의 행복도를 추측한 값과 자신의 행복도 사이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인 것이다. 설문에서 한국인은 전 국민의 24퍼센트만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의 90퍼센트가 자신은 행복하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장 정확하게 추측한 캐나다 사람들조차 다른 국민의 행복도를 심각하게 낮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저자는 '기만적 우월감'을 이야기한다.

대개 사람들은 타인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만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은 아닐지라도 남들이 나보다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함으로써 자기 위안 같은 걸 느끼는 건 아닌지 문득 씁쓸해진다.
 
외국인 노동자가 정말 내 일자리를 위협할까?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 국민투표에서 핵심 동인이 되었던 것이 바로 이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논란이 뜨거운 이민과 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떨까?
 
잘못된 인식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던져지고 분석된 질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자국의 이민자 비율에 관한 질문인데 모든 연구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해서 나타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의 추측값이 실제 비율보다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실제 이민자 비율은 3퍼센트지만 사람들은 거의 네 배인 11퍼센트로 추측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대부분의 국가에서 하나같이 이민자 비율을 높게 추측하는 것일까? 저자는 한쪽으로 치우친 미디어 보도와 정치 담론을 한 요인으로 들고 있다.
 
인간의 뇌는 위협이나 위험에 민감한 본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이 위험 민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바로 미디어와 정치계가 이민자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잘못된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이민을 바라보는 관점이 정당 선호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과거 정치계에서는 사실 관계를 전달하기만 하면 사람들이 '합리적인' 견해를 가질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정체성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당파성의 힘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러한 가정은 신빙성을 잃었다. 그 결과 사실 정보보다는 내러티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와 감정을 이용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균형 있는 태도를 위해 이야기와 사실 정보는 둘 다 사람들의 신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은 무시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올더스 헉슬리의 말을 전하며 현실을 무시하고 왜곡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봐야 결국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필터링된 세계에 살아요
 
"우리는 자기만의 거품 속에서 점점 더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증거에 기초해 의견을 형성하는 대신 정보가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자기 의견과 일치하는 것만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본문 243쪽)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퇴임 연설에서 유유상종,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의 위험성을 이렇게 짚고 있다. 인터넷은 우리가 기존 관점을 확증해주는 정보를 접하며 기뻐하도록 무던히 애쓰며, 부조화라는 불편을 야기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제거하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그리고 '필터 버블'(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정보 제공자가 이용자에 맞게 필터링한 정보만을 제공함으로써 이용자가 특정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현상)과 '에코 챔버'(자기 생각과 유사한 정보만을 믿고 공유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는 현상)가 잘못된 인식을 무럭무럭 키우는데 일조한다는 설명한다.
 
즉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 견해가 같은지 아닌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최근 한 달 우리나라를 거대한 토네이도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문제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문제는 정체성 정치 같은 뜨거운 이슈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률 같은 기본적 사실을 추측할 때에도 우리의 세계관이 얼마나 필터링 되어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식의 위험' 연구의 목적은 무지를 찾아내 뿌리 뽑는 게 아니라 잘못된 인식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우리 모두는 개인적 편향과 외부 요소에 영향을 받으며, 이 편향과 외부 요소가 우리의 현실 인식을 왜곡한다. 잘못된 인식을 단번에 없애줄 마법 같은 방법은 없지만 잘못된 인식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잘못된 인식은 우리가 어떻게 사고하고 무엇을 걱정하며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무엇을 규범이라고 생각하는지, 즉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말해준다는 점에서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왜 그토록 자주 세상을 잘못 인식하는지를 이해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선물했다는 족자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나의 사고방식은 무엇에 편향되어 있으며 어떤 잘못된 인식을 하고 하는지 고민해봐야겠다.

덧붙이는 글 | <팩트의 감각>, 바비 더피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펴냄, 2019년 6월, 360쪽


팩트의 감각 - 믿음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

바비 더피 (지은이), 김하현 (옮긴이), 어크로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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