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올해 자사고 평가가 끝났습니다. 평가받은 전국 24교 중에서 상산고 등 14교는 자사고를 유지하고, 안산동산고 등 10교는 지정취소되어 일반고로 전환합니다.

물론 행정기관의 절차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취소 학교들은 본격적으로 소송전에 뛰어들 예정입니다. 효력정지 가처분과 행정소송 등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결과가 나오겠지요. 다만, 학생들의 고입 준비를 위해 가처분은 8월에 일단락될 것으로 보입니다.
 2019년 자사고 평가 결과 14교 유지되고 10교 취소.
 2019년 자사고 평가 결과 14교 유지되고 10교 취소.
ⓒ 송경원

관련사진보기

 
정부가 '정예 자사고' 홍보한 격

이번 평가는 몇 가지 뒷말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선 전국단위 학생선발을 하는 8개 자사고는 모두 살아남았습니다. 광역단위 자사고보다 더 많은 특권을 지니고 있지만, 정부는 유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결과적으로 교육부가 인증을 해준 꼴이 되었습니다. 평가 과정에서 입시 실적이나 학교 운영을 간접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학생들이 몰릴 일만 남았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만들어진 구 자립형 6교도 모두 유지입니다. 압권은 상산고입니다. 전북교육청이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교육부가 기사회생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북교육청 위법'이라는 오명까지 안겼습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 때 자사고는 남고, 이명박 정부 때 자사고는 취소입니다. 진즉부터 예견된 결과입니다. "서울에 있는 이명박 정권 시절에 만든 수없이 많은 자율형 사립고, 그것은 과거에 만들었던 자립형 사립고가 전환된 자율형 사립고하고는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는 6월 26일 국회 교육위의 여당 의원 발언이 사례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교육부의 상산고 결정에 대해 '정치적 판단으로 봐준 것 아니냐' 바라볼 여지가 있습니다.

제도 폐지 안 할듯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19.6.21
 21일 오전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을 받은 전북 전주 상산고등학교 정문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19.6.21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입니다. 방식은 일괄 폐지가 있고, 선별 전환이 있습니다. 시행령을 개정하면 제도 자체가 없어져서 일괄 폐지입니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교육부는 6월 26일 국회 교육위에서 "시행령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서 일괄적으로 자사고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추진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자리에서도 여러 차례 이런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은 임기 초반에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폐지는 안 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런 가운데 평가는 내년에도 있습니다. 학교 하나하나를 둘러싼 논란, 정부의 옥석 가려주기, 정치권의 여러 움직임 등이 반복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를 심리라고 하는데, 교육도 심리입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주는 신호 속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방향은 분명합니다. '정예 자사고'로 향하는 입시경쟁과 사교육비 출혈은 심해지겠지요.

제도 자체를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합니다. '고교체제 개편 3단계'라고 내년 하반기부터입니다. 하지만 폐지 없다고 못박은 상태에서 경우의 수는 제한적입니다. 제도를 축소하거나 일반고·특목고·자율고·특성화고로 나뉜 고교 유형을 일반고와 특성화고로 단순화하자는 안이 그나마 괜찮은 방안으로 예상됩니다만, 개편 동력이 있을까 의문입니다. 

제 발등 찍기의 가능성

당장의 소송은 어떻게 될까요.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전북교육청 위법'이라는 교육부 잣대가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법적 근거 없거나 미리 안내하지 않으면 위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하나뿐일까요? 예컨대 학생충원율 만점은 80%에서 95%로 높아졌습니다. 법적인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감사 지적사례 감점은 5점에서 12점으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미리 안내하지 않았습니다. 평가 몇 개월 전에 알렸습니다.

소송에 임하는 자사고들은 이런 점을 백분 활용하지 않을까 합니다. 교육부의 위법 논리를 서울교육청에 들이대며 잘못된 평가라고 항변하겠지요. 사법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애시당초 교육부 잣대가 문제입니다. 교육감의 재량권을 너무 협소하게 본 감이 있습니다. 전북교육청의 사회통합전형 지표는 교육부 표준안 그대로입니다. 이걸 위법이라고 한다면, 교육부는 위법을 조장한 셈입니다. 전북교육청은 상산고 의견을 수용하여 정성+정량평가를 했는데, 교육부는 정량평가라고 주장합니다. 정작 위법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교육부가 저질렀습니다.

평가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과 평가위원 등 관계자들은 상당한 수고를 아끼지 않았을텐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의문입니다. 여러모로 뒷맛이 개운치 않은 2019년 자사고 평가입니다.

덧붙이는 글 | 레디앙에도 실립니다. 송경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