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라산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꽤 많습니다. 동쪽 성판악에서 오르는 코스도 있고, 1100고지에서 오르는 서쪽코스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관음사 쪽에서 오르는 여정등 꽤나 여러 코스가 있습니다.

한라산 정상에는 백록담이 있습니다. 백록담은 부악(釜岳)이라고 하는 다름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백록담(白鹿潭)이라는 이름은 흰 사슴[白鹿]이 이곳에서 떼 지어 놀면서 물을 마셨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하고, 부악(釜岳)이라는 이름은 이곳 생김새가 물을 저장하는 그릇과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한라산을 등산하는 사람들이 닿고자 하는 목표는 백록담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곳일 겁니다. 출발점도 다르고, 올라가는 코스 또한 제각각이니 그곳까지 올라가는 과정이나 여정 또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지은이 이은유, 펴낸곳 민족사)은 선어록, 출가수행자인 선사 스님들이 일생을 살면서 겪었던 일화, 수행의 결과물처럼 남긴 말이나 편지글 등을 정리한 어록을 노자와 장자가 남긴 글이나 사상에 견줘 헤아리거나 비유해가며 새긴 내용입니다.

무위자연을 도덕의 표준으로 하고, 허무를 우주의 근원으로 삼는 노장 사상과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고 실천하는 불교는 역사적 배경도 다르고, 주창자도 다르고, 발원지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법이나 지향점 또한 다른 듯 보입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닿게 되는 그 한곳,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불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성철 스님이 남긴 선어로 상징되고 있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은 한두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을 불교, 성철 스님이라는 울타리에만 가둬 새기면 마냥 불교적 선어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인즉 <장자>에 나오는 포정해우(庖丁解牛)와 견줄만한 유사한 선리 임을 읽게 된다면 글을 읽는 재미는 배가 될 것이고, 가슴으로 담게 되는 깨달음은 곱이 될 것입니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상)(지은이 이은유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7월 25일 / 값 22,500원)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상)(지은이 이은유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7월 25일 / 값 22,500원)
ⓒ 민족사

관련사진보기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하)(지은이 이은유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7월 25일 / 값 22,500원)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하)(지은이 이은유 / 펴낸곳 민족사 / 2019년 7월 25일 / 값 22,500원)
ⓒ 민족사

관련사진보기

 
 부처는 인도 말이며 각성을 뜻한다. '각'이란 영각(靈覺)을 말하며 기회에 응하고 사물을 대함에 눈을 깜박이며 손발을 움직이는 일상의 활동이 모두 영각의 성(性)과 다른 것이 아니다. '성'은 곧 마음이요, 마음은 곧 부처요, 부처는 도요, 도는 곧 선(禪)이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상), 124쪽-
 선불교와 노장의 핵은 각각 자성(불성·마음)과 도다. 선불교의 모든 사상과 철학·종지는 자성, 곧 인간의 청정무구한 본심을 씨앗으로 하고 있다. 성불이라는 종교적 성취도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씨앗인 불성[自性]을 기반으로 한다. 불성의 본질은 공이고 무(無)고 허(虛)고 정(靜)이다.(중략)

선불교의 자성과 노장의 도는 다 같이 만물의 '절대 평등'을 강조한다. 또 다 같이 인성(人性)의 해방사상과 자유사상을 뼛속 깊이 간직하고 있다. 장자의 '소요사상'과 선불교의 자주 자립사상 등기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하), 166쪽-
 
한라산 꼭대기에 있는 분화구를 백록담이라고 부르건 부악(釜岳)이라고 부르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것을 득도라고 하건 성불이라고 하건 사람들이 궁극으로 지향하는 바는 결국 같은 것일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어느 특정 코스만으로 정상엘 올라본 사람은 다른 코스로 오르며 보게 되는 풍경을 보지 못하고, 다른 코스에서만 체득할 수 있는 어떤 오묘한 경험이 있다면 그 또한 경함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은 나이 칠십이 훨씬 넘은 저자가 종교기자로 활동하며 접한 불교(선어)와 <노자>와 <장자>를 숙독하며 득한 이해를 되새김질을 하듯 풀어 정리하고 있어, 선어와 노장에서 취할 수 있는 궁극의 지혜와 깨달음은 결코 이질적이지 않아 서로의 이해를 깊고 폭 넓게 해 준다는 것을 단박에 읽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 하

이은윤 (지은이), 민족사(2019)


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 상

이은윤 (지은이), 민족사(2019)


태그:#노장으로 읽는 선어록, #이은유, #민족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