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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2018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5308억달러로 세계 12위이고(세계은행 발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8380달러로 순위가 무려 14계단 상승했다(세계 31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행복체감도는 그 수준을 한참 밑돈다.

한국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국민행복지수 33위, 복지충족지수 31위로 모두 최하위권을 기록중이다. 노인빈곤율은 45.7%로 한국의 노인 2명 중 1명은 생계 곤란의 처지에 놓여있고 당연히 노인자살율도 독보적인 세계 1위다.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앞둔 지금, 국민의 삶은 불안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국가가 인간다운 삶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믿음은 쉽게 배신당한다. 부모의 재산규모가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부와 권력을 쌓아올린 이들은 가난한 자들이 올라올 수 없도록 가차없이 사다리를 걷어차버린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국민의 삶은 왜 이렇게 힘든가?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표지 .
▲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표지 .
ⓒ 후마니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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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규모로만 따지자면 우리도 '잘 사는 나라'에 속하는데 왜 국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현란한 경제사회지표들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은 한 가지다. 그 많은 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책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는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자 30인이 참여한 '불평등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각계의 전문가들이 각각 자기 연구 분야의 렌즈로 한국사회 불평등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집단지성의 방식으로 엮은 이 책은 한국사회 불평등에 관한 종합보고서라 할 만하다. 이 책이 한국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이것이다.
 
"복지국가는 지난 세기에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였는가? 그래서 평등을 높여왔는가? 만약 그러질 못했다면 '사회의 안정과 평등을 지향하는 정책조합이 복지국가'란 정의는 성립되기 어려우며 대안이 될 수는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복지국가는 형성 이래 사회정책을 통한 재분배를 통해 불평등을 교정하는 기능을 지속적으로 늘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복지국가에서는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시장소득의 불평등이 복지 지출로 교정되기에는 너무나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인가? 복지국가의 원천적인 한계인가? 아니면 복지국가의 성격과 형태가 문제인가?
불평등은 복지국가와 관련해서도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잔여적 복지국가에 가까운 나라일수록 불평등이 크고, 보편적 복지국가의 성격을 띨수록 시장소득의 불평등이 재분배를 통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복지국가'가 아니라 '어떤 복지국가'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는 것은 아닐까?" (서문, 17쪽)

복지는 단순히 개별 복지제도나 정책의 총합이 아니다. 정치, 경제, 복지는 하나의 벡터안에서 서로 조응하면서 발전한다. 복지는 시대와 국가의 변화 발전과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한국사회는 짧은 기간에 경제도 성장했고 복지도 성장했다. 특히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사회복지의 필요성이 늘어나면서 많은 제도와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민생 현장은 여전히 불협화음의 연속이다.

재분배효과 미미한 한국의 복지 현실

불평등 문제는 복지 제도 이외에 다양한 경제, 사회, 정치적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근본 원인에 접근할 수 있다.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의 복지가 불평등 완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1차적인 원인으로 "노동과 자본간의 분배율 사이의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101쪽)는 점을 지적한다.

이 교수는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5년 75% 수준이었으나 IMF 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하락하여 2012년 현재 68.1%대로 하락했다"며 "상대적으로 자본분배율은 높아져서 상위 1%는 배당소득의 72.1%, 이자소득의 44.8%를 상위 10%는 각기 93.5%, 90.6%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1차적 분배의 불평등도가 심해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이를 완화해야 할 2차적 분배(사회보장급여)도 실질적인 분배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여전히 '저부담-저복지'국가이다.

한국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은 OECD 평균인 20.4%의 절반 수준인 11.2%이다.(2016년 기준) 평균조세부담률은 20%대에 머무르고 있는데 30%대인 영미형 국가보다 낮고 50%대인 북유럽 국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양호한 편인데도 재정을 활용해 저성장, 빈곤, 양극화, 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는데는 소극적이다. 때문에 복지의 사회불평등 개선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2014년 OECD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조세를 통한 빈곤율 개선 효과는 한국이 14.1%로 OECD 평균(59.85%)에 턱없이 못 미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은 산업화 시대의 그것과는 상이하다. 비정규 불안정 노동과 저임금 노동, 영세자영업자가 대폭 증가했고 이들 대부분은 국가복지제도의 바깥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 복지제도의 상당 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는 정규직 안정적인 일자리 노동자들의 소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빈곤의 퇴치와 불평등 구조 완화를 사명으로 하는 복지가 경제 노동의 변화된 현실과 조응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불평등 구조를 강화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불평등이 묻는다, "어떤 복지국가여야 하는가?"

1차적 분배와 2차적 분배가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한국에서는 토지와 주택의 불평등, 노동의 약세, 이 두 가지가 불평등의 주된 원인입니다. 최후의 보루는 복지인데 복지마저도 약하죠.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가장 살기 어려운 나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자연스럽게 토지와 주택 문제의 해결이 첫 번째입니다. 그래서 종합부동산세 등의 정책들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노동을 복권시켜야 합니다. 노동조합이 강화되어야 하고 비정규직 규모가 줄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론 복지의 강화입니다. 증세를 통한 복지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487~488쪽)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기본소득'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주문한다. 전면 시행이 어렵다면 시급한 집단부터 단계를 설정해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다. 1단계로는 영유아 보육, 청년 실업, 노인층에 대한 기본소득 지급이 불평등 완화의 유력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정태인 칼폴라니경제연구소 소장은 "제도 설계를 잘하면 공동체, 시장, 그리고 국가가 서로 대체적인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31쪽)고 강조한다.

현재의 불평등한 사회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은 불량한 소득분배와 불평등 구조가 고착화되는 최악의 복지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복지국가 전략의 수립, 복지국가의 재창출이 필요하다.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복지국가여야 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복지국가여야 하는가?"가 핵심이다.

덧붙이는 글 |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이정우, 이창곤 외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 2015.6 / 25,000원)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

이정우, 이창곤 (지은이), 후마니타스(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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