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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의 사상자를 낸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전 범인 안아무개(42, 구속)씨와 관련해 주민들의 신고가 잦았지만, 경찰 등 관계기관들은 정신질환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고 위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지방경찰청은 13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피해자(유족)와 주민들이 제기한 경찰 조치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김정완 총경(청문감사담당관)을 팀장으로 하는 진상조사팀을 꾸렸다.

경남경찰청은 이번 진상조사를 통해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력범죄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프라 확충 및 즉응체제 강화', '관련기관 원활한 연계 등 개선방안'을 도출하였다고 했다.

사건은 지난 4월 17일 새벽 4시 25분경 진주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다. 피의자 안아무개씨는 집에 불을 내고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중상, 3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연기흡입 9명과 심리불안 3명 등 총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안씨를 4월 25일 검찰에 송치했고, 현재 그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정신질환 감정중이다.

진상조사팀은 "사건 당일, 신고접수 후 약 3분 만에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고 흉기를 든 피의자를 발견해 대치하면서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등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검거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했다.

그날 사건이 벌어지기 전 주민들은 안씨와 관련해 총 8건의 112신고를 했다. 주민 신고는 개양파출소 6건과 상대지구대 2건이었다.

주민들은 "출입문에 누군가 똥칠을 해두었다"(2018년 9월 26일), "남자 한 명이 폭행하고 있다"(2019년 1월 17일), "층간소음 신고 관련해 그 사람이 찾아온다고 함"(2월 28일), "집 앞에 오물을 뿌려 놓았다"(3월 3일), "행패를 부리고 시비를 건다"(3월 8일), "망치를 휘두르고 욕설한다"(3월 10일), "집 앞에 오물을 버려 놓았다"(3월 12일), "아래층 사람이 쫓아와 욕설을 한다"(3월 13일)고 112 신고했던 것이다.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전 112신고에 대한 경찰의 조치 사항.
 진주 방화.살인사건 이전 112신고에 대한 경찰의 조치 사항.
ⓒ 경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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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신고에 대해 경찰은 '발생보고'하거나 '현행범 체포했다가 불구속 송치', '상담 종결', 'CC-TV 설치 절차 안내 종결', '현지 계도'(2회), '불구속 송치'(2회) 등의 조치를 했다.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다"

조사 결과 안아무개씨는 2010년 7월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그해 8월 심신미약 감경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3년을 선고받았다.

안씨는 2011년 1~10월 사이 입원치료를 받았고, 2016년 7월까지 총 68회 진료를 받았으며, 이후부터 지속적 치료 필요함에도 병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고 경찰은 결론내렸다.

진상조사팀은 "사건발생 이전 신고출동 시 정신질환 관련 정보제공이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는 등 정상인과 다르게 행동하지 않아 정신질환을 인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더라도, 반복된 신고와 사건처리를 하면서도 이웃 간 시비로 오인하여 신고자의 불안과 절박함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였다"고 했다.

또 진상조사팀은 "경찰은 피해자들의 정신질환 주장(진술)을 기초로 정신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정신질환을 의심한 일부 경찰관도 자·타해 위험 예방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못하는 등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했다.

김정완 진상조사팀장은 "진주 방화 살인사건 진상조사 책임자로서 정확한 진상조사와 발생원인 규명이 피해자를 위로하는 길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마음으로 조사에 임하였다"고 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는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입원제도와 실제 현장의 기관별 대응 실태와 외국 제도를 비교해보면서 정신과 전문의에게 직접 의견을 문의해 보기도 하였다"며 "경찰 조치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정신질환자에 있어서는 치료가 곧 인권보호이므로 무엇보다 사전 치료가 우선되어야 하며, 정신질환이 원인이 된 범죄는 정신응급 상황에서 유관기관 간 역할분담을 통해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안타깝게 진주 사건 진상조사 중에도 마산 위층 할머니 살인사건, 부산 누나 살인사건, 지난주 고속도로 역주행사건 등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는 계속 되고 있다"며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는 경찰의 신고 대응만으로는 모두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사전 치료를 통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최소화해야 하고, 이런 가운데 신고 되는 정신질환자는 기관별 명확한 역할 분담과 원활한 입원제도를 통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강제입원법령을 재정비하고 기초센터와 치료시설(병원)을 확충해야 하고, 경찰과 소방 등 현장요원들에 대한 전문교육도 중요하며, 기존 가족들에게 맡겨진 환자 관리에서 국가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누구나 쉽게 기초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팀은 당시 경찰 실무자 11명을 징계 대상자로 했고, 이들은 앞으로 경찰청 시민감찰위에 회부되어 절차를 밟게 된다.
 
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가 거주지에 불을 내고 주민들한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4월 17일 새벽 경남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에서 40대가 거주지에 불을 내고 주민들한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 경남매일 이대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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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진주, #경남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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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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