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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17일 참여연대 강연에서 '조선노조' 강연 파문과 관련, 해명을 하고 있다.
▲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17일 참여연대 강연에서 "조선노조" 강연 파문과 관련, 해명을 하고 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이 17일 참여연대 강연에서 "조선노조" 강연 파문과 관련, 해명을 하고 있다.
ⓒ 참여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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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정권 시대도 다르지 않았으나 군사정권 시절 한국의 야당은 탄압과 멸살의 대상이었다. 1970년대 이후 국부(國富)가 증가되고 국민 생활이 어느 정도 향상되었는데도 야당(인)의 살림살이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야당인들 중에서도 어떻게 하여 국회의원이라도 되면 그날부터 '정치귀족'이 되지만 원외 간부들은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를 면치 못한다. 이런 속설이 나돌았다.

"상도동(김영삼계) 사람들은 점심에 설렁탕을 먹고 동교동(김대중계) 사람들은 라면을 먹는다."

그리고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말도 있었다.

점심때가 되면 각자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는 듯이 슬금슬금 나가고 중앙당사에서 한참 떨어진 싸구려 식당을 찾는데,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다음 날부터는 더 먼 곳을 찾는다는 것이다.  

제도권 야당이 이럴진대, 비제도권의 실정은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이다. 

  
민주노동당은 6일 중앙위회위를 열고 당규 제 17호 `의원단 규정 제정안` 처리를 통해 "모든 국회의원은 의원단 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노회찬 사무총장이 6일 중앙위회의에서 중앙위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은 6일 중앙위회위를 열고 당규 제 17호 `의원단 규정 제정안` 처리를 통해 "모든 국회의원은 의원단 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노회찬 사무총장이 6일 중앙위회의에서 중앙위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6일 중앙위회위를 열고 당규 제 17호 `의원단 규정 제정안` 처리를 통해 "모든 국회의원은 의원단 대표를 제외한 선출직 당직을 맡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노회찬 사무총장이 6일 중앙위회의에서 중앙위원들에게 보고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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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은 젊은 시절과 감옥살이 중에 많은 독서를 하여 다방면에 지식이 풍부하고 고교생 때 유신반대 격문을 쓸만큼 문장력도 뛰어났다. 『매일노동뉴스』에도 많은 글을 썼다.

이런 실력을 발휘하여 199년 2월 15일 발간한 <어 그래, 조선왕조 실록>(일빚)을 2004년에 청소년과 일반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노회찬과 함께 읽는 조선왕조실록』(일빚)으로 재출간했다.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부채의 일부를 갚고 활동비로 요긴하게 사용했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4ㆍ13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와 2002년 지방선거에서도 참패를 거듭했다. 국민의 뇌리에는 진보진영을 여전히 좌파세력으로 인식하고, 무엇보다 60여년간 토착화되다시피 한 양당제에 대한 관념이 바뀌지 않았다.

노회찬은 민주노동당 창당 이후 2001년 7월 7일 민주노동당 서울시지부가 공식출범했고 초대지부장에 노회찬 후보가 당선되었다. 2002년 3월 16일 민주노동당 정기 당대회에서 사무총장에 선출되었다. 특히 창당 당시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에 선임되어 한국정치의 구조적ㆍ제도적 개혁을 모색하고 대안을 준비했다.

그 결실이 2000년 2월 16일 전국구 방식의 국회의원 선출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하고, 2001년 7월에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1인 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이 성사되고 표의 등가성으로 민주주의 발전과 정당정치 육성에 큰 기여를 하였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용지. 14개 정당들 중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투표해야 하다.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용지. 14개 정당들 중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투표해야 하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용지. 14개 정당들 중 정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투표해야 하다.
ⓒ 박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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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크게 세 가지 분파로 나뉘었다.

민족해방 계열의 자주파, 노회찬이 속한 민중민주주의 계열은 평등파로, 권영길로 대변되는 중도파는 국민파로 불리게 된다. (주석 1)

노회찬은 내부의 갈등과 분열상을 지켜보며 가끔 "역설적인 일인데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크게 희생했지만, 스스로에게 민주주의를 적용시키는 데는 굉장히 서툴렀다." (주석 2) 고 토로하였다. 그는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한 신념체계는 확고하면서도 대단히 유연한 편이었다. 다양한 가치와 이념을 토론하고 공유해야 발전하게 된다는 인식이다.

다른 쪽 사람들은 둘째 치고, 소위 진보를 좋아하고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가장 부족한 것이 다원주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굉장히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하고 견해가 다르면 그것이 작은 일이든 큰일이든 선을 확 그어버리는, 예를 들면 나는 김치를 더 좋아하고 저 사람은 시금치를 더 좋아하고, 그러면 김치도 있고 시금치도 있는 밥상에서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인데, 그렇게 안 하려고 한다는 거죠. (주석 3)


2002년 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었다.

선거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국민경선대회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면서 여당인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되었다. 정주영의 아들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 협상이 투표 전날에 깨어졌는데도 노무현은 자력으로 이회창을 꺾었다. 

노회찬은 2004년 4월에 실시되는 제17대 총선에 희망을 걸었다. 변치않는 양당구도에서 지역구는 어렵더라도, 자신의 노력으로 바뀌게 된 비례대표제로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원내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그리고 당내의 각 계파를 아우르면서 사무총장을 맡아 총선준비를 지휘한다. 행운의 여신은 준비하는 사람을 내치지 않는다고 했다. 총선을 목전에 둔 3월 20일 KBS가 주최한 심야토론에서, 백 마디 공약이나 정책보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삼겹살 판 바꾸기' 발언으로 국민의 시선을 모았다.

낡은 정치판을 이제 바꿔야 합니다. 50년 동안 삼겹살을 같은 불판 위에서 구워 먹으면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립니다. 이제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이에 앞서 1월 15일 'MBC 100분토론' 프로에서도 국민의 심금을 울리는 발언을 했었다.

50년 동안 정치를 끌어온 분들, 지금 말이죠, 학교에서 학생들이 이 정도로 학생의 본분을 다하지 못하면 유기정학 내지 무기정학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국민들이 보기에는 유기정학 내지 무기정학감이에요. 그러면 이번 선거 다 안 나와야 합니다. 한 4년 동안 유기정학 당해야 돼요. 그런데 왜 자꾸 나오려고 그래요. 그렇잖아요. 그래서 판갈이를 해야 된다, 이런 얘기입니다.

노회찬은 선거를 지휘하면서 당의 홈페이지에 그날그날 선거관련 일기를 기록했다. 입후보자는 물론 많은 당원들이 이를 읽고 선거전략을 짜고 용기를 얻었다.

일지는 '노회찬의 난중일기'라는 별칭으로 알려지고, 선거 후 『힘내라 진달래』라는 제명으로 사회평론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은 제13회 전태일문학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벨문학상보다 값진 상이라고 매우 기뻐하였다.

주석
1> 안재성, 앞의 글.
2> 『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 149쪽.
3> 『진보의 재탄생』, 164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진보의_아이콘_노회찬_평전 , #노회찬 , #노회찬평전, #촌철살인_노회찬, #노회찬의-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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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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