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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상이 보인다. 책상 위에 모니터, 전화기, 업무일지와 볼펜이 있다. 깊숙한 구석에 데스크용 컴퓨터가 자리하고 있다. 모니터에는 정문, 후문, 중문 등 10개의 CCTV 화면이 있다.

책상 밑에 밀어둔 의자를 빼고 앉으니 의자 뒷면이 벽에 닿아 사람이 지나갈 공간이 없다. 책 옆에 정수기와 작은 냉장고가 나란히 이어져 있고, 그 옆이 화장실 문이다. 문 안에는 하얀색의 변기와 세면대가 각각 하나씩 있다. 벽 위쪽에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작은 송풍 장치가 있다. 출입문 옆에는 선풍기가 있다.

내가 사는 서울 지역 한 아파트 중문초소의 모습이다. 주민들이 입주한 지 4년된 곳으로, 신영식(59)씨는 이곳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사투리가 섞인 말투. 주변에서 쉽게 마주치는 중년 아저씨다. 그가 궁금해 지난 4월 30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경비원이 근무하는 초소 내부 모습. 책상위에 CCTV 화면이 나오는 모니터가 보인다.
 경비원이 근무하는 초소 내부 모습. 책상위에 CCTV 화면이 나오는 모니터가 보인다.
ⓒ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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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소개 부탁드릴게요.
"경북 의성이 고향입니다. 안동 바로 아래 동네이지요. 거기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병(兵)으로 군에 입대해 원사까지 34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2016년 전역했습니다. 군 시절 대부분을 하사관 교육을 담당하는 훈육관으로 지냈습니다. 군 생활 마지막을 전방에서 했지요. 큰 애가 서른세 살 딸이고, 두 살 터울인 아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다들 분가해서 따로 살고 있죠."

- 어느 회사 소속이세요?
"아파트 측과 'K'사가 계약을 맺고 'K'사의 관계사인 'ㅌ' 회사가 하청 계약을 하여 저는 'ㅌ' 회사 소속입니다. 'ㅌ '회사는 여기 말고도 여러 곳에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해요. 계약은 2년입니다. 작년 3월 시작해서 내년 2월까지입니다. 월 보수는 2백만 원 조금 넘어요. 군인연금을 받고 있어, 국민연금을 공제하지는 않습니다. 국민연금을 제하고 받는 사람보다는 내가 더 받는 셈이죠."

- 근무시간은 어떻게 되나요?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어요. 총 4명이 근무해요. 1명은 주간 근무만 하고, 나머지 3명이 교대로 밤 근무를 합니다. 아침 7시 출근해 밤 근무하고 다음날 아침 7시에 퇴근합니다. 정기 순찰은 오전, 오후, 저녁, 새벽 이렇게 네 번 합니다. 수시 순찰은 예정에 없이 불시에 하고요. 긴급한 출동은 오토바이로 합니다."

두 번의 멧돼지 출현

- 근무 중 특별한 일이 있었나요?
"올 3월 새벽 두시쯤이었어요. 모니터에 이상한 물체가 보이는 거예요. 후문이 북한산과 통하는 길인데, 거기서 중문 쪽으로 짐승 한 마리가 오고 있더라고요. 가만 보니 멧돼지인 거예요. 정문은 상황실이라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교대근무를 위해 쉬고 있는 동료에게 연락했죠. 동료가 오토바이로 출동하니 이미 멧돼지가 큰길로 나가고 있었어요. 바로 119에 신고했죠.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119가 멧돼지를 산으로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  멧돼지 출현이 흔한 일은 아니지요?
"흔한 일은 아니지요. 그런데 한 번 더 있었어요. 처음 멧돼지가 출현하고 일주일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죠. 출근하는 날은 보통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오거든요. 그날도 같은 시간에 집을 나와 출근하니 6시 50분이더라고요. 먼저 근무자에게 주요 내용을 인수받고 근무를 시작했죠.

근무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나, 8시쯤이었을 거예요. 주민 한분이 급하게 뛰어 와서는 정자(亭子) 옆 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멧돼지가 있다는 거예요. 함께 있던 근무자에게 정문을 맡기고 오토바이로 출동했죠. 정말 멧돼지가 있는 거예요. 관리사무소와 공조하여 주민을 통제했지요. 관리실에서는 방송을 계속하고요."

그날 아파트 근무자들은 분주했다. '정자 옆 산길에 멧돼지가 있으니 주민들께서는 외출을 자제하시고 OO동 옆 정자 쪽으로 오르는 산길 통행을 삼가해 주십시오'라는 안내 방송은 상황이 해제되는 정오까지 계속됐다. 경비원은 멧돼지가 있는 길의 출입을 통제했다.

신고를 받은 119가 출동해 동물보호협회에 연락하고, 포수 5명과 사냥개 3마리가 출동했다. 포수와 사냥개가 멧돼지를 추격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모르는 근처의 다른 아파트 주민이 반려견과 함께 산에 올랐다. 멧돼지를 쫓던 사냥개가 반려견을 공격했다. 그 와중에 멧돼지는 산으로 갔다. 

인터뷰 중에 긴급 벨이 울리다

'윙윙 윙윙'(집에서 방범비상을 누르면 경비실에 울리는 소리)
'띠리리링 띠리리링'(경비실에서 아파트 주민 집으로 전화를 거는 소리)

"보안실입니다. 방범비상이 울려 연락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 별일 없으시다는 말씀이군요. 네, 쉬십시오."

방범비상벨 울림에 대응한 뒤 신씨는 업무일지에 기록을 한다.

'띠리리링 띠리리링'(상황실로 전화하는 소리)

"○동 ○호 이상 없습니다."

종합상황실 역할을 하는 정문에 상황을 보고한다.

- 근무 중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초소 한쪽에서 하지요. 쌀을 씻어 전기밥통에 밥을 하고, 출근하면서 집에서 반찬을 가져옵니다. 가져온 반찬은 초소 안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습니다. 그릇을 씻을 수 있는 개수대가 따로 없어 초소 내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쌀도 씻고 설거지도 합니다. 근무 때문에 교대로 식사를 하지요. 개인이 사용한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이 설거지의 전부이니 간단하지요. 집에서 가져온 반찬 그릇은 퇴근할 때 가져가요."

- 근무 중 기억나는 일이 있나요?
"화재사건이 있었어요. ○동 ○호에서죠. 집주인이 주방 가스레인지에 국을 올려놓고 가스 불을 켜놓고 외출을 했어요. 타는 냄새가 계속되자 바로 윗집에서 119에 신고를 했데요. 소방차가 출동했지요. 소방차가 물을 뿌려 불을 끄고 나서 그 집에 들어가 보니 주방 스프링쿨러가 터지고 벽면은 온통 시커멓게 탔더라고요. 관리사무소 근무자들과 청소 등 뒷수습을 했지요. 휴일이고 처음 있는 일이라 관리사무소에서 방송도 못하고 우왕좌왕했지요."

- 쉬는 날에는 어떻게 지내세요?
"아침 7시 퇴근하면 간단한 식사를 하고, 샤워 후 잠을 잡니다. 오후에 일어나 점심을 먹고 집 가까이 있는 북한산을 가기도 하고, 불광천을 걷기도 합니다. 대략 3시간 정도 걷다가 집으로 오죠. 걷는 것을 좋아해요. 이 일하기 전에 북한산 둘레 길을 종주했지요. 5일 걸리더라고요." 

- 주민들은 어떠세요?
" 대부분 잘해주시죠. 그런데 주차 문제는 예민해요. 상가 근처에 차가 정차하면 출입에 방해가 된다고 민원이 들어와요. 민원인도 주민이고 정차 중인 차주도 주민이지요. 민원인은 '차를 이동시키라'고 하고, 차주는 '잠깐인데 그런다'고 하고 중간에서 힘들지요.

민원이 들어오면 차량에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취하고 차가 이동할 때까지 정차된 차 옆에서 기다리지요. 입주민들이 출근하는 아침 시간에는 정문을 지나는 차량이 지체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쓰지요. 건너편에 새로 지은 아파트가 입주하게 되면서 교통량이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 인터뷰를 마치려고 합니다. 더 할 얘기 있으신지요?
"기한 만료인 내년 2월까지만 근무할 겁니다. 사람이 밤에 잠을 자야 하는데 못 자니까 아주 힘들어요. 교대로 잠깐씩 눈을 붙이지만 편히 잠을 못 자거든요.

마지막 군 생활을 포천의 산정호수 근처에서 했어요. 조용한 시골마을입니다. 시골이라 집값이 싸더라고요. 조금씩 준비해 그곳에 가서 살고 싶어요. 아내는 싫어하는 눈치더라고요. 아내를 잘 설득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시골에 산다고 해도 10년 남짓 살지 않겠습니까? 나이가 들어 병원에 자주 가려면 도시로 나와야지요. "

순찰 동행

인터뷰를 마치고 순찰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오전 10시 30분, 그와 동행했다. "두 구역으로 나누어서 번갈아 순찰해요. 한번 순찰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리죠."

손에 까만 가죽으로 감싸진 면도기만 한 크기의 기계가 들려 있었다. 그 기계를 건물의 바코드가 있는 체크포인트에 갖다 댄다. '삐' 소리가 난다. 기계에 기록이 남고 나중에 근무일지와 제출을 한단다.

쓰레기 집하장에 버리는 덩치 큰 폐기물 중 배출 표지를 하지 않는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시동이 켜진 택배차량이 보인다. "어느 정도 근무하면 몇 시에 어느 차량이 들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예를 들면 신문과 우유 배달 차량은 새벽에 와요. 택배기사들은 시동을 켜놓고 배달을 하기도 해요. 소음과 매연 때문에 정차 중에는 시동을 꺼줄 것을 부탁하죠."

공동 현관에 다다르자 가구 옮기기가 한창이다. "작업이 끝나면 공동 현관의 문을 닫아야 하는데, 열어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순찰하면서 개방된 현관문을 닫는 일도 순찰 중 중요한 일이죠."

순찰을 마무리하고 정문에 도착했다. "순찰 중 주민을 만나면 꼭 인사를 하지요. 인사를 해도 대꾸가 없으면 뻘쭘해요. 인사에 답해주면 좋겠어요."

인터뷰한 지 며칠 후. 정문에서 근무 중인 신씨를 다시 만났다. 이사용 사다리차가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운전자에게 이사하는 동 호수를 묻고는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업무일지에 기록을 마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목소리에 정다움이 묻어난다. 인사를 마치고 정문 초소로 들어가는 신씨에게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순찰과 밤샘근무를 하면서 아파트를 지키는 그는 우리의 이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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