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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초등학교에서 독서 토론 첫수업시간에 둥글게 둘러 앉아 자신을 소개하며 동료들의 질문을 받았다.
 장동초등학교에서 독서 토론 첫수업시간에 둥글게 둘러 앉아 자신을 소개하며 동료들의 질문을 받았다.
ⓒ 김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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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한 거리를 달려 2일 전남 장흥군에 있는 장동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날은 장흥공공도서관에서 시행하는 '2019년 찾아가는 독서토론수업 및 일일독서토론대회' 수업을 하는 첫날이었다. 

'책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의 열쇠, 지금 찾아보세요!'라고 적힌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개념, '희망'에 대한 생각, 그리고 토의·토론이라는 용어를 거부감 없게 만드는 임무가 부여됐다.

교사가 교단의 앞에 나와 설명하고, 학생들이 교사의 말을 받아 적는 수업은 피하고 싶었다. 적어도 내가 진행하는 수업만큼은 책상을 물리고 학생들과 같이 둥글게 앉아 서로 얼굴을 마주 대하며 거리감을 좁히고 싶었다. 

5학년 8명, 6학년 4명으로 구성된 아이들이 수업 시작 시각인 오후 1시 20분보다 5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담당 선생님께 귀띔한 덕분에, 아이들 손에는 얇은 연습장과 필기도구가 들려 있었다.

오후 1시 20분부터 2시 45분까지 아이들의 시간을 빌린 만큼, 나는 독서·토론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무언가를 가르치고자 했다.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와 학습자의 배움의 행위를 구별 짓는 것을 수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토론이라는 큰 측면을 부각하는 것이 아닌 '대화'의 기초인 사람의 눈이나 미간을 보는 법, 경청하는 법 등을 아이들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내게 여덟 번의 시간을 빌려줬다. 그중 한번은 실제 토론을 하는 실습 시간이다. 시연을 위한 마지막과 연습을 위한 시간을 제외하면 아이들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나와 너의 '다름'이 이상한 것이 아닌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대화의 양상에서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은 예컨대 폭력, 혐오, 미움, 증오 등과 같이 사회 저변을 병들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면, 쉽게 판단하지 말 것을 아이들에게 주문했다. 오히려 내가 접한 장동초등학교 학생들은 어른들보다 이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친구가 말을 하고 있을 때 조용히 들어줘야 한다는 것, 수업 중에 함께 정한 규칙이 있다면 따라야 한다는 것 등이 그랬다.

한 가지 어려운 문제에 부딪힌 적도 있었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에서, 소수의 의견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가 그러했다. 이를테면 수업에서 발표 순서를 시계 방향으로 할 것인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할 것인지. 나름 절충안도 나왔다. 한번은 시계 방향으로, 또 한번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말이다. 그것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도 나왔다. 아이들은 "명확한 이유는 될 수 없지만, 지금은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때 나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충돌했을 때 사람들은 주장과 근거를 내세우는, 그것이 '토론'이라는 개념을 슬쩍 흘렸다. 아이들이 토론의 개념을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토론이라는 학술 용어를 굳이 어렵게 접할 이유가 없는 만큼, 가랑비에 옷 젖듯 아이들 마음에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 

수업명을 짓는 것부터 우리의 수업은 시작됐다. '독서토론 수업'이라는 것은 편의상 아이들의 의견 없이 어른들이 지은 것 아닌가. 아이들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이야기 시간' '인물의 시간' 등을 말했다. 나는 수업의 이름을 불러 주는 것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마다 이름을 달리 부르며, 마침내 열 번의 수업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우리 수업은 무엇이었다 정도로 아이들의 시간에 이름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이러이러하다는 정도로 말할 수 있는 훈련,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가 주어졌을 때 지금 너희들이 하는 행동이 바로 '토의'라고 말하고 싶었다.

'생각해봐'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생각'이 자연스럽게 말로 풀이되고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환경이 실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수업의 민낯을 슬쩍 보였다면, 여기에 참여할 아이들을 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이 은연중 흘리는 말과 행동은 앞으로의 수업에 있어서 진행 방향을 가닥 짓는 훌륭한 지표가 된다. '자기소개' 시간을 갖기로 했다. 

자기소개는 자신을 남들에게 설명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인물이 속해 있는 공간을 이해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날 한 아이는 교과 시간에 배운 확대 가족의 개념을 차용해 자신을 소개했다. 아이는 엉뚱하게 자신이 대가족이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는 개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족이 셀 수없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말이 가능했던 이유는 둘러앉은 아이들이 소개하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분명했다. 멜론, 수박이 좋고 정해인 배우가 보고 싶다고 했다. '키가 얼마나 되냐'는 질문에 "안 돼요"라고 능청스럽게 답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이 과정에서 다수가 앉은 자리에서 반말이나 장난스러운 어투가 나오지 못하도록 공적 언어인 존댓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도 익혔다.

민주주의라는 학습상의 개념이 아닌, 삶에서 타인의 의견에 대한 조율 방법을 배우는 시간으로 달구게 해주고 싶었던 이유는 어쩌면 교단에 선 대부분 선생님의 목표일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매 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의견을 메모하며 경청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봄볕처럼 화사하게 느껴졌다.

'교육은 미래다'는 말은 쉽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아이들이 발화하는 말들에 대한 기록은 없었다. 날것 그대로여도 좋다. 그 모든 것은 학습 이행과정일 것이다. 실수랄 것도 없다. 동그랗게 원을 치며 '너는 맞았어' 혹은 비 내리듯 찍 그은 다음 '너는 틀렸어' 하는 개념도 없다.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아이들과 고민할 거리를 슬쩍 흘리는 교사. 우리 수업은 딱 그뿐이다.

오히려 수업을 진행하기 전 염려했던 것과 달리 아이들은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 수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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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졸업. 목포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전공 석사과정. 전남지역에서 글쓰기 및 문화예술교육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