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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규영 작가, 이천시 신둔면 예스파크 내 규담요에서.
 오규영 작가, 이천시 신둔면 예스파크 내 규담요에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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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는 인류가 흙으로 개발한 최고의 하이테크(첨단기술)상품이다. 세계 문명 교류의 역사와 기술의 흐름, 각 나라의 문화를 대변한다. 한 나라의 정신을 담기도 한다. 이천시는 이러한 도자기로 33년째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천도자기축제(4.26~5.12)가 열리는 신둔면 예스파크(이천도자예술마을)에서 오규영(50. 규담요) 도자작가를 지난 3월 16일에 만났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생활자기와 화병, 오브제 등 우리나라 전통 토기의 단면을 자른 형태에 옹기토를 섞어 현대적으로 응용한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 가운데 내부는 유약을 바르고 외부는 옹기토를 발라 질감을 살린 후 그 위에 자작나무를 회화 느낌이 나도록 표현한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작품의 미세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어요. 좀 더 품격있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고 소비자의 반응을 검토하며 계속 테스트 중이에요. 일반 소비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데 불편은 없고 일반인들 눈에는 쉽게 띄지 않지만 작가는 시각적으로 문제가 있는 점을 알아보거든요. 그 문제점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  
 
 오규영 도예가는 실험을 거듭하고 점검하는 작가다. 생활자기에 자작나무를 회화기법으로 표현하고 하늘과 구름의 다양한 색과 의미를 담는다.
 오규영 도예가는 실험을 거듭하고 점검하는 작가다. 생활자기에 자작나무를 회화기법으로 표현하고 하늘과 구름의 다양한 색과 의미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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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영 작가는 작품 한 점을 시중에 내놓기까지 끊임없이 실험하고 점검하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한 까닭에 그를 아는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의 작품을 기다린다.

그는 조소를 공부하다가 흙으로 입체 조형을 만드는 게 좋았고 그 매력에 빠져 도예과에 진학했다. 그로부터 약 1년 정도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며 도자작업만 했다. 공무원인 부모님은 그가 '얼마간 저러다 말겠지' 하셨다. 또 그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셨다. 하지만 그는 도예를 평생하고 싶다며 부모님께 계획서를 보여드렸다. 도자기 작품 첫 개인전 등 앞으로 십년 후 전시 계획 등 도예가로 살아가기 위한 세부 계획서였다.     

"부모님은 저를 믿을 수 없다고 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스무 살까지 어떤 일을 시작하여 그것을 끝까지 해 낸 적이 없었거든요. 또 제가 어릴 적 살던 경북 울진에는 예술가가 드물었어요. 저희집은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고요. 근데 제가 도예를 한다고 하니까 '뭘 먹고 사려나' 하시면서 걱정이 되신 거죠. 제가 걸어가려고 하는 길이 다른 길에 비해 힘들게 보이기도 하셨고요. 그래서 십 년만 이 일을 해보고 안 되면 그만 둔다고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도예의 길에 들어서 25년이 넘도록 이어온 데는 가마에 불을 땐 첫 기억이 한 몫 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1년이 지난 어느 겨울이었다. 그는 도자 제작 과정을 온전히 혼자 하고 싶었다. 도자 기물과 유약 제작 등 도자 제작 전 과정을 혼자한 뒤 그것을 가마에 넣었다. 추운 겨울밤이 새도록 혼자 가마에 불을 때고 가마 옆에서 비닐깔고 신문지 덮고 쪽잠도 잤다. 드디어 가마 문을 열었을 때 그는 마냥 좋았다.  
 
 오규영 작가는 도자기에 나무시리즈에 이어 자작나무 시리즈를 회화 기법을
 오규영 작가는 도자기에 나무시리즈에 이어 자작나무 시리즈를 회화 기법을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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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그는 도예를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했다. 도예를 제대로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하는지 전국을 수소문했다. 그러다가 이천시 신둔면 파출소 뒤편에 있는 요장으로 오기로 했다. 하지만 요장 사정으로 인해 계획은 무산 됐다. 그 바람에 그는 은인이자 인생의 큰 스승을 만나게 됐다. 정종태, 양웅모 도예가다.

그는 부산의 장안사 부근의 전통도자 요장, 백두사 근처의 백화요에서 두 스승에게 다양한 가르침을 받았다. 흙 수비하는 방법, 약토(물토)로 유약 만드는 방법, 물레 성형, 가마에 불 때는 방법 등 전통도자 제작기법을 연마했다. 두 스승은 그들의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고 그에게 전통도자기법을 전수해줬다. 덕분에 그는 전통 도자제작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보는 행운을 누렸다고 스승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 가운데 유약 만드는 방법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산 아래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은 묵은 논이 있어요. 아침이면 그 논에 가곤 했는데 구리구리하게 고약한 냄새가 난답니다. 수십년 동안 산에서 내려온 나뭇잎이나 산야초, 논의 볏짚, 미생물 등이 흙과 섞이고 부숙되어 만든 냄새죠. 그 논의 물을 휘이 저으면 흙이 올라와 흙탕물이 되지요. 그것을 채에 거르면 미세한 입자는 가라앉고요. 그 일을 20일 쯤 한 다음 윗 물은 버리고 바닥에 남아있는 앙금을 말려요. 그것을 분말처럼 갈면 요즘 '물토'라고 하는 '약토'가 돼요. 그것을 나무재와 섞으면 독특한 색감의 유약이 된답니다."     

오규영 작가는 공창규 아이옥션대표와의 만남을 인생의 큰 전환점으로 여겼고 역시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1999년 공창규 대표를  만났는데 그때부터 2011년까지 경기도 광주시 수양2리에 위치한 도자작업장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제작했다.

작업장은 산중턱의 고즈넉한 곳에 있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 외에 하루에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할 때가 수일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대학원 논문을 쓰고 작품의 모티브도 얻었다. 어느 눈 내리는 아침, 작업장에서 산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새하얀 눈으로 덮인 나무 풍경에 매혹됐다. 그것이 발아 돼 도자작품 겨울나무 시리즈가 탄생했고 자작나무 숲 시리즈로 이어졌다. 그는 도자기에 날아가는 새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블루비(Blue B. 파랑새)시리즈도 선보였다.  
 
 도자기에 날아가는 새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작품 블루비와 달항아리
 도자기에 날아가는 새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작품 블루비와 달항아리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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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젊은 시절 머문 요장은 모두 인적이 드문 산속이었다. 작업에 치열하게 몰입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을 그러한 곳에 밀어 넣었는지 모른다.      

그는 십년 전 결혼을 하고 이천시 신둔면에 터를 잡았다. 오래전 오기를 소망했던 곳에 세월을 굽어 돌아 정착한 것이다.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으면서 그의 작품 세계는 더욱 풍성해졌다. 예스파크에 입주하고 마을 작가들과 어울리며 진정한 친구, 동역의 의미도 알아가고 있다. 손익 계산하지 않고 서로 돕는 작가들의 마음 씀씀이에 든든하고 행복하단다.

오규영 작가는 요즘 생활자기에 우리 한식을 알리기 위한 디자인,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은 디자인을 고민한다. 옹기의 질박한 느낌에 그만의 작품 세계와 현대적인 감각을 넣는 작업에도 전념하고 있다. 오래전 유명한 작가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그의 그릇을 구입해 간 분이 행복하게 사용하고 그 마음이 좋아 또 찾아오기를 바라는 꿈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행복하니 그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일부는 이천소식 4월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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