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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마치 20여 년 전 중학교 2학년 음악 시간, 선생님께서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여주셨다. 참고용으로 부분만 발췌한 게 아닌 영화 전체를 보여주신 것. 제대로 된 '영화'를 처음 본 게 아닌가 싶은 기억이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지만 지금까지도 최고의 영화로 남아 있다. 

이 영화는 장장 180분의 러닝타임으로 1984년 아카데미에서 8개 부문에서 수상한 걸작으로, 지난해 4월에 작고한 밀로스 포만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그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래리 플린트> 등의 걸작을 남긴 명감독이기도 하다. 

영화는 살리에르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설을 기반으로 쓰인 피터 셰퍼의 동명의 희곡을 바탕으로 하는데, 모차르트보다 살리에르가 주인공 격이었다. 워낙 강렬한 영화 덕분인지 모차르트의 음악 아닌 삶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천재'라는 이미지와 함께 촐랑대며 흘리는 헤픈 웃음과 비참하게 맞이한 최후 정도이다. 

<아마데우스>는 영화를 보게 되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지만 클래식을 좋아하게 되는 계기도 마련해 주었다. 물론,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듣거나 좋아하지 않아도 모차르트의 음악들은 누구나 반드시 들어봤을 테다. 하지만 정작 모차르트, 그의 삶을 들여다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만들어진 것 아닌 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조명한 콘텐츠 말이다.

그가 죽은 직후부터 그에 대한 수많은 책들이 나왔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이 그를 연구하며,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통해 그를 끊임없이 재조명하고 있다. 한 번쯤 그의 삶을 훑어는 봐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모차르트>(아르테)를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거장을 만나는 특별한 여행'이라는 테마로 기획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최신작 중 하나로, 읽기 쉽고 알기 쉽고 기억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 

천재성은 타고나는가, 길러지는가
 
 <모차르트> 표지.
 <모차르트> 표지.
ⓒ ?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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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일하며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서 친근하게 소개하는 일도 겸하는 저자는, 책의 방향을 '천재성은 타고나는지, 길러지는지'로 정한 듯하다. 모차르트 하면, 당연시하고 지나치기 쉬운 그 천재적 재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모차르트는 타고난 천재일까? 아버지 레오폴트 덕분에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일까?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진다면, 당대 봉건적 질서에 맞서고 저항했기 때문에 걸작을 남길 수 있었던 걸까? 이 질문들과 더불어 저자는 '모차르트 여행'의 목표를 모차르트의 눈부신 성공과 쓰라린 좌절, 영광과 고통으로 가득한 삶으로 잡았다. 온실 속 화초의 완벽한 음악과 삶이라는, 모차르트에 대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멀리 두고.

책은 '최초의 범유럽인'이라는 후대의 평가처럼 방대한 활동 범위를 자랑했던 모차르트의 '길 위의 인생 여정'을 따라간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나 아버지 레오폴트가 기획한 '그랜드 투어'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산 교육의 현장이자 연주 실력을 뽐낼 홍보 수단이기도 했다. 35년의 짧은 인생 중에 10여 년을 여행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 여정은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빈,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로마와 밀라노까지 망라한다. 

그랜드 투어의 총기획자이자 모차르트라는 작품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아버지 레오폴트는, '모차르트 신화'를 만들어낸 사람이자 '모차르트 신화'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발견해 계발하고 알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기에 지금의 모차르트가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를 표방하는 낭만주의적 모차르트 신화에 있어, 레오폴트에 의해 '만들어진 천재' 모차르트는 걸림돌이다. 

이 책은 모차르트를 '만들어진 천재'라고 보는 쪽이며, 모차르트의 원천 기술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재능이 아니라 거침없이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흡수력과 학습력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모차르트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이 레오폴트이다. 저자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타고난 천재 모차르트를 보며 '우리 아이를 모차르트처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만들어진 천재 모차르틑 보며 '모차르트 같은 아이가 있다면 과연 레오폴트 같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으로 말이다. 

모차르트의 '진짜' 모습

가정해보자. 모차르트에게 레오폴트 같은 부모가 없었다면? 모차르트가 일찌감치 여러 나라와 도시들을 여행할 기회가 없었다면? 이 두 가정으로도 충분히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이자 거장 모차르트를 한때 신동이었던 지역 음악가 모차르트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레오폴트가 없었다면 모차르트는 천재적 재능을 계속해서 육성받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랜드 투어가 없었다면 모차르트는 천재적 재능을 만방에 떨칠 수 없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저자는 시종일관 모차르트의 천재적 재능보다 레오폴트와 그랜드 투어의 중요성과 영향력을 설파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간과해선 안 되는 게 있다면, 위에서 주지했던 세 번째 질문이다. 모차르트가 걸작을 써낼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스무 살의 그가 고향 잘즈부르크의 봉건적 질서에 염증을 느끼고 빈에 정착하기로 결심하고 시행했다는 것이다. 모차르트라는 작품의 기획자이자 설계자이자 실행자였던 아버지 레오폴트의 바람을 뿌리치고 그의 품을 떠났기에 예술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 또한 책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차르트의 모습이다. 

모차르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하늘이 내려준 기적 vs 만들어진 천재, 성실한 일벌레 vs 경제관념 없는 악동, 봉건적 질서에 맞선 혁명가. 책은 이 모든 게 모차르트의 진짜 모습이라고 한다. 누구에게나 이중적인 모습을 갖게 마련인데, 모차르트의 경우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법 없이 두 가지 모습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공존한다는 게 특이하는 것. 후대에 덧씌운 이미지들이 층층이 쌓여가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가늠하기 힘들어진 면도 있다 하겠다. 

그리고 모차르트를 둘러싼 이들의 '진짜' 모습 또한 무엇이 진실일까. 악녀 부인 콘스탄체, 모차르트를 시기질투해 독살한 살리에리. 책은 둘 다 신빙성이 적다고 판단한다. 과연 콘스탄체가 음악에 대해 무지하고 영리하지 않으며 남편에게 충실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콘스탄체는 모차르트의 <C단조 미사> 초연 당시의 성악가로 추정되고, 그녀 덕분에 모차르트는 바로크 음악의 매력에 눈을 뜰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가 부당한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건 모차르트 사후 재혼했다는 사실 때문인데, 그들 부부는 모차르트 전기를 출간하기도 했던 바 그녀가 모차르트에게 충실하지 않았다는 것도 어불성설에 가깝다. 

한편, 살리에리는? 모차르트가 빈에 정착한 후 살리에리와 경쟁 관계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험담을 퍼부은 쪽은 살리에리가 아닌 모차르트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는 한편 그들은 경쟁뿐만 아니라 협력하는 관계였기도 하다. 또한 최근에는 그들을 빈 궁정 음악계의 신구 파트너 관계로 보는 학자들도 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관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있었는데, 2015년에 발견된 악보로 동료 성악가의 복귀를 축하하는 무대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함께 작곡했다고 한다. 진상 규명과 함께 명예 회복이 필요한 이는 모차르트가 아닌 살리에리가 아닌가.

들을 것도 많고(626곡에 이르는 작품), 연구할 것도 많고(모차르트를 둘러싼 수많은 진실과 거짓), 생각해볼 것도 많은(축조와 해체, 재건축의 과정을 밟아왔고 앞으로 밟을 모차르트) 모차르트의 삶과 음악. 이 <모차르트>라는 한 권의 가벼운 책으로 완벽히는커녕 조금도 들여다본다는 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모차르트에 대해 무지했던 필자를 포함 많은 이들이 손쉽게 최소한 무지에서는 벗어나게 도와주는 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모차르트 - 천재 작곡가의 뮤직 로드, 잘츠부르크에서 빈까지

김성현 지음, arte(아르테)(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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