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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에 나는 코스닥에서 거래되는 종목으로, 닭고기 브랜드로 이름난 H 업체의 주식을 샀다. 2만 원대의 공모가로 상장되었으나, 시장에 올라오자마자 약세를 면치 못하던 종목이었다. 주가는 내려갔지만, 브랜드가치는 견고했고, 재무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나는 주식투자로 유명한 워렌 버핏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의 성공을 본받고 싶었다. 워렌버핏의 투자법은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한 후, 주가가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넘어섰을 때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는 이런 방법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

당시 H 업체는 내 눈에는 세상이 알아봐 주지 않는 보석 같은 회사처럼 보였다. 주가가 내려가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조만간 안정을 찾고, 또 조금만 기다리면 원래 공모된 가격보다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크게 망설이지 않고, 결코 적지 않은 돈으로 H 업체에 투자했다.

하지만 주가는 내가 투자한 뒤에도 멈추지 않고 떨어지기만 했다. 더욱이 작년 한 해 동안엔 글로벌 경기가 침체를 겪으며, 국내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결국 H업체의 주가는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반 토막이 나서야 겨우 반등했다. 나는 그저 손쓸 도리도 없이 내 돈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 써서 특별한 주식 책

<나의 주식투자 생존기>의 저자인 '불고기벅어'도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워렌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위대한 투자가도 아니고, 증권과 재무에 해박한 전문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적은 자본으로 큰 성공을 거둔 수퍼개미도 아니다.

대부분의 일반인과 다를 바 없이 주식을 해서 돈을 벌기보단 잃은 경험이 더 많으며, 특별한 통찰이나 재능이 아니라 보통 수준의 머리로 주식투자에 도전해 온 사람이다. 그나마 다른 점이 있다면 네이버에서 주식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1억원 정도의 목돈을 주식을 해서 버는데 성공했다는 게 전부다.

하지만 일반인이라도 이 정도의 돈을 번 사람은 적지 않다.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방문자는 별로 없는 거 같았다. '불고기벅어'는 정말 평범한 사람이고, 그가 쓴 <나의 주식투자 생존기>도 평범한 사람이 주식을 하며 겪은 일들을 윤색없이 솔직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게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나도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불고기벅어'가 쓴 <나의 주식투자 생존기> 표지
 "불고기벅어"가 쓴 <나의 주식투자 생존기> 표지
ⓒ 갈라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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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에는 하염없이 떨어져 가는 주가 그래프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H업체에 투자한 내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이것은 특별하게 돈도 없고 지식도 없는 일반인이 주식에 투자했을 때 흔히 겪을 수밖에 없는 아주 평범한 실패이다.  

'불고기벅어'도 주식에 겁 없이 뛰어들어 큰 실패를 맛보았고, 한강에 뛰어들고 싶은 비참한 경험도 했다고 한다. <나의 주식투자 생존기>에는 저자가 주식투자를 알게 되면서부터 경험한 일들과 실패를 딛고 가치투자자로 거듭나게 된 일대기가 쓰여 있다.

그리고 책 말미에는 저자가 경험과 공부를 통해 구축한 투자 방법에 대해 실려있다. 종목을 선정하고, 매수와 매도를 결정하는 기준과 무엇보다 중요한 대원칙, '안전한 투자'가 무엇인지 설명해 놓았다. 결코 어려운 공식이나 이론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라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쓰여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종합해본 주제는 이렇다. 개미투자자가 주식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란 한 가지밖에 없다. 탐욕을 버리고 회사의 가치를 진지하게 평가해 투자한 뒤 시간을 친구로 삼으라는 것이다. 겸손과 기다림의 원칙 외에 일반인이 정글과 다를 바 없는 증권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 달리 있을까.

내게는 기다림이란 궁극의 투자법이 있다

H업체의 주식은 반 토막이 났지만 나는 손절하기 보담 좀 더 사 모을 기회로 보기로 했다. 현재 주가가 장부상의 가치보다도 낮고, 회사엔 현금이 넘치며, 해마다 흑자가 나는데 기다리면 안 오를 리가 없다. 회사의 내재가치가 주가보다 높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기에 나는 기다릴 수 있다.

주식투자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주식에 돈을 넣고 내려가는 주가에 전전긍긍하는 사람, 뜻하지 않은 수익을 봐서 평정을 잃은 사람, 어디에나 있을 개미투자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태그:#나의주식투자생존기, #주식투자,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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