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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적이 오늘의 협상파트너가 됐다. 27일~29일 실무회담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성 김 주 필리핀 미국대사(미국 측 실무진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북한 측 실무진 대표) 이야기다. 28일 현재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북미 실무회담을 진행 중인 두 사람은, 과거 2016년에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북한 비핵화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 적이 있다.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발사 탓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뒤 잠시 좌초되는 듯했던 북미정상회담이 28일 빠르게 재가동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오전(한국시간) 본인 트위터를 통해 "우리 미국 팀이 김정은과 나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에 도착했다"라며 이를 공식 확인한 바 있다. 북미는 특히 북한 비핵화 등 의제를 판문점에서, 의전(경호) 문제를 싱가포르 현지에서 준비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27~28일 기자들과 만나 각기 한 발언을 종합하면, 결국 북미정상회담 성패는 현재 판문점에서 열리는 북미 간 비핵화 방법의 실제 합의안에 달려있다. 북미 양측은 그간 둘 다 '완전한 비핵화'를 말해오면서도,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실무자들이 만나 이를 조율한 적은 없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북미회담이 성공할 경우, 문 대통령이 말한 '남북미 3자 종전선언'도 이뤄질 수도 있다(관련 기사 보기).

문 대통령도 앞서 27일 "북미 간 의제에 관련한 실무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공도 달려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중요한 실무회담의 대표자로 미국은 한국계 미국인인 성 김 대사를, 북한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보낸 셈이다. 양측 모두 외교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들을 비핵화 의제 조율자로 내세운 셈이다.

'미국 내 한국통' 성 김 대사, '북한 내 외교 실세' 최선희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북미 실무회담이 북측에서 열린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며 "북한은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실무회담에 참가한 미국 측 협상단 대표 한국계 성김(왼쪽)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2016년 9월 13일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2017년 10월 20일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한 모습.
▲ 트럼프, 북미 실무회담 확인 "미국팀, 정상회담 준비 위해 북한 도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6·12 북미정상회담 개최 준비를 위한 북미 실무회담이 북측에서 열린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며 "북한은 언젠가는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번 실무회담에 참가한 미국 측 협상단 대표 한국계 성김(왼쪽)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지난 2016년 9월 13일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는 모습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2017년 10월 20일 모스크바 비확산회의에 참석한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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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 필리핀 미국대사로 활동 중인 성 김 대사(1960년생)는 한국 서울에서 태어나 1970년대 미국에 이민한 한국계 외교관이다. 로스쿨 졸업 뒤 검사로 일하다가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했다. 그 뒤 주로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하다가 주한 미국 대사관 정무참사관(2002년~2006년), 미 국무부 한국 과장(2006년~2008년)을 거치며 한반도 이슈를 다뤘고, 북한에도 10차례 이상 방문했다고 한다.

특히 성 김 대사는 2000년대 중반, 비핵화를 논의하는 6자회담(한국·북한·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6개국 회담)에서 미국 특사로 활동하며 북핵 이슈를 접했다. 2011년~2014년엔 주한 미국 대사관으로 임명돼 첫 '한국계 미국 대사'로 이름을 알렸고, 2014년 10월 북핵 문제를 총괄하는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로도 임명됐다. 즉 북핵 고도화를 이해할 수 있는, 미국 내 '한국통'인 셈이다. 

북한 대표로 협상장에 나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북한 내 외교권 실세로 알려져, 최근 모습을 계속해 드러내며 대미 협상 창구로 활동 중이다. 1964년생으로 알려진 그는 과거 오스트리아, 중국 등에서 유학생활을 했으며 뛰어난 외국어 실력 덕에 1980년대부터 외무성에 근무했다고 한다. 근 30년간 외교계에 몸담은 셈이다. 앞서 6자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 통역을 맡았던 그는 지난 3월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했다.

특히 북한이 최 부상을 회담 대표로 보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 부상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에서 취소 이유로 거론한 '노골적인 분노' 성명을 쓴 당사자다. 그는 지난 24일 담화에서 미국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 비난하며 북미정상회담 재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그를 협상파트너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미국에 그만큼 강한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회담 취소 사유였던 '최선희 부상' 협상파트너로 받아들인 이유는

북미 간 실무협상장에 강경파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아닌, 비교적 온건파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관계자들이 나섰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판문점 협상장에는 성 김 대사 뿐 아니라 앨리슨 후커 백악관 NSC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담당 차관보 등이 투입됐다. 슈라이버 차관보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당시 동행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으며, 두 인사 모두 북한 접촉 경험이 있다.

오는 6·12 북미정상회담까지 약 2주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이들이 진행하는 북한 내 비핵화 의제 조율·합의가 얼마나 근접하게 이뤄질지, 북미 양측이 모두 만족할 정도의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의전·보안 등 싱가포르 실무회담에 미국 측은 조지프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정은 일가 집사'로 알려진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대표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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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북미정상회담, #성김, #최선희, #판문점 실무, #비핵화 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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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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