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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가 페이스북 코리아에 의해 통보 없이 삭제되었고 1141명의 연서명을 받아 복구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알려지며 사건을 다룬 기사들에는 성판매 이슈에 대한 반감과 몰이해에 기반한 성판매자/성노동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기획을 통해 각 필자는 당시 달린 악플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하나씩 답변합니다. -기자말

1편 성판매 여성은 '#미투'를 외칠 수 없다는 당신에게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에 달린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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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 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석방되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뇌물 등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전형적 정경유착을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최고 권력자인 박 전 대통령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겁박해 뇌물로 나아간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는 1심의 판결과는 사뭇 다른 온도를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2017년 2월 17일에 구속된 이후, 353일 만에 석방되었다.

2017년 직접행동으로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만들어낸 우리 모두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이 부회장은 석방된 걸까. 이 사회에서는 어떤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처리될 수 있을까. 이 사회는 무엇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을까. 이 사회는 누군가를 '범죄자'로 만들 때 어떤 절차를 밟기에 이 부회장은 석방된 것일까?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해 자신의 이득을 불린 자가 석방됐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서는 누가 범죄자가 되는가?

국가에 의해 범죄자가 될 뻔한 적이 있다. 경찰서에 가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2016년 9월, 대전 지역의 한 대학에 '건강한 사회를 위해 동성애를 반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나는 성소수자다. 이 현수막을 철거하라고 건의한 학생에게 학교 측은 조롱으로 답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항의 캠페인을 진행했고, 현수막은 철거됐다. 그걸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학교 측의 신고로 나는 피고인이 되고 말았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법은 멀다. 제대로 변호사를 선임할 만한 돈은 없었고,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당황하며 인터넷을 검색했다. 아주 짧은 무료 상담을 받았다. 결국 전과가 없어 처벌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부터 경찰에게 요주의 대상으로 찍혔다. 그 후에 다른 집회에 참가하지 않았는지, 대전 지역에서 열리는 집회 관계자인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그 이듬해 4월에도 나는 시위를 했다. '장미대선'을 치른다고 모두들 기쁨에 들떠 있던 어느 날, 한 성소수자 군인이 구속됐기 때문이다. 그는 'A대위'로 알려져 있다. 많은 이들이 군형법 추행죄 92조 6항을 알게 되었다.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법은 이성간의 항문성교는 처벌하지 않는다. 동성 간의 성관계만을 처벌한다.

나는 여성에게 성적 끌림을 느낀다. '여성 성소수자'를 낭만화할 때 흔히 그렇게 하듯, 친구와 친구 사이의 우정으로 포장된, 성적인 이미지가 탈색된 사랑을 원하는 게 아니다. 나는 여성과 성적인 친밀함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함께 나누고 싶다. 하지만 이 사회는 이성애 관계, 혼인 관계, 일대일 관계, 출산이 보장된 관계 등을 '정상성'의 위치에 둔다. 이외의 것은 비정상적인 관계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들은 낙인이 찍히고 통제 당한다. 이런 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병리적인' 사람들이다. 동성 결혼은 '불법'은 아니지만, 법제화된 것은 이성혼뿐이기에 나와 같은 사람들은 결혼으로 맺어지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도 없다. 나는 이 사회에서 '이등시민'이다.

이런 식으로 낙인찍히는 존재들을 또 알고 있다. 성판매자들이다. 존재 자체가 불법인 사람들. 비정상적이고, 비도덕적이고, 더럽다고 불리는 사람들. 사람들은 성소수자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으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을 무너뜨린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성판매자 역시 여러 남자에게 대주어 서로에게 충실한 일대일의 이성애 가족으로 이루어진 사회 질서를 유린한다고 비난한다. 성소수자와 성판매자에 대한 낙인은 일대일의 이성애 정상가족을 헤치는 주범으로 연결된다. 실제 삶에서도 성소수자와 성판매자의 지위는 긴밀하게 연결되는 일이 많다.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지 관리자 이소희씨도 스스로를 성소수자라 밝혔다.

홈리스 청년 중 4분의 1 이상이 LGBT이며, 더 많은 수는 빈곤 속에 살거나 고용의 차별을 받는다. 트랜스젠더의 경우가 특히 심하다. 사회의 편견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부족해서, LGBT, 특히 트랜스젠더는 소득을 성노동에 의지해야 할 가능성이 더 높다. Stephanie Farnsworth, 〈성소수자와 성노동자 인권이 함께 가는 이유〉, 2017년 04월 19일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게시.

묻고 싶다. 왜 우리는 불법화되는가? 개인들의 섹슈얼리티를 국가권력의 통제 하에 두는 것이 옳은가? 국가의 섹슈얼리티 통제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성판매자를 범죄화 하는 것은 더 문제다. 사회적 소수자들은 사회의 가장자리로 내몰려 있다. 높은 확률로 경제적 약자다. 이 상태에서 범죄자라는 낙인마저 찍힌다면 더욱 취약한 자리로 내몰리게 된다. 법은 무엇일까? 법은 못 가진 사람들이 낙오되게 부추기라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학교에서 '법규범의 이해'라는 과목을 들었다. 궁금했다. 나는 내 존재를 지우지 말라고 항의했다가 전과자가 될 뻔했다. 어떤 사람은 먹고 살다 보니 범죄자가 된다. 과거부터 국가는 온전히 '합법적'인 방법으로 억울한 사람들을 무수히 만들어 냈다. 합법은 무엇이고, 불법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수업에 따르면, 법이란 "법에서 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제정한 강제력을 수반하는 모든 사회규범"이다. 사회규범이란 "어떠한 행동을 하거나 판단을 할 때 마땅히 따라야 하는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따라서 이를 종합하면, 법은 "우리가 구성원으로서 생활하고 있는 국가생활공동체 내에서 추구하는 목적의 달성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 구성원 모두가 지키고 따라야 할 기본원칙 기본질서"다.

하지만 이쯤에서 다시 질문이 생겨난다. 법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나? 이 사회 질서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유지되나? 이 사회를 이대로 유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과거에는 공무원이 만만한 직업이던 시절도 있다고 하지만, 시대가 달라져버려서 말단 공무원만을 하려고 해도 몇 년씩을 온전히 학원에 다니며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법을 만드는 과정에는 행정 각 부처가 참여한다. 이 부처들의 공무원은 누가 될까? 이는 수험생활의 과정을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집안 자식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정규교육과정에 사교육까지 잘 거친 엘리트가 태반일 것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의견 수렴 과정이 있다고는 하지만, 여기에 참여할 만큼 여유가 있고 생활이 안정되어 있는 계층은 일부일 것이다. 법은 결국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게 될지를 묻고 싶다.

이미 만들어진 법을 지키기 위해 쉽게 법조인의 도움을 받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 법의 허점을 파악해서 처벌을 잘 피해나갈 수 있는 사람 역시 어떤 사람들일지 질문해야 한다. 당황하던 과거의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결국 기울어진 사회에서 범죄자는 가난하고 덜 배운 사람, 그래서 자신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도 잘 알 수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실을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법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고, 있는 현실을 기반으로 세상이 나아질 방법을 모색하고 싶다. 하지만 누군가 불법을 저질렀다고 비난하기 전에, 그 근본적인 그림을 파악해야 하고, 모두의 삶을 포용할 수 있게 법 역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법도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사람이 만든 '실정법'은 절대적으로 옳은 게 아니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기득권의 필요에 따라서 실정법은 변하기도 했다. 성매매는 늘 불법이었는가? 그렇지 않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국가가 성매매를 관리하고 장려했다.

흠흠, 에 여러분은 애국자입니다. 용기와 긍지를 갖고 달러 획득에 기여함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에, 저는 여러분과 같은 숨은 애국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미국 군인들이 우리나라를 도우려고 왔으니 그 앞에서 옷도 단정히 입고, 그 저속하고 쌍스러운 말은 좀 쓰지 마세요. - 김연자, 〈아메리카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전까지 악을 쓰다〉, 삼인, 2005

2017년의 성판매자는 불법인 존재지만, 이때는 '애국자'였다. 1980년대까지 성판매자는 주한미군 철수를 막고 달러를 유치하고자 하는 정부에 의해 '민간 외교관', '달러를 벌어들이는 애국자', '달러벌이 역군'으로 불리곤 했다.

정부는 미군기지 인근에 성매매를 허용하는 특수 지구를 설치해 직접 성판매자들을 관리했다. 인신매매된 여성들은 기지촌을 탈출해서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이 탈출한 여성을 포주에게 직접 데려가는 일도 있었다. 당시는 '멍키 하우스'라는 수용소가 있었는데, 이 곳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 성병에 걸렸다고 미군들로부터 지목 당한 여성들을 보낸 곳이다. 수용소에서는 섬세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성들은 적정량보다 과한 약물을 투여 받고 쇼크로 사망하곤 했다.

이에 국제적인 비난이 있었고, 정부가 포주 역할을 하던 시대가 갔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식 명칭은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성판매자를 구조적 피해자로 보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니까, 성판매자를 그저 "범죄자"라고 비난하기 전에 성산업 자체를 성, 인종, 경제적 계급, 구조적 불평등에 기반한 착취의 장으로 본 것이다. 성판매자는 이런 성산업에 유입되기까지 사회구조의 영향을 받는다는 현실에 주목하고,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법 적용이 그리 이상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성판매자는 여전히 성매수자에 비해 더 많이 처벌받는다. (2013년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7부터 2010년까지 3년 간 성판매자가 실제 기소된 비율은 23.2%였지만, 성매수 피의자 기소율은 17.3%에 그쳤다.) 반면 법률 제정 당시의 의도처럼 피해자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결국 법은 성판매자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둘을 대하는 사회의 온도도 다르다. 성 매수는 남성들 사이에서 '한 번쯤 해 볼 수 있는 것'이고, 범죄라는 인식이 적다. 성 매수 사실이 알려져도 커리어에 지장을 받는 일은 없다. 탁현민 행정관은 《상상력에 권력을》이라는 저서에 〈나의 서울 유흥문화 답사기〉라는 챕터를 넣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성매매 경험과 여성의 성상품화에 대한 글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별 무리 없이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성판매자들은 가차 없이 불법인 존재가 되고, 사회 안전망에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된다. 경찰 단속에 걸렸을 때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을 못 받으면 성매매 여성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다시 단속에 걸려 재범, 3범이 되면 벌금형을 받는다. 그리고 여성들은 이 벌금을 지불하기 위해서 다시 성매매를 한다. (나랑, 〈 구매자보다 성매매여성이 더 많이 기소돼: 성매매방지법 시행 10년, 쟁점과 대안〉, 《일다》, 2014년 9월 23일, 2018년 1월 2일 검색.) 즉, 이 법은 성판매자가 직업적으로 '이주'하게 돕고 이를 통해 성산업을 축소시키려는 원래의 의도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 성판매자를 사회에서 분리하고, 도리어 성산업에 종속시키고 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성매매 그 자체가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고 싶진 않다. "그래봤자 너흰 범죄자야"라고 얘기할 것이라면, 그 범죄는 누가 저지르게 했는지, 그 범죄를 눈감아 온 것은 누구인지, 그 범죄에 돈을 쓰면서 가담한 사람은 누구인지, 이런 범죄 현장을 적극 만들고 부추기는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질문 역시 꼭 던져져야 한다. 성판매자를 범죄자라고 비난하는 일은 이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가?

성판매자에게 "너희는 범죄자"라는 말을 던지는 것은 즉각적인 혐오다. 자신이 지금 내뱉는 말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 좋겠다. 법은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다. 법을 비난의 도구로 생각없이 휘두르는 순간, 법 밖에 실재하는 고민과 이야기는 갈 곳을 잃게 된다.

합법과 불법 프레임으로 현실을 재단하다가 방향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이 사회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범죄로 규정하는지, 이러한 법은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함께 고민하고 싶다. 현행법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가진 자들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시위를 통해 대통령을 탄핵시킨 경험이 있다. 국가권력에 맞섰다. 법이 쳐 놓은 울타리를 넘어 질문하고 도전했다. 사회를 변화시켰다. 한편 나는 정부를 비판했던 많은 이들이 구속되어 범죄자가 된 역사도 기억한다. 법 안에서 공권력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점점 더 밀어냈다. 다시 질문하고 싶다. 오직 법이 정한 '범죄자'라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범죄자의 말하기라는 것이 발화자의 메시지를 왜곡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성판매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 더 다양한 각도로 생각을 뻗어나가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이를 위해 성매매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국가별 정책을 간략히 정리한 표를 소개한다.

성매매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국가별 정책
 성매매 이슈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국가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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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책 <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의 3장 글을 토대로 일부 변경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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