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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만남, 우리의 이별 그 바~래진~ 기억에 ♬♩

엇, 내가 아는 노래다. 나얼의 <바람기억>이다. 나얼의 노래는 처음 들었을 땐 별 감흥이 없는데, 반복해서 들을수록 좋다. 사람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반복해서 보고 듣고 했을 때 질리지 않아야 한다.

퇴근버스는 수원역에 내려준다. 수원역 버스정류장 옆에는 꽤 넓은 무대가 있다. 집회가 열리기도 하고, 가수지망생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날이 추워지면서 도전자가 없었는데, 오늘은 노래가 들린다. 젊은 청년이다. 헌데, 무대 왼쪽에 일행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를 제외하곤 관객이 없다.

아무런 악기 반주 없이 목소리만으로 노래한다. 속으로 조용히 따라 부르는데 자꾸 귀에 거슬린다. 삑사리가 날 것 같다. 듣는 이가 긴장된다. 무대 경험이 없으니 큰 용기를 냈을 것이다. 입이 얼고 손이 시린 악조건에서 관객이라도 있었다면 덜 추웠을 텐데 안타까웠다. 관객이 있었으면 신이 나서 더 실력 발휘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등 떠밀지는 않았을 테고, '어떤 열정이 저이를 그 자리에 서게 했을까?' 궁금해진다.

'대학생일까? 고등학생일까?', '끼가 없는건 아닐까', '자신의 길이 맞을까', '어쩌면 오늘이 첫 번째 무대인지도 모르잖아' 조심조심 생각해본다. 경험이 필요한 도전자인 건 인정하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근데 일반인이 부르기에 나얼 노래는 좀 어렵지 않나?' 선곡에 실패한 요인으로도 위로해본다.

귀로는 아마추어 노래를 듣고, 눈으로는 버스를 기다린다. 도전자는 열심히 꿋꿋하게 부르는데, 왜 내 얼굴이 빨개질까. 소름도 돋고. 부끄러움은 관객의 몫인가 보다.

<비긴 어게인>이란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꼬박 챙겨볼 정도는 아니고, 내용이 궁금해서 한두 편 봤다. "과연, 나의 노래는 외국에서도 통할까?"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해외로 떠난 프로가수들의 버스킹 도전기가 주된 내용이다.

한국에서야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가수들이고, 실력 또한 모두가 인정하는 그들인데도 낯선 외국인들 앞에서 하나같이 떨고 긴장했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하는 모양이었다. 초심을 생각나게 하는 그들의 인터뷰도 간간이 섞여있다. 노래와 이야기, 여행지에서 보낸 일상을 잘 버무려 스토리를 완성해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아마추어 시절이 없거나 짧았을 것 같은 착각이 있다. 그러나 준비과정 없이 급하게 성공반열에 오른 사람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성공한 상태가 오래 유지되는 사람은 그만큼 내공이 강하고 준비된 사람이란 뜻이다.

그래서 화려한 성공자들의 뒤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은가 보다. 고통의 시간과 흘린 땀, 눈물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어 줬을 테다. 바라보는 우리는 종종 오해한다. 엄친아이거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그런 자리에 올랐을 거라고 착각한다.

최선의 노력을 다 하지 않은 나의, 우리의 변명은 아닐까. 나의 정신건강을 위한 합리화는 아닐까.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중복 게재합니다.



태그:#버스킹, #부끄러움, #도전, #나를 위한 합리화, #프로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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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을 꿈꾸지만, 매번 바른생활의 삶. 하고 싶은 걸 하며 살고 싶다. 하고 싶은게 뭔가는 아직도 찾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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