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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거치된 세월호 앞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의 수색 종료 방침을 수용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 16일 오후 전남 목포 신항만에 거치된 세월호 앞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의 수색 종료 방침을 수용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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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시간 보냈지만, 이해한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가 지난 17일 세월호 선체에서 뼈 한 점을 발견하고도 이를 말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의 이철조 전 본부장·김현태 전 부본부장의 진심을 믿고 이들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남현철·박영인 학생, 양승진 교사, 권재근·권혁규 부자 등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은 27일 경기도 안산에 모여 이른바 '세월호 유해 은폐'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보도 이후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가족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가족들은 뼈 한 조각을 찾기 위해 3년 7개월을 기다린 사람들"이라며 "장례 하루 전에 뼈를 발견했더라도 해수부 세월호 현장수습본부는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려 줬어야 한다"라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본부장과 김 전 부본부장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가족들은 이번 사안을 '악의적 은폐'가 아니라고 믿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유해가 발견된 곳은 이미 수색이 진행된 곳"이라며 "장례식을 앞둔 우리에게 유해 발견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것을 악의적 은폐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수습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해 발인 이후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는 두 사람의 해명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라며 "두 사람을 이해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가족들은 두 사람에 대한 논란보다 중요한 건 세월호 수색과 선체 직립, 진실규명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저희가 목포신항에 더 머무르지 않겠다는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이와 별개로 아직 세월호 수색이 마무리된 건 아니다"라며 "미수습자 수색 작업은 계속돼야 하며 선체 직립과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이어져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격려와 관심에 감사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느끼고 있다"라며 "큰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을 이해해달라"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세월호 마지막 네 가족의 입장 전문이다.

<'세월호 유해 은폐' 관련 세월호 미수습 5인 네 가족의 입장>

국민 여러분,

지난 18~20일 '세월호 마지막 장례식'을 치르고 이제 조용히 세월호 수색 및 진상규명을 기다려야 하는 저희가 다시 국민 여러분께 메시지를 내놓게 됐습니다. 발인 이틀 후인 22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른바 '세월호 유해 은폐' 사건에 대한 저희의 입장을 내놓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3년 7개월 동안 느낀 건 '말이 언제든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저희 가슴 깊숙이 꽂힌 적도 있고, 때론 저희가 내놓은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메시지를 내놓는 지금도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보도가 나온 후 저희는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지금 이 순간까지 고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선 17일 장례를 하루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더라도 세월호에서 유해가 발견됐다면, 해수부 세월호현장수습본부는 저희에게 최우선으로 알려야 했습니다. 그것이 순리입니다. 때문에 해수부 세월호현장수습본부가 17일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에 유감을 표명합니다.

다만, 저희는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고 있는 이철조 본부장과 김현태 부본부장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유해가 발견된 폐지장물은 세월호에서 이미 수색이 진행된 곳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장례식을 앞둔 저희에게 그들이 유해 발견 사실을 설명하지 않은 것을 악의적 은폐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목포신항에서 그들과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저희는 두 사람이 했다는 "미수습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해 발인 이후 유해 발견 사실을 알리려고 했다"는 해명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이미 '시신 없는 장례'까지 치른 저희가 무엇이라고 더 이해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두 사람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희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아래의 내용입니다. 저희가 목포신항에 더 머무르지 않겠다는 힘든 결정을 내렸지만, 이와 별개로 아직 세월호 수색이 마무리된 건 아닙니다. 선체 직립이란 눈앞의 과제가 남아 있고, 이후에도 미수습자 수색 작업은 계속돼야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이러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해수부를 비롯한 정부는 이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주길 바랍니다. 다시는 이 땅에 이런 고통이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국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세월호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꼭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국민 여러분,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번 사태를 겪으며 국민 여러분이 보내주신 격려와 관심에 감사하고 죄송스런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어려운 부탁을 드립니다. 큰 고민 끝에 내놓은 저희의 결론을 이해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17. 11. 27. 
세월호 미수습자 5인(남현철·박영인·양승진·권재근·권혁규)의 네 가족 일동



태그:#세월호, #미수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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