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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이 살고 있는 곳에 반려동물 서점을 열었습니다. 길고양이가 사는 곳을 골라 서점을 차린 건 아니고 차리고 보니 길고양이가 사는 곳이었습니다.

오픈 첫날부터 스스럼없이 서점 안을 걸어 들어오더니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의자 쿠션 위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는 고양이, 동네에서 덩치도 가장 크고 나이도 많은데 동네 사람들에게 '야옹~' 거리면 대답도 잘해주는 고양이, 5:5 가르마 무늬가 매력적인 고양이, 둘이 형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닮은 고등어무늬 고양이와 치즈색 무늬의 고양이, 눈빛에서부터 겁쟁이라고 말하는 듯한 젖소무늬 고양이, 조로 가면이 떠오르는 얼룩무늬를 가진 고양이 등 각자의 매력과 성격을 가진 6~7마리의 고양이들은 자기들 영역에 낯선 이가 들어온 게 낯설고 궁금한 지 번갈아 가며 서점을 다녀갑니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길고양이 출신입니다.

서점을 찾아오는 귀한손님들
▲ 길고양이 서점을 찾아오는 귀한손님들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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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보다 빌라가 많은 주거지역이고 도시화 작업이 아직은 다 이뤄지지 않은 옛 동네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터라 길고양이들이 많이 보이는 거라 생각됩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고 길고양이 돌봄이도 해본 적 없어 길고양이들을 가까이서 볼 일이 드물었는데 요즘 들어 길고양이들과 자주 만납니다. 그러다 보니 고양이의 묘한 매력도 알아가고 있습니다.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요염한 자세로 털을 고르기도 하고 동료 고양이에게 얼굴과 몸을 비비기도 합니다. 꼬리를 말아 앞다리에 얹고 발을 덮기도 하고 저를 향해 솜방망이를 날리기도 합니다. 택배상자 위에 올라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고 엄연히 자기 집이 있음에도 서점 안에서 살다시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고양이의 묘한 매력과 함께 고양이와의 묘한 인연도 쌓아가는 중입니다.

이렇듯 서점에 들어와 사람과 가까이 하며 사료도 먹고, 낮잠도 자고, 장난감과 놀다 가는 고양이가 있는 반면 사람을 경계하며 가까이 오지 않는 고양이들도 있습니다. 차 밑에 웅크리고 앉아 서점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지만 안으로 들어오진 않습니다.

쳐다보는 눈이 애처로워 차 밑에 밥과 물을 넣어주면 그때야 허겁지겁 먹고 홀연히 사라지곤 합니다. 그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길 위의 힘든 삶은 꿋꿋이 버텨내는 모습이 대견해 응원도 하게 됩니다. 어느 쪽이 더 편안한 고양이의 삶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길고양이들 각자가 선택한 삶을 살 뿐.

다만, 양쪽 모두 보호받아야 하는 생명이고 우리는 그들의 삶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도시화 계획으로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온 고양이들은 떠밀리듯 다른 곳으로 쫓겨납니다. 안정적으로 먹이를 구할 수 없어 늘 굶주려야 하고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도 받아내야 합니다.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으니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하는 게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입니다. 예전부터 인간과 함께 공존하며 같은 영역에 살아온 동물인데 길고양이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이쁘고 사랑스러운 생명들이 인간의 욕심 때문에 사지로 내몰리며 인간과 멀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예쁘고 오래 보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길고양이들의 사진과 2컷 만화를 실은 <길 고양이를 부탁해!>라는 책을 보며 길냥이들의 매력을 느껴보세요. 책속의 사진과 만화를 통해 길냥이들의 애환을 보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미나미하바 슌스케 사진/나가타니 센 만화
▲ 묘생만화:길고양이를 부탁해 미나미하바 슌스케 사진/나가타니 센 만화
ⓒ 심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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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고양이를 키우는 인구수가 많은 일본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 즉 '공존'과 '공생'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습니다. 집고양이 길고양이 따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고양이 자체의 삶에 집중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전에는 해본 적 없는 걱정을 요새 합니다. 서점을 찾아오는 이 고양이들은 날도 추워지는데 어디서 밤을 보낼까? 제대로 된 집은 있을까? 그곳이 안전한 곳이긴 할까? TNR(길고양이를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을 한 뒤 다시 방사하는 사업)은 어떻게 하는 거지? 걱정과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천천히 배우며 알아가려고 합니다.

물론 저 없이도 잘 살고 있던 애들인데 저 혼자 괜한 걱정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눈에 안 보이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오늘 밤도 무사히 보내고 내일 다시 만나길 기도하며... 혹시 퇴근길에 길고양이를 만난다면 인사 한번 건네주세요.

'날도 추운데 씩씩하게 잘 버텨라.'

오늘 만난 길고양이를 내일 또 만난다면 더 정답게 인사해주세요. 그렇게 하루하루 길고양이들과 만나며 인연을 쌓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게 되고 길냥이들과 각별한 사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을 위한 반려동물 전문서점 <동반북스>의 지기입니다.



묘생만화 : 길고양이를 부탁해 - 고양이 2컷 만화

나가타니 센 그림, 류순미 옮김, 미나미하바 슌스케 사진, 페이퍼스토리(2017)


태그:#길고양이, #길냥이, #묘생만화, #길고양이를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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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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