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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팩 초프라와 루돌프 탄지의 〈슈퍼유전자〉
▲ 책겉표지 디팩 초프라와 루돌프 탄지의 〈슈퍼유전자〉
ⓒ 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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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질병은 유전된다고 믿고 있죠. 부모가 당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질병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의 5% 이하만 실제로 대물림 되는 영향을 일으킬 뿐, 나머지 95%는 얼마든지 활성변화에 따라 유전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하죠.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특정 질병에 걸릴 때, 다른 한 명도 15년 안에 동일한 질병에 걸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사실은 아주 간단한 셈이다. 일란성 쌍둥이 수백 쌍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쌍둥이 중 한 명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때 두 명 모두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79%라고 했다. 똑같은 유전체를 가졌어도 나머지 21%는 생활방식이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심지어 파킨슨병의 유전율은 불과 5%다."(84쪽)

디팩 초프라와 루돌프 탄지의 <슈퍼유전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똑같은 DNA를 가졌어도 질병 유전율만큼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죠. 일란성 쌍둥이의 대장암이나 전립선암, 유방암이나 폐암 등의 암 유전율도 실제로 25-40%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질병에 관한 한 유전성보다는 생활양식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몸은 대략 50조∼111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고 하죠. 그 세포의 뇌인 DNA는 아기를 갖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뭔가를 먹고 소화할 때 침입하는 세균을 막는 일도 책임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DNA가 생명체의 역사를 주장하고 확정하는 것 같지만, DNA 염기 수백만 개가 중복되거나 삭제되거나 역위되거나 재배열되는 구조적 변이를 일으키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하죠.

그것은 달리 보면 부모에게 없었던 신규 돌연변이가 자녀의 유전체에 얼마든지 생겨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 책에 따르면, 그런 신규 돌연변이만 해도 대략 72개 정도가 생겨난다고 밝혀줍니다. '멘델돌연변이'로 알려진 알츠하이머병만 해도 95% 이상의 서로 다른 유전자 DNA가 변이를 일으킨 데서 발병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A가 항상 질병 B로 연결되는 일방통행이라면 유전학은 아주 단순해질 것이다. 직선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는 단순하고 만족스럽다. 하지만 유전자는 양방향 도로이며, 메시지는 양방향으로 끊임없이 오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 도로는 6차선 고속도로로 사방에서 메시지가 오가는 중이다."(385쪽)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슈퍼유전자'란 무얼 칭하는 것일까요? 일반 유전자를 능가할 수 있는 울트라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른바 부모에게 물려받은 2만 3천 개의 유전자, 그리고 그 유전자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97%의 DNA 가닥에 스위치와 같은 후성유전체가 통제하고 있는데, 그것의 주요 기능이 장내 미생물과 연관이 돼 있다는 뜻입니다.

바로 그 세 가지 요소가 인간의 슈퍼유전자를 이룬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말해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활성화 시켜주면 그만큼 유전병으로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질병들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른바 '생활습관'의 개선이 '슈퍼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라는 점입니다.

이 책 후반부에서 "음식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이른바 프로바이오텍스를 섭취하여 장내 소화를 촉진시키고 염증 반응으로부터 보호받도록 권장하고 있고, 아스피린을 섭취하여 심장마비와 몇 몇 종류의 암 발생률을 낮추도록 조언하고 있고, 할 수 있다면 지중해식단을 갖춰서 식사하는 게 가장 좋다고 이야기하는 게 그것입니다.

물론 먹는 식생활뿐만 아니라 숨어 있는 스트레스도 관리해야 하고, 한 시간에 한 번 쯤은 일어나서 움직인다든지 2층까지는 계단으로 올라간다든지 점심시간의 절반을 산책하거나 걷는 데 사용한다든지, 스포츠 활동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죠. 그 밖에도 명상이나 수면과 감정, 그 모든 복합적인 부분들을 조화롭게 관리해 나가도록 조언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밝혀주지만 지금은 유전자 전체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내는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전체 유전자만 알면 모든 질병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연관성만 입증하면 모든 유전질환을 치료할 의학적 치료법도 완전히 발견해 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고 하죠.

하지만 극소수의 질병을 제외한 나머지 질병은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마치 유전자의 DNA가 건물을 짓는 최초의 설계도임은 분명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끊임없이 개조되고 용도 변경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설명하고 있죠.

그렇기에, 이 책에 내용처럼, 어느 누구든지 부모나 조상의 유전질환성을 물려받았다고 주눅들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 몸속의 슈퍼유전자를 더욱 활성화시켜 나간다면, 부모의 유전적 요인들까지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기 몸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누구든지 자신의 의식적인 선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슈퍼유전자 - 스스로를 진화시킨 선택과 경험의 기록

디팩 초프라.루돌프 탄지 지음, 김보은 옮김, 한문화(2017)


태그:#유전체 염기서열, #DNA 건물 짓는 최초 설계도 , #생활습관 슈퍼유전자, #프로바이오텍스 , #아스피린 지중해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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