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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류 외 9명이 쓴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책겉그림 미류 외 9명이 쓴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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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침 일찍 유달경기장을 네 바퀴씩 걷는다. 윗몸 일으키기도 200개씩 한다. 코로나19 전에는 배드민턴을 했지만 그걸 할 수 없어서 대체한 것이다. 물론 마스크를 쓰고 한다.

오늘은 내가 늘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그 자리에 다른 분이 누워 있었다. 무척이나 힘든 모습이었다. 나는 그 옆자리에 앉아 늘 하던 대로 윗몸 일으키기를 했다. 물론 둘 다 마스크를 했고, 처음 보는 사이라 서로가 눈인사만 했다.

마스크. 코로나19 때문에 어디를 가든 마스크 쓴 사람을 본다. 때로는 그 마스크 때문에 얼굴을 몰라볼 때도 있다. 그로 인해 상대방이 오해하기도 한다. 그래도 마스크보다 더 좋은 예방책도 없다는데, 그것 없이 어찌 살 수 있겠는가 싶다.

하지만 그런 마스크가 모든 삶을 커버해주는 것 같지는 않다. 마스크가 예방 효과에는 탁월할지 몰라도 환경과 노동과 인권 면에서는 안타까운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노동법의 '굴레'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은 인간의 신체적 한계가 없다면 24시간 사용될 수 있다. 만약 24시간 배달을 하는 가게가 있다면, 15시간을 일하는 플렛폼 노동자와 5시간 일하는 플렛폼 노동자와 4시간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만 있으면 된다. 15시간 노동을 하는 플렛폼 노동자를 규제할 근거가 없고 4시간 일해서 생계가 막막한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주장할 수 있다."

"플라스틱 반대 연합 네트워크(BFFP)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후 버려진 마스크는 3조 개에 이른다. 이보다 좀 더 보수적으로 영국 BBC는 매달 전 세계에서 1,290억 개의 마스크가 버려진다고 밝혔다... 1년에 3조 개의 마스크가 버려진다고 가정했을 때 이 마스크로 63빌딩 240,964개를 쌓을 수 있다. 하루에 63빌딩 695개 높이의 마스크가 버려진다."

미류 외 9명이 쓴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나온 내용이다. "코로나 19가 남기는 과제"라는 부제답게,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 버려진 마스크나 비늘장갑과 같은 환경 문제는 물론이고, 노동자의 처우 개선도 불합리한 구조 속으로 밀려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비대면 시대에 온라인 주문 플랫폼 산업이 성장하고 있지만 그 이면의 노동 환경은 극도로 악화되었다는 뜻이다.

얼마 전에 언론을 통해 보도된 라이더들의 상황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업계가 호황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신입 라이더들의 진입 장벽은 그만큼 높았고, 죽음의 공포는 늘 거리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쓰고 택배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결코 예외이지 않을 것이다.
 
"역 근처에 앉아서 쉬거나 졸기도 했는데, 다 못하게 해요. 앉지도 말고 집에 가래요. 서울시민청에 있던 사람들은 바깥으로 쫓겨났고, 탑골공원이 폐쇄됐고, 종로의 지하철역들에 노숙이 안 되니까 사람들이 원각사나 공원 주변으로 밀려났어요. 화가 나요. 자꾸만 집에 가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런 데가 집인데."
 
홈리스 행동 아랫마을야학 학생회장이자 인권지킴이 활동가 로즈마리가 한 말이다. 이 책에서 왜 그녀의 인터뷰를 인용하고 있는 걸까? 코로나19로 인해 홈리스들의 인권이 더 망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야밤에 가서 잠자고 씻던 공중화장실이나 개방형 화장실조차 폐쇄되거나 단속이 강화됐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공포의 시선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이주민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원칙이 무색하게 코호트 격리라는 명목으로 집단 시설에 감금당해야 했던 장애인들, 필수적인 노동을 제공하지만 필수적인 존재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인권을 살펴주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코로나19 이후에 우리 사회의 어떤 점들이 변해야 할지 함께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것들이 지구를 병들게 했는지, 어떤 부분들이 인권을 후퇴시켰는지, 어떤 점들이 빈익빈 부익부를 더 부추겼는지, 함께 성찰도록 하고 있는 책이다. 그만큼 이 책은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에 대해 우리 모두가 응답하도록 요청하고 있다.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 코로나19가 남기는 과제

미류, 서보경, 고금숙, 박정훈, 최현숙, 김도현, 이길보라, 이향규, 김산하, 채효정 (지은이), 창비(2021)


태그:#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플라스틱 반대 연합 네크워크, #1년에 3조개의 마스크가 버려진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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