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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도 나를 갖추기 위해 노력하며 사는 경력 15년 차 헤어디자이너다. 17년 전 대학 재수를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도 2년이나 준비했지만 결국 합격선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방황하고 있을 때쯤, 미용하는 동창 친구를 우연히 만나 첫 달 월급 10만 원인 헤어숍에 근무를 시작했다. 월급이 말해주듯 처음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십 년 전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참 잘했다고' 개인적인 에피소드지만 둘째 달은 월급이 20만 원이었는데 원장님 차를 주차하다가 앞차를 박아서 거금 10만 원을 압수당했다.

우연히 들어선 미용의 길, 기회를 만들었다

나는 7개월 만에 남자커트를 시술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일했던 숍의 월급은 70만 원이었다. 다행히 미용실에서 제공하는 기숙사가 있었기에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경력 3년 차에 초급디자이너의 직급을 얻었고 호주미용유학의 기회가 왔다. 돈을 벌러 간다는 생각보다 호주라는 나라의 경험과 문화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감사하게도 지인분 소개로 멜버른에 있는 한 한인 헤어숍에 취업을 확정 지은 상태여서 비행기에서 내린 다음 날부터 출근했다.

호주는 한국보다 인건비가 높은 나라다. 모든 환경이 새로웠고 일도 여행도 노는 것도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환경이 다르다 보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났다. 그렇게 7년 만에 모든 직장 생활을 접고 나는 창업을 결심했다. 창업한 건 서른 살이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기 시작했고 3년 만에 2호점을 오픈했다. 욕심이 생겼다.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나는 지쳐갔다. 특히 200만 원이란 비싼 월세와 관리비 50만 원이라는 기본 지출의 압박은 무서울 정도였다. 그렇게 점차 돈의 노예가 되어갔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돈을 쫓는 사람이 된 걸까 ? 내 인생은 돈의 노예로 끝나는 걸까? 1년 정도 그렇게 고민했다. 그렇게 난 점점 꺼져가는 불씨 같이 살았다. 몸도 마음도 병들어갔다.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이건 아닌데, 도대체 돈이 뭐길래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마음은 왜 갑갑할까?'

나는 미용실 오픈 후 6년 만에 내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되었다. 내 나이 서른다섯, 그동안 나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라고 되새기며 돈을 벌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다. 그러나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 달려온 것이 내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돈 말고 다른 꿈과 이념이 생겼다. 나를 이만큼 키워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미용 후진국에 가서 내가 가진 재주인 미용 기술을 전수해 주는 것이다. 세상을 위해 기술을 쓰고 싶다.

2030세대의 삶은 즐거워야 한다. 노동도 하고 싶은 것, 다른 가치를 담아 좀 더 즐겁게 세상을 위해 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돈을 짜내는 방향으로 노동이 강요받고 있다. 꿈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면서 왜 사는지, 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잊는 사회가 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무슨 발전과 역동성을 기대하겠는가?

무엇보다 꼭 돈만이 목표가 아닌 더 가치 있는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제도적 노력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2030세대가 돈보다 우선 나를 갖추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이 바뀌길 꿈꾼다. 2030세대 역시 아르바이트를 하든, 일자리를 구하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든 오로지 돈을 쫓으며 살진 않은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30세대가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미디어오늘 바꿈 홈페이지에 중복 게재됩니다.



태그:#노동, #청년, #자영업, #헤어디자이너, #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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