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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본인 인생의 사진으로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을 꺼내 들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본인 인생의 사진으로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을 꺼내 들었다.
ⓒ KBS 방송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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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두환 표창'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미 여러 세력에서 '그게 자랑이라고 말하는 것이냐'는 취지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그 발언을 악의적으로 공격거리로 삼는 것은 민주화운동, 인권 변호사로서 활동해온, 그리고 광주와 함께 살아온 저에게 일종의 모욕처럼 느껴진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사실 쟁점은 표창을 준 것이 전두환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열심히 군 생활한 병사가 여단장(전두환 전 대통령은 문 전 대표가 복무하던 당시 부대의 여단장이었다)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가 특전사에서 복무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은 사실을 어떤 맥락에서 '자랑'했냐는 점이다.

'전두환 표창'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대선후보들이 각자의 '인생 사진'을 소개하는 차례였다. 그 자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중앙대 입학 당시 자신의 어머니와 찍은 사진을, 안희정 지사는 5·18 광주 민주항쟁 사진을 들고 왔다. 문재인 전 대표는 본인이 특전사로 복무할 때 찍은 사진을 꺼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안보관, 대북관, 애국심 등이 특전사 복무 당시 형성됐다고 말했다. 전두환 표창 발언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여기까지 맥락을 본다면 그가 왜 특전사 사진을 들고 왔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비판을 수차례 받고 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내세우며 안보관을 검증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이미 '나는 엄청나게 군 생활이 힘든 특전사에 다녀왔는데, 어떻게 내가 '종북'이고 안보관이 불안하냐'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해왔다. 그때마다 든 생각은 군대에 다녀왔다는 사실이 어떻게 튼튼한 안보관의 원인이 될 수 있냐는 것이다. 물론 군 복무와 안보관 사이에는 모종의 상관관계가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숨에 이해 가능한 인과관계가 될 수는 없다.

대선후보는 국민이 올바로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제공해야

국민이 대선후보가 품고 있는 가치관을 알기 위해선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면, 첫째로 대선후보의 공약을 봐야 한다. 둘째로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 행동 등을 훑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약과 과거 그의 행적이 일맥상통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왜 그런 것인지를 검증해봐야 한다.

그리고 대선후보들은 국민들이 이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후보를 판단할 수 있도록 똑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선거에 부합하는 후보 검증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시장은 본인의 인생사와 공약을 잘 조합한 좋은 예다. 그는 노동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며 과거 자신이 시계공장에서 소년공으로 일했던 이야기를 연관시킨다.

이는 단순한 레토릭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 시장의 노동 관련 공약이 소년공 시절과 연장선에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소년공으로 있으며 다른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봐왔을 테고 이런 경험이 그의 공약, 노동관과 일맥상통한다고 국민들은 추측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시장이 자신을 '무수저'로 칭하며 자신의 과거사를 풀어놓는 것도 정책선거의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특전사 복무가 그의 안보관과 무슨 상관?

반면 문 전 대표가 특전사 복무 사실을 말할 때 이를 그의 북한 관련 공약과 연관 짓기는 힘들다. 한국 군대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주입한다. '김씨 일가의 배를 터뜨려 버리자', '김정은의 머리를 쏴버리자' 등등의 문구를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곳이 군대다.

이러한 특성의 군대에서 문재인 대표의 안보관이 형성됐고 '햇볕 정책'과 '대북 유화론'의 근본이 됐다? 이해하기 힘들다. 만약 문 전 대표가 엄청난 대북 강경론자였다면 이해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강경론에서 매우 멀리 떨어져 있다.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무한한 적대감을 주입하는 군대 문화 속에서도 그가 대북 유화주의를 어떻게 지지하게 됐는지 경위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런 내용은 쏙 빠졌다. 스스로도 비약이 심한 논리라는 것을 아는 듯, 문 전 대표는 특전사 복무가 본인의 안보관과 북한 관련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결국 '특전사를 다녀왔으니 안보관이 튼튼하다'는 식의 발언과 특전사 이야기는 문 전 대표의 안보관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작용을 전혀 할 수 없다. 문 전 대표는 진정 안보관을 검증받고 싶다면 공약과 이에 연관된 이야기들로 맞서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의 겉보기 좋은 레토릭은 그가 청산하자고 외치는 정치권의 적폐(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 중 하나일 뿐이다.


태그:#문재인, #전두환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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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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