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요즘 남이 써준 원고를 대신 읽는다면서 특정 후보를 깍아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 문제만큼은 남이 써준 것을 그대로 읽더라도 자신의 고집이나 대중적인 인기보다는 제대로 된 정책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아래 인용부호 안의 글은 만약 내가 어느 대선 후보의 교육참모라면 써주고 싶은 원고이다.

"저는 지금까지 사회분야의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갖고 국민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육은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우리 사회의 원동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가 내린 결론은 아무리 최고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면 교육정책만큼은 자신의 주장을 함부로 관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의 임기는 길어야 5년이지만 교육정책은 100년을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도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장 서민들이 좋아할 만한 교육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서울대를 없애고 전국의 국립대를 연합대학으로 만들어 더 많은 학생들이 서울대라는 간판을 달 수 있게 하면 나에게 표를 주겠지, 총장이나 교수를 매수하여 면접만으로 명문대에 진학할 수 없도록 수능시험 위주로 합격자를 정하면 빽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특목고, 자사고를 없애면 일반고에 다니는 자녀를 둔 국민들은 나에게 표를 주겠지 등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교육공약을 만들어 내라고 참모들을 채근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야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서울대, 자사고, 특목고를 없애고, 객관적 시험위주로 대학입시를 바꾼다고 해도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사교육 문제가 해결 될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확 바꾸거나 아예 폐지한다면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는 특정 직업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사회구조를 바꿔야만 교육문제의 근본 원인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학벌주의가 사라지고 사교육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교육을 걱정하는 유능한 전문가들이 이미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결과 위주보다는 과정교육에 중심을 둔 진로진학 위주의 교육이 강화되어 각 고교에는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배치되었고 중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것, 대학에서는 전문입학사정관들이 양성되어 입시의 변혁을 이끌고 있다는 것, 20155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이미 2021학년도 수능개편안을 올 7월에 마련할 예정이라는 것 등 일련의 진화하고 있는 교육정책을 보면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것도 압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역대 정권에서부터 시작된 정책흐름의 결과물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나오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과거에 비해 능력으로 사회의 인정을 받는 직업이 많이 늘었지 않습니까! 헤어디자이너, 요리사, 특수전문기술자 등 이런 직업들이 어느 순간 우리사회에서 인정받는 직업이 된 것은 아마도 시나브로 변한 교육정책 덕택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미미한 변화이지만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시작을 광복 이후로 본다면 2017년은 대한민국 교육대계 100년 중 72년째 되는 해입니다. 앞으로 28년 후인 2045년엔 대한민국의 완벽한 교육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건전한 사회가 형성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제 임기 동안 이어질 교육정책의 흐름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전문가와 국민들께서 공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셔서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100년의 대계가 퇴보되지 않도록 지도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대중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이목을 집중하고자 하는 정책보다는 역대정권에서 이어지는 교육정책의 큰 흐름을 참모들과 함께 연구하고 이 흐름이 제 임기 이후에도 올바로 이어질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겠습니다. 새로 만들거나 없애기 보다는 덧붙이거나 줄이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태그:#대선교육공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