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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재단앞 대형스크린에 박 대통령 담화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 너머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재단앞 대형스크린에 박 대통령 담화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 너머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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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각적인 '하야' 언급은, 예상대로 없었다. 하다못해 눈물도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 기대한 국민들이 바보다. "물러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 역시 없었다. 검찰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데 대한 변명 역시 없었다.

사람은 역시 쉽게 안 변하는 법이다. "혼이 비정상"과 같은 특유의 '최순실표 박근혜 화법이 없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29일 오후 2시 30분 전격적으로 발표된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없는 것 투성이었다. 한 마디로, '사과'라 읽고 '신세한탄'이라 쓰면 제 격인 수준이었다.

반면, 대국민담화 대신 '회고록'에 가까운 신세한탄만이 난무했다.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을 언급한 것을 두고, 벌써부터 "국민들도 지난 18년 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라는 패러디가 넘쳐 난다.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린다"와 같은 감성적인 표현도 여전했다. 검찰 조사와 '공범'들의 증언들로 정황이 다 까발려진 마당에,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없었으며, 모든 범죄 정황들이 "공적인 사업"이라 우기기까지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거나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라는 소극적이고 안일한 태도 역시 그대로였다. 

1차와 2차 대국민담화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않았다. 아니, 전 국민들이 진상을 파악하고, 퇴진과 구속 요구가 하늘을 찌르는 마당에 나온 대국민담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악이다. 그 중 최악은 퇴진 일정과 관련된 대목이었다.

알맹이 없는 세 번째 사과, 친박에게 보내는 메시지?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 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박 대통령 "국회 결정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3차 대국민담화 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켜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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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핵심은 두 가지다. 박 대통령은 "임기 단축"을 언급하면서 즉각적인 하야나 퇴진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한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모든 공을 국회로 떠넘겼다. 대국민담화를 접한 국민들이 즉각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비상국민행동 측이 "6차 촛불집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부 순순히 권좌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박 대통령이 기름을 부은 꼴이다. 그 다음에 이어진 박 대통령의 감상적인 태도는 혀를 내두르게 할 지경이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야권의 반응도 격앙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담화 직후 열린 의원 총회에서 "탄핵을 앞둔 상황에서 교란책이고, 탄핵 피하기 꼼수"라고 맞섰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계산된 퉁치기"라고 적었다. 특히나 추 대표는 "의원들 마음을 모아서 탄핵 절차에 한 치도 흔들림 없이 단일 대오로 나아갈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주목할 것은 새누리당의 반응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야당에 탄핵 일정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형적인 '탄핵 흔들기'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앞선 이날 오후 2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위원 및 주요당직자 간담회 소집한 데서 이미 짐작 가능한 수순이었다. 가히,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고 할 수 있다.

28일 친박계 중진 의원들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시사하고, 여당 내에서 탄핵 동참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결국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친박' 의원들에게 탄핵 절차 자체를 뒤흔들라는 지시를 하달한 꼴이 됐다.

'지지율 4%' 대통령, '190만 촛불'을 불러온 대통령, 외신을 통해 전 세계적인 망신을 당한 것도 모자라 국가 위신을 추락시킨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담화 직후, 서울대 조국 교수가 제시한 간단한 셈법을 우선 지켜낼 때다.

"박근혜, 자신의 거취를 국회의 정치협상에 넘겼다. '친박'의 버티기로 국회에서 합의가 쉽게 안 될 것이니, 그동안 계속 직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탄핵소추 원래대로 진행해야 한다."

"너희는 치고 받고 싸워라, 나는 쉴란다, 질문은 안 받는다"

SBS <스브스뉴스>가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후 5시 현재 '만족하지 못한다'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SBS <스브스뉴스>가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후 5시 현재 '만족하지 못한다'가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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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의 박근혜 3차담화 한 줄 요약
"나는 아무 잘못 없지만 국회에서 여야가 날 쫓아낼 시점과 방법에 합의하면 법에 따라 쫓겨나겠다."
한줄 해석: 나는 여전히 대통령이며 국회에서 합의 못하면 임기 다 채울 것이다.

(박근혜 3차담화의 5대술책)
1.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2.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3. 국회에 공을 넘겨 4. 새누리당 탄핵대오를 교란하고 5. 개헌으로 야권 분열시키려는 술책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담화 직후 SNS에 보인 해석이다. 맞다. 하고 싶은 말만 한 대통령, 끝까지 책임을 떠 넘기는 대통령, 능력도, 공감 능력도 없는 대통령. "박근혜"는 여전히 "박근혜"다. 박 대통령에게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최순실은 감옥으로 갔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사면초가다. "주변"이 없으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기대를 버리고, 국민들이 변하는 것이 맞다. 정치권을 추동해 탄핵과 국정조사를 제대로 이끌어 내고, 언론과 검찰을 추동해 '하야 정국'을 계속 유지해 나가야 한다. 일단은 그렇게 하던 일들을 계속해야 한다. 국민적 분노를 체제 변환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날 대국민담화 이후 SBS <스브스 뉴스>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대통령의 3번째 사과, 어떻게 생각하십니다"라는 설문을 진행하는 중이다. 오후 5시 현재, "만족한다 1422" 대 "만족하지 못한다 81723"를 기록 중이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공범들에 쏟아지는 이 국민적 분노를 지혜롭게 모을  때다.   

그리하여, 51%가 찍은 대통령으로 인해 국민 전체가 몸살을 앓고, 집단적 분노를 겪어야 하는 것은 불행이지만,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을 비롯한 박 대통령과 공범들에게 책임을 묻고, 사법처리를 비롯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하며, '박정희 체제'와도 결별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직,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해결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힘겹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


태그:#박근혜, #탄핵, #국회, #대국민담화,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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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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