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통령님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나 '박근혜씨' 정도로 부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으로 부르는 것은 예의를 차리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 없는 논란을 불러와 이 글의 진의가 왜곡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는 호칭, 참 어색합니다. 내란에 버금가는 국정농단의 '피의자'와 '대통령', 두 얼굴의 조합은 아무리 생각해도 비정상입니다.

시시각각으로 흘러나오는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의혹을 접할 때면 경악할 뉴스의 끝이 어디인지 추측조차 되지 않습니다. 청와대 문서유출, 정경유착, 최순실 일가의 국정유린... 대체 국민들은 얼마나 더 험한 뉴스를 들어야 합니까? 교육, 체육, 문화, 국방, 의료계까지 법과 원칙을 파괴한 정권과 비선실세의 손길이 닿았다는 정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드러나지 않는 게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예단일까요?

국정농단 피의자가 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 그러나 지나온 4년, 나라는 법과 원칙을 잃었고 국민은 희망을 절망과 맞바꾸어야 했습니다. 중산층 70% 육성을 약속했던 대통령. 그러나 가계 부채는 폭증하고 오히려 빈곤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무능 때문만이 아닙니다. 무능한 대통령의 범죄적 탐욕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 대학교수들은 대통령을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 혼군(昏君)으로 불렀죠. 그러나 올해는 사납고 악한 군주. 폭군(暴君)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는 실체가 불분명한 K스포츠·미르재단을 만들고 전경련을 통하여 출연금 800억 원을 모금한 행위를 두고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한 일이라는 해명을 하였습니다. 대통령의 선의가 최순실에 의해 사리사욕의 수단으로 변질되었다는 주장으로 읽힙니다. 참, 구차한 변명입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들은 대통령이라는 '뒷배'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입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과 각종 범죄 혐의에 상당 부문 공모 관계'. 20일 최순실 게이트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최순실과 안종범이 피의자라면 당연히 대통령도 피의자입니다. 범죄를 공모한 사람 중 한쪽은 피의자. 한쪽은 피해자라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최순실. 안종범에게 가해지는 법의 잣대로 대통령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게 법의 정의이고 형평성입니다.

일부에선 불소추특권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조항은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에 있는 대통령의 신분과 권위를 유지하고 국가원수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지, 범죄에 면책을 부여하자는 취지는 아닙니다.

더구나 대통령과 최순실 비선실세들이 저질러온 범죄는 내란 행위와 크게 다를 것도 없습니다. 내란죄의 성립요건은 국토참절과 국헌문란입니다. 또 국헌문란은 국가가 헌법으로 정한 국정운영을 외압에 의해 방해하거나 침해하는 걸 말합니다. 국가운영 시스템을 무시하고 최순실 비선실세에게 인선·예산·정책 입안을 맡긴 행위. 국헌문란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내란 행위입니다. 

법의 허점에 숨어서 정권을 유지할 생각인가요

불소추특권이나 탄핵으로 시간벌기는 대통령 구차한 자리보존 행위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도 국가를 위하는 것도 아닙니다. 설마 불소추특권을 이용하고 탄핵 후 헌법재판소가 지리한 공방을 벌이는 동안, 남은 15개월의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될 가능성도 거의 없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통령도 국민도 국가조차도 불행과 갈등만 커질 것입니다.

정권의 잘못된 정치는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국민들의 원성과 반발은 아랑곳없이 일본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중·러의 반발과 경제 보복, 한반도의 긴장 고조 등 숱한 우려가 있는 협정을 '묻지 마' 식으로 비밀리에 추진하고 마무리한 정권. 해서는 안 될 패정을 저질렀습니다. 사드 배치를 위해 남양주 군 부지를 롯데의 골프장 부지와 맞교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여론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 고장난 폭주 기관차처럼 위태로워 보입니다.

경제정책은 어떻습니까? 지난 15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표한 '청년고용 확대 실행 방안'을 보면 헛웃음이 나옵니다. 남성육아휴직, 전환형시간선택제 확산,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공공부문 2만5천여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더군요. 정경유착 만들어진 손쉬운 해고, 저임금 정책을 유지한 채 정규직 임금 줄이고 노동자들 일자리 나눠서 청년실업을 해결한다?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습니다. 당연히 대책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4%(한국갤럽 25일 발표 결과) 지지자들은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합니다. 경제가 위기인데 언제까지 거리로 나설거냐는 핀잔도 들립니다. 일부는 맞는 말입니다.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끝도 없이 추락하고, 내수와 수출은 절망의 위기로 치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위기의 해결사는 대통령이나 현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경유착으로 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위기를 가중시킨 대통령. 해결사가 아니라 청산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대통령 퇴진이 국민행복 시작입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국민 행복의 단초가 대통령의 퇴진을 전제로 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따르면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기업과 정권과 비선실세가 호의호식을 해왔습니다. 이런 적폐를 도려내지 않으면 국민 행복도 없다는 것, 대통령과 최순실 때문에 거리에 나서 국민들이 얻은 값진 진리입니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국정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 노동자들의 임금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눠 청년 실업을 해결하자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노동 정책. 이제 이 모든 것들이 국민 행복과 양립할 수 없음을 국민 모두가 알아 버렸습니다.

대통령님. 그래서 퇴진해야 합니다. 정치뉴스뿐 아니라 문화·연예계 뉴스, 스포츠 뉴스에서도 하루 종일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의 이름을 들어야 하는 지긋지긋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망가졌습니다.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내수와 수출의 좌초 위기인 경제에서 손톱만 한 희망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퇴진이 필요합니다. 왜냐고요? 대통령이 법치를 유린하고 국민을 저임금의 노예로 맞바꾼 용서받지 못할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공약하셨던 대통령님. 국민과 국가 경제를 위한 선의였다는 거짓말 이제 그만 집어 치우십시오.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도 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혼군, 폭군 아래서 간신배 무리가 아니면 대다수가 불행했던 것이 역사입니다. 대통령의 퇴진이 국민 행복의 시작입니다. 공약을 지킬 마지막 기회입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꿈꿀 수 있도록 이제 그만 물러나 주십시오.


태그:#박근혜, #국정농단, #탄핵, #최순실, #공모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비선실세' 최순실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