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사회

포토뉴스

세월오월 홍성담_ 캔버스위에 아크릴_ 2014 ⓒ 홍성담
뒤집어엎으려고 한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몰상식을 상식으로, 백만 촛불이, 토요집회가, 국민행동이 그렇다. 청와대는 흘러내리는 바지춤을 잡고 있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을 벗겨, 쓸어 버리려는 거다. 그게 국민의 염원이다. 그것도 하루 빨리! 이보다 명쾌한 답이 없다. 탄핵은 답이 아니라 나가야 할 문이다.

퇴진정국 속에 <홍성담, 세월오월을 말하다>가 26일 오후 3시 길담서원에서 열린다. 기자는 23일 홍성담 작가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어떻게 지내나?
"그림 속에 살고 있다. 지금 한 손엔 붓을 들고, 아름다운 그림동화를 그리고 있는데, 다른 손엔 기자들로부터 오는 30여 통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이 꼴이... 미쳐버릴 거 같다. 하하하."

- 윤장현 광주시장이 <세월오월> 전시 거부 외압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배경이 뭘까?
"윤 시장이 집권 중반을 지났다. 시민후보로 나왔으나 역할을 못하고 있다.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이 서울, 충청, 성남 지역 단체장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윤 시장은 광주에서 제대로 한 게 없다. 외압을 폭로하면서 존재감을 알리고 싶은 거 아니겠나."
<세월오월> 홍성담 "'죽은' 광주에 작품 안 건다" 대통령 풍자를 이유로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걸리지 못한 <세월오월>의 홍성담 작가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물론, 작품활동을 하는 동안 "'죽어버린 광주'에 자신의 작품을 걸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 작가는 2014년 8월 24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뜻을 전했다. ⓒ 김우리
- 여러 혐의로 김종 전 차관은 구속은 되었지만, 윤 시장은 문화계에 역풍을 맞았다.
"문화의 도시 광주의 자존심이 확 구겨지고 말았다. 광주가 어떤 곳인가. 총칼에 굴복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곳이다. 돈 몇 푼 때문에 무릎 꿇은 시정을 어떻게 용서 하겠나. 정치적인 외압은 시간이 흐르면 잊힐지 모르지만 문화 탄압은 그렇지 않다. 외압에 굴복하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시장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 다닐 거다."

- 윤 시장에게 할 말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세월오월>과 철수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야 한다. 그리고 상처받은 문화예술인들을 불러 마음을 어루만져 줘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예술표현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문화 선언을 공세적으로 주도하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게 리더로서 역할이다."

박근혜 허수아비를 그린 까닭

<세월오월> 작품이 전시 거부된 이유는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부분 때문이었다. 결국 <세월오월>은 나라 밖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2014년 9월 필자는 <세월오월>이 대만 국립성공대학교에서 최초로 전시되는 현장과 이를 기획한 서승 교수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으로 날아갔다(관련기사 : 광주에서 쫓겨난 <세월오월>, 결국 대만으로 '망명').
2014년 9월19일.대만국립성공대학교.'동아시아,인간중심의문화창조-홍성담미술세계전'초대전(일본리츠메이칸대학,서승 교수기획)에서 작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영상i ⓒ 박건
전시 둘째 날, 홍 작가와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작가 특유의 재담을 섞어 흥미롭게 이어 갔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박정희와 김기춘이 조정하는 박근혜 허수아비 모습을 가리키며 이야기 했다.

"아버지의 망령에 사로 잡혀있는 운명의 노예입니다. 같은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참! 가련하고 불쌍한 여인입니다. 정말 백치같은 여자입니다."

"그래서 그런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 화가 나는지, 자신에게 분노하는 얼굴 모습에 제가 닭똥같은 회한의 눈물을 그려 넣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그림은 '국민 공감' 그림으로 다시 떠오르게 되었다. <세월오월>은 홍 작가가 총감독을 맡고 주필이 되어 그렸다. 많은 시민과 작가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토론을 거쳐 밑그림을 잡아 갔다.

작업에 참여한 작가와 단체는 아티스트협동조합, 파견미술가, 시각매체연구소, 여성주의 미술가, 광주의 젊은 작가, 재한 일본 비평가, 타이완 작가 등 60여 명이다. 광주시에서 지원한 돈은 5천만 원이지만 작가가 사비를 더 들여 축제같은 분위기에서 그렸다. 민주적인 토론과 협동 채색, 음식과 술, 노래와 흥겨운 시민 참여 마당이 곁들여진 점도 다른 작품의 제작 과정과 다른 <세월오월>이 갖는 특별한 점이다.

홍 작가의 최근 작품 몇 점을 더 감상해보자. 아래 그림은 <내 몸은 바다> 연작 중 하나로 <청와대의 밤>이다. 세월호 아이들이 파도가 되어 대통령에게 쳐들어가 따지는 모습이다. 세월호 이후, 박근혜의 정서와 내면 심리는 어떨까 짐작해 볼 수 있다.

얼굴 형상은 작가 자신의 형상과 중첩시켜 놓았다. 홍 작가는 "양날의 칼"을 말했다. "박근혜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도 보게 된다"고 했다. "상대를 벨 수 있는 풍자정신과 함께 작가 스스로도 성찰의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성담 2016년작_ 청와대의 밤 세월호 아이들이 파도가 되어 대통령에게 쳐들어 갔다 ⓒ 홍성담
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말이 없다

청와대는 '의혹'에 대해 '아니다'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스무고개 놀이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예술가의 상상력은 무한대로 펼져진다. <인간의 시간>은 박근혜의 7시간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발가벗은 닭이 꽃 침대 위에서 야릇한 표정에 빠져있다. 침몰하는 줄 모르고...

홍 작가는 "세월호 침몰할 때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 박근혜가 직접 밝히지 않는다면 국민과 예술가들은 그 어떤 상상도 할 수 있고, 그것을 마음껏 표현할 자유가 있다. 26일 집회때 블랙리스트 화가들이 <사라진 7시간>에 대해 온갖 불온한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상상화 축제를 벌일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이어 "봉건시대의 풍자는 통치자가 마녀 사냥식으로 탄압을 일삼은 탓에 은유와 상징, 해학과 과장, 알쏭달쏭 기법으로 풍자를 했으나 민주시대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 더구나 부정과 부패, 국가폭력이 미친듯이 날 뛸 때는 바로 직접적으로 들이대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의시간 홍성담_163x260cm_캔버스에아크릴릭_2014년 ⓒ 홍성담
2014년에 그렸는데, 지금의 상황을 절묘하게 맞춘 그림이 되었다. 청와대 관저에 이해 할 수 없는 침대가 3대나 들어가고, 프로포폴, 리도카인, 비아그라, 팔팔정 뿐만 아니라 향정신성 약물 등도 매입한 사실이 밝혀진 탓이다.

홍 작가 작품에 담긴 이야기는 살아있는 동시대의 정치, 사회, 현실, 일상을 리얼하게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담아 내는 형식은 독자적인 경지에 올라 있다. 전통미술의 현대화가 말처럼 쉽지 않은 까닭은 자칫 새 술을 헌 부대에 담는 꼴이 되기 쉬워서다.

홍 작가의 그림 양식은 그것을 뛰어 넘어 절묘함과 감탄을 선사한다. 이것은 서승 교수(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가 지적한 대로 '동아시아, 인간 중심의 문화창조'를 바탕으로 한 통찰력과 역사인식, 실전 경험으로 독보적인 미술세계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 그 바람은 퇴진이다

<오마이뉴스>에서 명진 스님은 "조선중앙방송과 TV조선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남남갈등도 완전 해소됐어요. 국민 95%가 '박근혜 퇴진' 아닙니까. 박근혜씨의 통일대박, 족집게 선무당이었나. 하-하-하-"라며 "국민대화합의 장"을 열어 준 "박근혜씨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을 탈당한 첫 작품으로 매주 토요일 서울발 경기도 방면 광역버스 막차시간을 새벽 1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촛불은 바람에 꺼진다? 바람 나름이다. 이번 촛불은 퇴진 바람만이 잠재울 수 있을 거다. 다음은 홍 작가가 올해 3월에 그린 그림이다. 풍랑에 휩싸인 청와대가 기울고 파도에 떠내려 간다. 그 풍랑을 타고 뮤지션은 뱃놀이를 즐긴다. 퍼스트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러머가 신나게 연주한다. "굿바이 박근혜"를 외치며...
Good-Bye Park GeunHye 홍성담 130x194cm_캔버스에아크릴릭_2016년 ⓒ 홍성담
<세월오월을 말하다> 홍 작가와의 대화는 '심장이 뛴다' 행사의 하나로 펼쳐진다. 동시대 작가 30인, 80여 종의 아트프린트전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동시대작가30인 아트프린트전"심장이 뛴다"웹포스터 동시대 작가 30인 대표작 80여점이 전시된다 김정헌 김태헌 김선두 고제민 노원희 류준화 박건 박문종 박미화 박불똥 박병춘 박영숙 박형진 방정아 안창홍 양대원 윤석남 윤주동 이동환 이윤엽 이진경 이인 이피 이하 정복수 정정엽 정철교 최경태 홍성담 ⓒ 박건

덧붙이는 글 | 제목: 동시대작가30인 아트프린트 전"심장이 뛴다"

김정헌 김태헌 김선두 고제민 노원희 류준화 박건 박문종 박미화 박불똥 박병춘 박영숙 박형진 방정아
안창홍 양대원 윤석남 윤주동 이동환 이윤엽 이진경 이인 이피 이하 정복수 정정엽 정철교 최경태 홍성담
(동시대 작가 30인 대표작 80여점 아트프린트 전시)

일시:2016.11.11~12.12
장소: 길담서원 (종로구 보건소 앞)02_730_9949

작가와 대화: 홍성담<세월오월>을 말하다
11월26토 3시-5시(이어 제5차 촛불집회 합류)

태그:#홍성담, #세월오월, #굿바이박근혜, #길담서원, #박건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