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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1주년을 맞이하고서도 아직도 '친일'로 역사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이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일제강점기는 역사 속 먼 나라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나라를 잃어버렸던 이야기도, 독립군들의 헌신도, 징용과 위안부 희생자들의 이야기도 어린이들은 관심을 갖기 어렵고, 어른들의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동화작가 이규희가 내놓은 신작 동화가 유독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규희 작가는 71주년 광복절을 앞둔 지난 7월 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특별한 동화 <독립군 소녀 해주>를 출간했다.

독립군 소녀 해주 표지
▲ 독립군 소녀 해주 표지
ⓒ 내 인생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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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독립운동과 광복, 일제강점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생각하게 할 수 있는 동화가 나왔다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같은 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낸 다양한 역사책들이 있지만, 아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동화라는 장르에 역사의 한 장면을 담았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고, 유용하다고 여겨진다.

독립운동은 특별한 사람들만 했던 게 아니었다

동화 <독립군 소녀 해주>는 광복을 일 년 앞둔 1944년을 살고 있는 12살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독립군'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난 느낌과는 달리, 아주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사회상과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설움과 울분을 잘 드러내 준다. 아울러, 평범한 소녀가 떠난 기나긴 여정이 나라를 찾는데 보탬이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그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이규희 작가가 '해주'라는 소녀를 통해 동화 속에 담아낸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들은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까? 깔끔한 문장과 긴장감 느껴지는 구성 등 작가가 보여주는 매력 외에도 이 동화는 몇 가지 생각해볼 만한 특별한 요소를 갖고 있다.

우선은 '독립운동은 특별한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이미 나라를 빼앗긴 때에 태어났던 주인공 해주는 일장기와 태극기의 의미도 모르는 아이였다. 그러다가 조금씩 나라가 처한 진짜 현실을 알게 되고, 민족과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며, 결국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독립운동을 돕게 된다.

총을 들고 일본군과 싸우거나, 폭탄을 던지고 만세를 외치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품속에 편지를 지니고, 돈을 들고 배 타고 기차 타고 긴 여행을 떠나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들도 모두 독립운동의 하나라는 것을 해주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동화 속에는 해주처럼 평범하게, 묵묵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독립을 돕는 이들이 많다. 안중근, 윤봉길, 김구, 유관순 등 자료로 자주 소개되어온 이들만 기억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라를 위해서 이름도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애써왔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해주는 그런 평범한 독립군의 표상 같은 인물이다.

또한 나라를 빼앗겼어도 우리 민족은 결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똥지게를 진 소년은 일본 순사에게 똥바가지로 거름을 퍼부으면서 기개를 잃지 않았고, 책만 읽는 주인집 어르신도 책장 속에 태극기를 숨겨 간직하고 있었으며, 일본 순사를 향해 호통치기도 했다. 일본 말 사용을 강요당하는 상황에서도 몰래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있고, 그것을 알고는 칭찬해주는 어른이 있었다.

압록강 뱃사공도 작은 나룻배를 저으면서 독립을 꿈꿨고, 이름도 없이 스쳐지나가는 두 명의 청년, 배 위에서 해주를 보호하다가 일본군에게 붙잡혀 간 콧수염 아저씨, 농사를 포기하고 광복군이 된 돌석이까지... 이들 모두는 나라를 빼앗겼지만 결코 독립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작가는 해주의 길고 긴 여정이라는 굵직한 이야기 구조 사이사이에 나라를 포기하지 않고, 기개를 잃지 않은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그런 이들이 나라를 다시 찾을 수 있었던 보이지 않는 힘이었음을 어린이들에게 말해주고 있다.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민족의 아픔을 '동화'로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책

주인공 해주는 13년을 살아오면서 자신과 가족, 이웃이 당했던 수많은 일들이 나라를 빼앗겼기 때문임을 뒤늦게 자각하고는 주인 어르신이 부탁하는 독립군 자금 전달 임무를 수락한다. 13살 소녀도 나라의 소중함, 일본의 만행, 나라를 잃어버린 백성의 서글픔을 깨닫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찾아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행동의 변화나 무슨 거창한 도덕적 깨달음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아, 누구나 나라를 위해서 독립운동에 참여했구나!'라고 생각하며 역사에 대해 조금은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이규희 작가는 한 편의 동화를 통해 역사 속에 숨어있는 일제강점기의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대부분 상하이 임시정부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그 임시정부가 일본의 공격을 피해 창사 - 류저우 - 충칭 등으로 옮겨 다니면서 끈질기게 항일 운동을 펼친 사실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내 보여준다. 어린이들에게 역사적 사실들을 다양하게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도 뚜렷이 보인다.

이규희 작가는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우리 어린이들이 이러한 것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작품을 통해서 전달해온 작가다. 2015년에는 제주도에서 발생했던 4.3사건의 슬픔을 어린이의 시각으로 다룬 작품, <한라산의 눈물>을 펴내기도 했다.

일본 위안부 문제와 독도, 역사 왜곡 등 일본과의 관계가 늘 시끄러운 요즘, 친일 청산을 둘러싼 다양한 세력들의 다툼 속에서 오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동화는 분명한 메시지를 준다. 나라를 빼앗겼던 것이 변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그 나라를 찾기 위해 수많은 삶을 다해 노력했던 것 역시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노력의 가치를 우리가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준다.

어린이를 동화책이지만, 어른들도 함께 읽어야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동화를 업으로 하는 작가들이 역사나, 민족의 아픔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본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저자 이규희, 그림 이경하/내 인생의 책/2016.07



독립군 소녀 해주

이규희 지음, 이경하 그림, 내인생의책(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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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문학가, 시인, 출판기획자 * 아동문학, 어린이 출판 전문 기자 * 영화 칼럼 / 여행 칼럼 / 마을 소식 * 르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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