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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더라고 낮에는 베란다 문을 여는 것이 유리하다.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오더라고 낮에는 베란다 문을 여는 것이 유리하다.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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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지난 2015년 8월 전기 사용량이 174만kWh로 7월(145만kWh) 대비 19.5% 증가했을 뿐인데, 8월 전기 요금은 3억 8천만 원으로 7월(2억 4천만 원) 대비 1억 3천만 원이나(55.3%)나 증가했다. 가정용 전기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을 맞은 세대가 많았고 이것이 모두 합해진 결과다.

8월은 외부 온도 상승으로 냉장고, 김치냉장고의 전기 사용량이 평소보다 50% 이상 증가하고 잘못된 에어컨 사용 습관으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는데, 그렇다고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가정에서 전기료 폭탄을 맞는 것은 분명 잘못됐다.

폭염과 올림픽 개최 시기가 겹쳤던 2012년 8월과 유사한 전기 사용 패턴을 보이는 올해는, 사상 최대의 전기요금 폭탄이 많은 가정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 아파트의 2012년 8월 전기 요금은 4억 3400만 원으로 7월 대비 1억 7800만 원(약 70%)이나 증가했다. 시민들 사이에서 올 여름 전기요금 폭탄 우려가 급증하고 있고, 연일 언론에서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로 난리법석인 이유일 것이다.

이런 우려에 따라 정부는 11일 '장기 이상 폭염에 따른 주택용 누진제 요금 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7~9월에 한정해 주택용에 적용되는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것이 대책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시민들 스스로 일정 부분 대안을 찾아야 한다.

33평 아파트에 3명이 거주하는 우리 집도 8월 전기 사용량이 7월보다 급증하지만 전기료 폭탄을 맞지는 않는다. 원시인처럼 살아서가 아니다. 우리 집에도 냉장고, 김치냉장고가 24시간 돌아가고, 중학생 딸은 방학 때 하루 5시간 이상 42인치 PDP TV를 시청하고, 지속되는 열대야로 밤새 에어컨을 켜 놓는 날이 10일 이상이다. 과학적이면서도 조금은 현명하고 스마트하게 전자 제품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그 팁을 많은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쓴다.

가정 에어컨 냉방 온도는 28~29도로 충분

33평 아파트 거실에 설치된 스탠드 에어컨의 순간 소비 전력은 약 2060W로 가정집에서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가전제품이다. 에어컨을 26도 이하로 빵빵하게 틀어 놓고 여름을 난다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없다.

8월 전기료 폭탄이 에어컨과 관련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더워 죽겠는데 가족들에게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틀자고 해 봐야 불평만 쏟아질 뿐이다. 뿐만 아니라 백만 원 이상을 지불하며 에어컨을 구매했는데 전기료 때문에 에어컨을 끄고 살자니 왠지 억울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에어컨을 충분히 많은 시간 틀면서도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에어컨의 가동 원리와 공기의 대류 현상에 대해 이해한 후 에어컨을 현명하게 가동하면 된다.

에어컨에는 송풍 기능과 냉방 기능이 있는데, 냉방 기능(2060W)이 작동할 때 가장 많은 전기를 소비하고 송풍 기능만 작동할 때는 전기 소비량이 95W까지 떨어진다. 목표 냉방 온도를 설정하면 에어컨은 자동으로 냉방 기능이 작동했다 송풍 기능이 작동하다를 반복하며 실내 온도를 맞춘다.

그런데 창문이 열려 있어 실내 공기가 외부 공기와 지속적으로 섞일 경우 실내 온도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이 경우 에어컨은 설정 온도를 맞추려고 송풍보다 냉방 작동 시간이 길어져 전기 사용량이 많아진다.

따라서 에어컨 가동 시 가장 중요한 것이 실내 공기가 외부 공기와 섞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출입문을 열어 놓고 냉방기를 가동하는 상점을 단속하여 과태료까지 물리고 있다. 에어컨 가동으로 전기 사용량 폭증을 막으려는 것이다. 물론 가정에서는 에어컨을 가동하며 창문을 열어 놓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여름에 창문을 모두 닫으면 거실 바닥과 천정 아래 부분에 온도 차이가 발생한다. 왜냐하면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고 더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 가동 시 이 온도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가정 냉방 적정 온도는 사무실보다 2~3도 높여야

창문이 모두 닫힌 방이나 거실에서는 낮은 곳일수록 온도가 낮다.
 창문이 모두 닫힌 방이나 거실에서는 낮은 곳일수록 온도가 낮다.
ⓒ 심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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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여름철 냉방 온도로 26도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언론에서 26도를 강조해서 그렇다. 그런데 냉방 온도 26도는 평상복을 입고 업무를 진행하는 사무실 기준이다. 가정에서 냉방 온도를 26도로 설정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에어컨의 온도 센서가 거실 바닥으로부터 1.5m쯤 높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측정되는 온도를 기준으로 에어컨 냉방기가 가동되면 바닥에 누워 있거나 주로 앉아서 생활하는 가족들에게 전달되는 온도는 설정 온도보다 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26도로 에어컨을 가동해도 냉방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한여름 밤 열대야로 고생할 때 에어컨을 26도에 맞춰 놓고 밤새 가동할 경우,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심하면 감기까지 걸릴 수도 있다.

이런 과학적 사실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면 에어컨을 오래 시간 켜놔도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는다. 에어컨의 냉방 온도를 본인이 원하는 온도보다 2-3도 높게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감 온도가 26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28도로 설정하면 된다. 에어컨의 설정 온도가 28도로 되어 있어도 거실 바닥 바로 위의 온도는 26도 정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충분히 시원하고 냉방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실내에 머물 때는 특별한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체내에서 발생되는 열도 적고, 가벼운 옷차림 상태이기 때문에 에어컨 가동 시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가게 된다. 따라서 사무실에서 냉방 온도를 28도로 가동하면 덥지만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렇게 에어컨 냉방 온도를 평소보다 2도 높여 설정하는 것만으로 전기 사용량은 평균 50% 이상 줄어든다.

필자의 집에서 한여름 오후 3시 경에 에어컨 설정 온도를 28도로 맞춘 후 2시간 동안 가동했을 때 전기 소비량이 1kWh 정도로 측정되었다. 여름에 10일 동안 8시간 에어컨을 가동한다고 했을 때 월간 전력량으로 40kWh 정도만 소비되는 수치이다. 이는 4월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약 15% 수준으로 에어컨을 많이 켜는 8월에는 4월 대비 20% 이상 더 나오겠지만 이 정도라면 전기 요금 폭탄 수준은 아니다.

폭염과 열대야로 야간 실내온도가 31.8도까지 치솟은 지난 8월 10일 저녁,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26도로 설정하여 30분을 가동한 후, 설정 온도를 29도로 올린 후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가동했다. 초기 20분 동안 0.56kWh의 전기가 소비(시간당 1.68kWh의 전력 소비)되었지만 이후 6시간 동안에는 0.81kWh의 전기만 소비되었다. 야간 에어컨 설정 온도가 29도일 때 시간당 전력 소비량이 0.135kWh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이 때 거실 상단의 실내 온도는 29.6도 상대 습도는 56%였지만, 잠자고 있는 거실 바닥 위의 온도는 29.1도, 상대 습도는 51%였다. 필자가 실내 온도를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상대습도가 50% 초반을 유지할 때 실내 온도 29도는 절대 더위를 심각히 느낄 온도가 아니다.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온도다.

에어컨 가동 시 초기 30분은 설정 온도를 26도에 맞췄다가 이후에 설정 온도를 28~29도로 변경하면, 에어컨 가동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전기료 폭탄을 맞지 않는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가정에서의 적정 냉방 온도는 사무실 기준보다 2~3도 높은 28~29도가 적당하다. 전기절약을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다. 그리고 충분히 시원하다.

에어컨 가동 시간보다 설정 온도가 전기요금 좌우

필자가 거주하는 석관두산아파트 33평 824세대의 2012년 8월 전기 요금을 분석해 보니, 10만 원 이상 전기 요금을 낸 집이 270세대에 달했고 20만 원 이상 전기 요금을 낸 집도 57세대였다. 이 중에는 7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해서 29만 원 이상 전기 요금을 낸 집도 16세대나 포함되어 있다. 물론 400세대 정도는 8월에도 전기 사용량이 396kWh 이하여서 7만5000원 이하의 전기 요금을 냈다.

같은 평수 아파트인데 8월 전기 요금에 왜 이렇게 많은 차이를 보일까? 몇몇 세대를 조사해 보니 에어컨 가동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에어컨 설정 온도였다. 에어컨 냉방 온도를 28도에서 29도 정도로 설정한 세대에서는 에어컨 가동 시간과 가동 일수가 많았음에도 8월 전기 요금 증가가 심각하지 않았다. 반면에 에어컨 냉방 온도를 26도 아래로 설정한 세대는 에어컨 가동 시간과 일수에 비례하여 전기 요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서 전기료 폭탄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에어컨 냉방 온도를 26도 아래로 설정한 세대가 28도로 설정한 세대보다 더 쾌적한 여름밤을 보낼 수 있었을까?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에어컨 냉방 온도를 28도로 설정하면 에어컨을 밤새 켜 놓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반면에 에어컨 냉방 온도를 26도 아래로 설정하면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 왜냐하면 중간 중간 너무 추워서 이불을 덮었다 말았다 반복하거나, 수동으로 에어컨을 껐다 켰다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가정에서 에어컨 가동 시 냉방 온도를 28~29도로 설정하는 것이 전기료 폭탄도 피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더위를 참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전기 절약을 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가정의 밀폐된 공간에서는 28~29도의 냉방 온도로도 충분히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이것이 과학적이고 현명한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가 가정에서는 28~29도의 냉방 온도가 왜 적당하고 좋은지에 대해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이야기해 보자. 다 함께 실천하면 우리 집 여름철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인 석관 두산아파트에서는 이처럼 가족의 고통을 동반하는 방식이 과학적인 절전을 통해 2012년 대비 2015년에 연간 전기 사용량을 66만kWh 줄일 수 있었다. 다음 기회에 석관두산아파트에서 실천하고 있는 "미스터 갈릴레이의 3+1 절전 운동"에 대해서도 소개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관련기사: 주민에게 돌아간 2억 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무슨 일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심재철씨가 지난 2015년 6월 29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앞 한 커피점에서 천체 관측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성도와 밤하늘> 뒷면엔 '3+1 절전운동' 설명자료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심재철씨가 지난 2015년 6월 29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앞 한 커피점에서 천체 관측 교육 교재로 활용하고 있는 <성도와 밤하늘> 뒷면엔 '3+1 절전운동' 설명자료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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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상식] 에어컨 돌릴 때 베란다 문 열어야 할까? 닫아야 할까?
에어컨 가동 시 거실 창문은 당연히 닫아야 한다. 그러면 베란다 창문은 열어 놓는 것이 전기 절약에 도움이 될까? 닫는 것이 전기 절약에 도움이 될까?

실외기로부터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베란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여 베란다 창문을 항상 모두 닫고 에어컨 가동을 하는 집이 있다. 그러나 이는 조금은 잘못된 생각이다. 우선 한낮의 경우 햇볕이 유리 창문으로 들어올 때 온실효과가 강력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창문을 모두 닫아 놓을 경우 베란다 내부의 온도가 실외 온도보다 훨씬 높게 올라간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거실과 베란다는 유리문 하나로 구분되어 있다. 따라서 베란다의 온도가 높아지면 에어컨으로 시원해진 거실의 온도 역시 더 쉽게 상승하여 에어컨 가동 시간이 늘어나서 전력 소비도 커진다. 그래서 햇볕이 창문을 통해 베란다 안으로 들어오는 시간대에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놓는 것이 좋다.

반면에 밤에는 햇빛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온실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창문을 닫아도 베란다의 온도가 바깥보다 높아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베란다 문을 닫는 것이 유리하다. 왜냐하면 밤에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면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베란다로 유입되어 베란다의 온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낮에 에어컨을 가동할 때는 베란다 창문을 열어 놔야 하고 밤에는 창문을 모든 창문을 닫아 놓는 것이 전기 절약에 유리하다.

덧붙이는 글 | 전기를 생산하는 곳이 발전소라면 전기를 절약하는 것 또한 발전과 같은 효과가 있다 하여 요즘 절전을 많이 한 곳을 절전소로 지정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나의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절전소를 통해 발전소를 새로 짓는 효과가 있으니 국가적으로 엄청난 이득이다.

1998세대가 모여 사는 석관두산아파트는 성북구가 지정한 제 1호 절전소이고, 서울시의 에너지자립마을이다. 필자는 이곳의 초대 절전 소장이다. 2012년 82만6656kWh의 전기를 절약해서 서울시로부터 에너지 절약 최우수 아파트로 선정되었고 2015년까지는 2010년 대비 220만 kWh의 전기를 절약하여 매년 5억 원 이상의 전기료가 덜 나온다. 그 만큼 관리비도 줄어드는 것이다. 무작정 전기를 아낀 결과는 아니다. 이제는 무시한 절약이 아니라 똑똑한 소비가 필요한 때이다.



태그:#전기요금, #에어컨, #폭염, #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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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하우톤 연구소장으로 27년째 특수윤활유를 연구하지만, 별을 좋아해서 주말을 이용해 성북작은천문대에서 일반인을 위한 천문 교육을 진행합니다. 지구온난화를 막는데도 관심이 많기 때문에 , 아파트형 에너지자립마을 활동과 경비원을 위한 " 에너지나눔햇빛발전소" 건설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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