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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가 유출되어 하얀 기름띠가 하류로 흘러가고 있지만, 먼 산 불구경하듯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윤활유가 유출되어 하얀 기름띠가 하류로 흘러가고 있지만, 먼 산 불구경하듯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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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0일 오후 8시 56분]

4대강 사업으로 건설돼 '최고의 명품보'라고 자랑하던 세종보가 고장으로 멈췄다. 보를 세우는 과정에서 유압호스가 터지면서 기름도 유출되고 있다. 더욱이 하류 공주보가 수문을 열어 하류로 흘려보내면서 이를 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장맛비로 지난 4일부터 세종보의 수문이 열렸다. 기자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쓰레기와 토사로 인해 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매일 확인하고 있다. 확인 목적으로 다시 방문한 10일 오전 9시 40분, 수위가 줄어든 세종보 수력발전소 쪽 3번 수문만 닫히고 나머지 수문은 열려있었다.

"유출된 기름, 문제 없다"는 담당자, 기름통에는 '유해성 경고 문구'

총연장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4m의 3번 수문이 고장으로 멈췄다. 벌어진 틈 사이로 물이 새고 있다.
 총연장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4m의 3번 수문이 고장으로 멈췄다. 벌어진 틈 사이로 물이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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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3번 수문에 틈이 벌어지면서 중간 지점으로 누수가 되고 있었다. 입구에는 대형 기름통(하이드로신 바이오 46, 생분해성 유압작동유)이 놓여 있다. 수자원공사(아래 수공)와 유지보수를 맡은 업체 관계자들까지 10여 명이 서성거릴 뿐 모두 이를 쳐다 보기만 했다.

보 하류에는 밀가루를 풀어 놓은 듯 하얀 기름이 띠를 두르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름띠 주변으로 물고기들이 머리를 쳐들고 가쁜 숨을 몰아쉰다. 노란색 긴 호스가 강물에 둥둥 떠 있고 2명의 잠수부가 물속에서 공기 방울을 내 뿜는다.

"기름 유출 아니냐?"

기름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누수 지점을 찾기 위해 들어갔던 2명의 잠수부가 지점을 찾지 못하고 올라오고 있다.
 기름이 유출되는 상황에서 누수 지점을 찾기 위해 들어갔던 2명의 잠수부가 지점을 찾지 못하고 올라오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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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현장에 있던 수공 세종보 담당자에게 물었다. 이 담당자는 "(전도식가동보) 보의 수문을 여닫는 과정에 들어가는 유압 기름인데 친환경 기름이라 큰 문제는 없다, 2년마다 교체해야 하는데 이번에 처음 하는 것이다. (수력발전소) 벽면을 타고 조금씩 흐르니 문제가 없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유출된 기름에 문제 없다'는 담당자의 해명은 곧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기름통을 살펴보자, 유해성을 표시한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 친환경이라고 하지만 윤활유고, 기름통에 '삼키면 유해함, 피부에 자극을 일으킴, 눈에 심한 자극을 일으킨다'고 적혀 있는데."

경고문구에 관해 담당자에게 따져 물었다. 그제야 해당 담당자는 "오전 9시에 기름 유출을 확인했는데... 보 아래쪽에 작은 수문이 있는데 수문을 올려서 하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라고 다시 답했다. 기자는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이용하여 하류 기름을 걷어내어 확산을 막아달라"고 요구했다.

환경부는 사실 파악도 늦어, 고장난 보 '비 또 오면 어쩌나'

취재가 시작되고 하류 확산을 지적하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뿌리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고 하류 확산을 지적하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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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시작되고 하류 확산을 지적하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뿌리고 있다.
 취재가 시작되고 하류 확산을 지적하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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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20분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했다. 담당자는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전 11시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수자원공사에 연락해서 조처했다"는 연락만 왔다. 기자가 현장에서 철수한 오후 2시까지 환경부 담당자는 기름유출 현장을 찾지 않았다.
▲ 세종보 기름유출 10일 세종보 기름 유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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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이 보 주변을 타고 돌면서 하류로 흘러내리는 상황에도 잠수부가 물속에 들어가고 수공의 작은 고무보트가 주위를 맴돌았다. 마치 기자를 의식한 듯 오전 11시 27분께 오일펜스를 실은 차량이 도착했다. 이어 오후 1시가 다 되어서 펜스가 설치되고 부직포가 수면에 뿌려졌다.  

다시 만난 수공 담당자는 "최근 강수량이 많아서 수문을 열었다가 닫는 과정에서 2.8m 높이의 1~2번 수문은 정상 작동을 했다. 그런데 4m 높이의 3번 수문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와 자갈 등이 보 아래에 설치된 유압호스 관에 충격을 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잠수부를 통해 누수 지점을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털어놓았다.

담당자는 이어 "아래쪽에 보를 세우고 물을 빼서 원인을 찾을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누수 시점은 알 수 없다, 300ℓ 정도의 기름이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폭우라도 내리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큰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왕좌왕',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

취재가 시작되고 하류 확산을 지적하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뿌렸다.
 취재가 시작되고 하류 확산을 지적하자 오일펜스를 설치하고 흡착포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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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았던 양흥모 대전·충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그동안 예측됐던 가동보의 결함이나 문제들을 지적했던 일들이 우기에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환경부나 세종시 등 자치단체에 보고하고 공유하면서 협조해야 함에도 이런 조치가 전혀 없었다. 허술한 방재 체제가 또다시 확인된 것이다.

사고가 난 지 반나절이 되었는데 원인도 못 찾고 있다. 지금도 기름이 유출 중이다. 이런 중대한 상황에도 수공은 우왕좌왕하고 환경부나 세종시 공무원은 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야말로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문제다. 우기인데 폭우라도 내리면 제일 큰 수문이 열리지 않아서 안전사고로 이어질 것이다. 수공이나 관계기관의 대응이 안일하고 체계도 부실하다."

그러면서 양 사무처장은 "이번 기회에 세종보에 고질적인 문제의 점검과 평가를 통해서 유지할 것인지, 철거할 것인지 본격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장으로 멈춰선 보 주변으로 사고원인도 누수 지점도 찾지 못하면서 기름은 계속 유출되고 있다. 더욱이 같은 시각 공주보 수문이 열리고 빠른 속도로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이를 두고 '기름 유출을 감추기 위해 하류 공주보 수문을 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활유가 유출되어 하얀 기름띠 사이로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윤활유가 유출되어 하얀 기름띠 사이로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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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유가 유출되어 하얀 기름띠 사이로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윤활유가 유출되어 하얀 기름띠 사이로 물고기들이 머리를 내밀고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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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강의 명품보'로 자랑하던 세종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의 독창성과 측우기의 과학성 세종시의 상징인 제비와 금강 물결의 패턴을 상징하는 구조물'로 홍보된 구조물이다. 세종시는 또한 '물결 위에 또 다른 물의 흐름을 생동적인 현상으로 디자인하여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짐을 표현하였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5월 착공한 세종보는 21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고 총 길이 348m(고정보 125m, 가동보 223m), 높이 2.8~4m의 저수량 425㎥의 '전도식 가동보'다. 지난 2012년 6월 20일 준공했고, 정부는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한 바 있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결함이 드러났고, 한겨울에도 잠수부가 동원되어 보수했던 곳이다(관련기사 : 4대강 훈장 받은 세종보 또 물 샜다). 그리고 해마다 2~3월 유지보수를 위해 수문을 열고 점검과 유지보수를 하고 있다. 지난 3월에도 점검과 보수를 끝마친 곳이다.

이에 대전·충남 녹색연합은 세종보 수중 기름 유출 사고에 관해 "조속한 방제와 철저한 검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태그:#4대강 사업, #세종보 기름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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