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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하류를 밀려든 부유물이 뒤덮어 버렸다.
 공주보 상·하류를 밀려든 부유물이 뒤덮어 버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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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와 각종 부유물이 뒤섞인 강물에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닌다. 썩은 사체를 빨아먹기 위해 잔뜩 달라붙어 있는 파리들. 강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물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한계점에 다다른 것일까.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분노부터 치밀어 오른다.

9일과 10일 찾은 공주시 명승 제21호 고마나루터 선착장 입구에서부터 날파리가 반긴다. 한순간 '잔디밭인가'란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부유물이 강물을 뒤덮고 있었다. 썩어서 구더기가 발생한 사체에는 파리가 잔뜩 붙었다가 날아오른다. 악취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수자원공사 부유물 밀어내기

수자원공사 공주호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내달리고 있다.
 수자원공사 공주호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내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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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 점 없는데 보 하류에서부터 상류로 부유물이 계속해서 밀려든다. 멀리 보이는 공주보 주변에서 보트들이 물살을 가르고 있다. 보트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다 보니 보 때문에 정체된 부유물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잠수복을 입은 소방대원들이 수상오토바이를 붙잡고 강 중간지점으로 이동했다. 고무보트에도 한 무리의 대원들이 타고 나간다. 강물인데 바닷물처럼 파도가 밀려온다. 공주소방서에서 수난구조훈련을 위해 공주보를 찾은 것이다.

보 주변에 가득한 부유물이 부담스러웠는지 수자원공사는 보트를 타고 가장자리 주변을 빠른 속도로 내달리며 부유물을 밀어내고 있다. 어이가 없어 웃음부터 나온다.

갈수록 두꺼워지는 펄 층

각종 부유물과 물이끼가 가득한 강물엔 죽은 물고기만 가득하다.
 각종 부유물과 물이끼가 가득한 강물엔 죽은 물고기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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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기온이 30도까지 치솟는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지난해와 다르게 물속 바닥은 쌓여가는 펄층이 계속 두꺼워지고 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펄 때문에 걷기가 여간 힘들다. 펄층으로 가득한 썩은 강바닥에선 연신 공기 방울이 올라온다. 주변은 온통 흙탕물로 번지면서 악취가 밀려온다.

정민걸 공주대 교수는 "흐름이 정지된 강물에 토사와 함께 들어온 유기물(낙엽, 수서생물의 분비물과 사체 등과 사람이 버린 것들)이 바닥에서 계속 썩어가면서 산소도 없애고, 암모니아 등 유해한 물질을 지속해서 발생시키면서 수서생물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한다"라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곳곳에 죽은 물고기가 떠다닌다. 강변에서 썩어가는 사체에는 구더기가 득시글하다. 정체된 수역에서 자라는 '마름'과 '연'도 강 중앙지점까지 퍼지고 있다. 마름은 물이끼라 불리는 청태가 휘감아 버렸다. 생명이 살기 힘들다는 증거다.  

최근 들어 수자원공사는 콘크리트 고정보에 설치된 1m 수문을 일시적으로 여닫고 있다. 그러나 일시적인 수문 개방으론 썩은 강을 치유하기엔 충분하지 못하다. 보로 갇힌 면적과 부피보다 빠져나가는 물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수문 몇 개 열어서 해결될 수 없는 지경까지 치달을 것이다.

죽은 물고기 둥둥, 큰빗이끼벌레도 사라졌다

공주보 상·하류를 밀려든 부유물이 뒤덮어 버렸다.
 공주보 상·하류를 밀려든 부유물이 뒤덮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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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최악으로 나빠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생생한 증거는 이미 생물들이 보여주고 있다. 준공과 동시에 시작된 물고기 떼죽음은 이젠 다반사가 되었다. 물고기뿐만 아니라 고라니에 자라까지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죽어서 떠도는 영혼이 되어 버린 것.

물이 갇히고 녹조, 세균 등 먹이가 많아지면서 창궐하기 시작했던 큰빗이끼벌레도 2년 만에 사라지고 있다(큰빗이끼벌레는 2~3급수에서 사는 것으로 추정). 그 뒤를 이어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강바닥을 뒤덮었다. 결국, 하수구와 비교해도 다르지 않은, 이끼벌레조차 살기 어려운 오물이 되었다는 증거다.

오염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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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44만 원, 22조 원을 퍼부은 4대강 사업이 만든 생명 학살의 재앙이 드디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바닥에 쌓인 펄층이 4대강 사업 이전의 모래층과 달리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강의 흐름이 사라지고 촘촘한 미세입자가 바닥을 뒤덮으면서 지하수의 연결을 차단하는 시멘트 층이 될 것이다."

2010년 방문한 독일 하천 전문가인 헨리히프라이제 독일 연방 자연보호청 하천분석관이 관련된 논문을 증거로 보이면서 이렇게 경고했다. 헨리히프라이제 박사는 독일 연방자연보호청에서 30년간 재직했었다. 하천공사와 관련 경제적인 것은 물론 생태적 후유증 등에 관한 전문가다. 특히 강에 설치한 보나 댐이 지표수와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그의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가는 수질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물고기 폐사와 부유물, 악취 등으로 금강은 이제 강의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녹조 제거를 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수문을 개방하여 강으로 복원하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라며 "강의 생명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빠른 수문 개방만이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경고했다.

공주소방서 대원들이 공주보에서 수난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공주소방서 대원들이 공주보에서 수난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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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벗겨질 듯 뜨거운 햇살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땀범벅이다. 물 속의 사체를 만지고 건져냈더니 악취에 두통이 밀려온다.


태그:#4대강 사업, #공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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