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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5월 30일 오전 11시 7분]

5월, 아·우·성(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스러운 삶)의 연속입니다. 계절의 여왕답게 꽃이 만발합니다. 새싹도 무럭무럭 자라며 아우성입니다. 5월, 철 이른 무더위까지 아우성입니다. 5월, 아름다운 신부의 사랑스러움을 시샘하는 아우성은 진정한 사랑 앞에 단아하고 멋스러운 아·우·성이 됩니다.

딸 데려가는 남자, '도둑놈' 넘어 '간 큰 날도둑놈'?

"딸 시집보낸 아버지 소감 한 마디 들어 볼까요?"

지난 5월 중순, 딸 이야기만 꺼내면 자랑스러워하던 지인과 결혼식 뒤풀이 겸 앉았습니다. 그의 딸은 그즈음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 전, 청첩을 받으면서 특이했던 게 있었습니다. 대개 청첩장에 고인(故人) 이름은 뺍니다. 그런데 작고하신 어머니 이름이 적혔더군요.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엄마에게 전하는 감사와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잠시 샜네요. 아버지에게서 딸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인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떨어져 사는 딸과 문자에 장시간 통화까지, 미주알고주알 수시로 교감하며 샘나게 살더군요. 이렇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 심정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서운함과 관련된 단어들을 모조리 열거해도 모자랄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인과 딸의 관계를 곁눈질로 지켜 본 바, 지인은 "고이 키운 딸,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지만 언제까지 혼자 살게 둘 순 없다"라는 세상 순응주의자였습니다. 그렇지만 딸을 데려가는 남자는 '도둑놈'을 넘어 '간 큰 날도둑놈'으로 여길 사람이었습니다. 하여, 딸 결혼 후 지인에게 닥칠 후폭풍이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웃음꽃이 살짝 피었더군요. 왜? 지인, 마음을 떠 봤습니다.

"나보다 더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났다는 게 좋아!"

- 얼굴이 밝네요?
"다들 마음 써줘서 딸 결혼식 잘했네. 모두들 고마우이."

- 딸이 시집가니 많이 서운하죠?
"물론 서운하지. 근데 괜찮아. 지금껏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온 것처럼 또 지켜보며 축복해야지. 그게 아버지니까. 딸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지."

- 얼굴 보니 서운함보다 흐뭇함이 더 큰 거 같은데요?
"딸이 나보다 더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났다는 게 기분 좋아. 사위도 마음에 들고. 사돈댁이 검소하고 겸손하신 거 같아 더욱 좋고."

- 사위가 어디가 마음에 들었을까요?
"딸이 작년에 처음 소개시켜 주더라고. 만난 지 10분 만에 일어나서 꼭 안아줬어. 이것 땜에 뒤에 딸에게 한 소리 들었다네. 사위랑 이야기해보니 성격 좋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와 닿더라고."

- 왜, 딸에게 한 소리 들었어요?
"딸 친구들이 그러더래. 다른 집 아버지들은 남자 데려가면 쉽게 허락하지 않고 애를 먹인다는데, 우리 아빠는 너무 빨리 허락했다고."

- 밀당은 무슨.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거지. 잘했어요!
"그지, 나 잘했지. 딸이 소개시키면서 다 좋은데 키가 좀 작다 그러대. 그래서 흠 없는 사람 없다고 그랬어. 사위 만나 술 한 잔 해보니 남을 배려하는 게 몸에 붙었더라고. 친구 좋아하는 건 나랑 똑같대. 이게 살짝 걱정이긴 한데…."

- 딸에게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 한 마디 남겼을 법한데?
"내면이 더 아름답고 눈부신 우리 따님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배려하는 마음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즐기며 살 길 바란다고 했네. 이 마음 담아 딸과 사위에게 글을 써 신혼여행 가기 전에 줬네."

지인이 마음 고쳐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딸을 보쌈 해 가는 사위를 '도둑놈'이 아닌, 삶을 함께 영위할 '영원한 동반자'로 본 게지요. 역시 지인다웠습니다. 결혼하는 딸과 사위에게 썼다는 당부 편지를 봤습니다. 먼저, 아버지가 멋진 인생 살기를 바라는 딸에게 쓴 편지 전문입니다.

아버지가 결혼하는 딸에게 보내는 세 가지 당부

"5월의 아름다운 신부 사랑하는 따님!

따님은 엄마와 아빠에게는 기쁨이었고, 힘든 일도 잊게 해 주는 마법 같은 청량제였습니다. 결혼으로 이제까지 생활보다 최소 2배로 더 바쁜 생활과 관심이 필요 하는 등 피곤함도 있겠지만 따님을 사랑하고 지켜 줄 가족이 2배가 되어 행복할 수 있다는 슬기로운 마음가짐을 가지면 더 좋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따님에게 당부하고픈 3가지 말은 부부간의 사랑과 시부모님에 대한 효도, 사회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첫째로, 부부간에는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교감하라!"입니다.

서로 다른 부모와 풍습 아래 오늘과 같이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집안 풍습과 교육 방법은 옳고 좋습니다. 그렇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문제는 서로 의논해서 해결해야 하겠지만, 사사로운 습관 차이에서 오는 문제들은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주 중요합니다.

둘째로, 시부모님에 대해서도 앞서 말한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교감하라!" 라는 말을 기억해주기 바랍니다. 시부모님은 이 서방의 뿌리입니다. 부모님과는 한 세대가 차이 납니다. 환경이 다르고, 시대가 지났으니 생각하는 방법,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다름을 인정하고,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사회에 대한 책무입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우리가 잘되면 자연히 나도 잘 됩니다. 내가 상대방을 배려하면, 자연히 상대방도 나를 배려해 주게 되어 있습니다. 따님의 오늘의 삶은 열심히 했기 때문이지만 부모 친척뿐만 아니라 사회로부터도 많은 혜택을 입고 성장했습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눈길 한 번 더 주고, 봉사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기 바랍니다."

지인이 딸에게 당부한 세 가지는 부부 간 이해하고 무조건 행복, 시부모님 공경, 사회 약자 배려였습니다. 이중 사회 약자 배려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내가 최고'라는 이기적인 현실에서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어려운 사람에게 돌려주라는 게 남달랐습니다. 지인 성품을 보면 그 다운 발상으로 여겨집니다. 다음은 지인이 사위에게 쓴 편지 전문입니다.

딸 바보 장인이 막 결혼한 사위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내 사위님!

내 딸과 혼인해서, 우리 식구가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두 사람이 아름다운 인생을 펼쳐 무한한 행복을 느끼기 바랍니다. 이런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꼭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딸이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고, 어떤 일에건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이건 우리 가족이 가지는 자존감입니다. 그런 내 딸이 어떤 사람과 결혼 할까? 하는 것은 나의 큰 관심사였지만 나의 의견을 무리하게 내세운 적은 없습니다. 그만큼 딸을 믿고 의견을 존중해주려 애썼습니다. 평소 마음속으로 우리 딸과 결혼하는 사람은 "횡재한다!"라고 생각해 올 정도로 나는 딸 바보입니다.

그러나 나의 임무는 여기까지만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든든한 우리 사위가 있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도움이 되는 일이나, 따님과 사위님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달려가겠으니 활용하세요. 명품 내 딸과 결혼하는 우리 사위님도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위님도 부모님들도 마음이 평온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더욱 내 마음이 가볍습니다. 내 딸을 무조건 사랑해주세요!"

사위에게 향한 딸 바보 장인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지인은 뒤늦게 딸이 "명품"임을 밝힌 겁니다. 이어 "아름다운 마음씨"와 "성취감"을 강조했습니다. 사위에게 딸과의 결혼이 "횡재"임을 주장한 그는 아버지로서 "임무는 여기까지"임을 강제했습니다. 기·승·전·아버지의 바람은 끝까지 딸을 명품으로 지켜주길 바라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사실, 딸 결혼식 전후 우는 지인들 꽤 보았습니다. 사랑이 넘치고 넘친 탓이지요. 이걸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 장담 못합니다. 그런데 엄청 울 것 같았던 지인이 오히려 꿋꿋했습니다. 혼자 마음속으로 많이 울었을 테지요. 그렇지만 딸 결혼식 후 만난 지인의 얼굴에는 '안도(安道)'가 서려있었습니다. 편안한 도인의 얼굴은 제게 숙제를 내주었습니다. '나는 내 딸을 어떤 마음으로 키워야 할까?' 우리 함께….

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결혼식, #딸 바보,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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