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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청소년은 학업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내려놓고 하염없이 공부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푸를 청'이라는 한자의 의미와 맞는 것일까? 이번 인터뷰 기사를 통해 특정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끼를 알림으로써 참된 청소년으로써의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을 소개 할 예정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글을 보고 잊어버렸던 자신의 꿈들을 다시 떠올리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요즘 텔레비전을 켜면 어디서든지 셰프가 출연하거나 요리와 관련된 방송들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삼시세끼'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진들이 자신의 끼니를 직접 해결해가는 모습부터 시작해, '백주부' 백종원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요리'라는 아이템은 예능의 블루칩이 됐다.

그 이후, 요리를 주제로 다루는 예능이 하나둘 등장하면서 셰프들이 예능에 출현해,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청각을 자극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셰프들을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면서 많은 청소년들이 요리사라는 꿈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기사를 통해 요리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는 청소년을 만나려 한다. 서울관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정태영군의 '인생 레시피'를 들어보도록 하자.

우연히 다가온 큰 꿈, '요리'

지난 3월 26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태영(19)군을 만났다.
 지난 3월 26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정태영(19)군을 만났다.
ⓒ 유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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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축구 영웅인 박지성 선수가 사실은 어릴 때,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다니던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없고 축구부가 새로 생기면서 '우연히' 축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일화는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다. 정태영군에게도 요리는 '우연히' 다가왔다.

"중학생 때, 이태원에서 축제가 있어서 중동국가 출신의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중동의 문화를 처음 접했어요. 그중에서 중동 요리를 하고 계신 분의 모습을 보고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요리에 대해 조사하던 중 서양 음식에 관심이 생겨 양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나 그의 꿈과 달리 정군의 부모님은 반대했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속담처럼 결국 정군은 지금 다니는 고등학교에 지원하게 됐다. 막상 지원하고 나니 이제 막 요리에 대해 관심이 생긴 정군은 입학 전에 뭐라도 준비해야겠다는 마음에 포털에 '요리'라는 단어를 검색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요리학원도 잘 모르고 요리에 대해 잘 아는 지인도 없었어요. 아는 게 하나도 없이 그냥 검색만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렇게 요리 관련 동영상을 찾아본다든지, 조리용어를 공부한다든지, 무 한 통을 더 썰면서 남들에게 뒤처지기 싫었고 그 안에서 보기 좋게 1등을 하고 싶었어요."

남들이 그의 부족한 경험을 약점이라고 말할 때, 정군은 흔들리지 않고 그것을 열정과 끈기로 바꿔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았다. 그렇게 남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때 뛰어가던 정군은 지금까지 많은 대회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고 있고 학교 내 대회를 준비하는 동아리의 부장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제 요리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있던 대회는 바로 '기능경기대회'인데 국가대표 선발전인 대회로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접시 위에 음식들을 예쁘게 담기만 하면 요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대회를 통해 단순히 겉모습이 다가 아니라 비타민, 육류, 스타치(탄수화물) 등의 요소들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대회 이후로, 겉과 속을 어떻게 더 조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비록 이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진 못 했지만, 오히려 실망보다는 무언가를 더 배워가는 자세로 요리사라는 꿈에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그는 요리를 하면서 많은 고난을 마주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매번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데서 더 많이 배우는 법이다. 실패라는 장애물이 자신의 길을 가로막고 있을 때, 그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 벽을 타고 넘어갈 것인지, 뚫고 지나갈 것인지, 다른 길을 찾아 돌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나 하나 벽을 넘어가다 보면 점점 다음 벽들이 낮아 보일 것이다.

'TV 속 셰프' 따라가려는 청소년들을 위한 조언

정태영군은 현재 서울관광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정태영군은 현재 서울관광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 유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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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다시피 '요리'라는 콘텐츠는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동향을 가져왔다. 대체 무슨 이유로 많은 분야에서 요리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요리하는 모습이나 플레이팅 된 음식들을 보고 씹는 소리, 불로 요리를 하는 소리 등으로 귀를 자극하고 맛과 냄새를 입과 코로 느끼고 식감을 느끼잖아요? 요리는 우리의 '오감각'을 모두 충족시킨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요리가 방송에서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들은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건 아니지만, 방송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데, 이와 함께 셰프들이 방송에서 보여주는 쇼맨십은 몇 년 사이, TV의 많은 프로그램에서 요리를 하나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요리 방송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요리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청소년들이 요리사를 꿈꾸게 해주는 계기를 제공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군은 시청자가 아닌 요리사라는 꿈을 꾸고 있는 청소년들이 단순히 TV에 나오는 셰프님들이 멋있어서 그 꿈을 꾸는 것이라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에 나가서 셰프들처럼 칼을 잡는 데 몇 년이 걸리지 몰라요. 실제로 대학교까지 마치고 사회에 나가서 셰프가 되는 사람들은 10% 정도이고 대부분 그만둔다고 해요. 그만큼 힘든 직업이고 멋있어 보이려고 이 길을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정태영군의 요리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정태영군의 요리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 유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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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요리사가 되기 위해 청소하고, 재료를 나르고, 씻기를 몇 년씩 하는 모습을 많이 봤을 것이다. 정군은 요리사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이런 힘든 길을 꾹 참고 버텨 이겨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요즘 요리사들은 요리만 잘해서 성공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요리마다 궁합이 있는데 양식만해도 많은 음식들이 있죠. 각각 어울리는 와인의 종류는 다양한데 만약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각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해드려 자신의 음식의 맛을 보다 극대화시켜 손님들의 만족을 높일 수 있어요.

이와 비슷하게 커피라든지, 자신의 전문 분야와 다른 분야의 음식에 대해 공부하거나 요리 외에 외국손님과 대화할 때 필요한 외국어나 매너 등들이 같이 겸비해야 다른 셰프들과의 경쟁해서 이길 수 있다고 봐요."

스티브 잡스가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 연설에서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해왔던 각각의 점들이 미래에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요리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현재에 배우고 경험한 점들이 미래에 선이 돼 언젠가 자신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정군은 학교에서의 다양한 수업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수업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이런 준비가 미래를 향한 길의 마지막에서 그와 함께 셰프의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에게서 미래의 새로운 요리 문화를 본다

정태영군의 요리.
 정태영군의 요리.
ⓒ 유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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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식 문화는 상당히 좋아요. 우리나라의 고유의 문화를 세계의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단순히 외국인에게 한식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제가 전공하고 있는 양식과 조화를 이뤄 외국인들에게 보다 친밀하게 한식이 이런 음식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거죠. 한국 사람들에게는 한식과 양식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이미 많은 퓨전음식들이 나와 있지만 정군은 지금보다 더 많은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세상에 있는 것들만 계속해서는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지 않는다. 어쩌면 미래의 한국의 요리를 세계로 이끌어 갈 사람 중 정군이 앞장서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저는 요리에 대해 평생 연구하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시금치를 예를 들더라도 대부분 무쳐서 먹는데 새로운 방식으로 조리를 하는 법을 연구하거나 시금치 맛을 낼 수 있는 다른 재료들을 알아보고 싶어요. 요리에 대한 새로운 메뉴와 조리방법과 재료 등은 무한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것에 대해 연구하고 요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인생을 사는 것만큼 행복한 삶을 없을 것 같아요."

정태영군은 '미래'라는 접시 위에 여러 가지의 재료들을 올려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며, 그 재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꾸미고 배열하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도 이때까지 해왔던 것들을 수 없이 반복할 것이다. 완성되는 데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고 무슨 맛과 모양인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완성됐을 때 그 요리의 이름은 '꿈'이 아닐까 싶다. 어느 누구도 이것의 레시피를 모르고 같은 맛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요리는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그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모든 청소년들은 각자의 꿈이란 요리를 완성하기 위해 이것저것 넣어보고 평범하게 혹은 독특하게, 심심하게 혹은 재미있게 꾸며가고 있을 것이다. 중간에 태워서 다 버릴 수도 있고 간이 맞지 않아서 무엇을 넣어야 할 지 답답할 때도 있을 것이다. 또한 조리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른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며 여러 번 도전하다 보면 그 과정이 어떻든지 결국에는 세상에서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 완성될 것이다. 지금의 고통과 고생들이 레시피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덧붙이는 글 |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학업으로 인해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의 자유를 내려놓고 하염없이 공부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푸를 청'이라는 한자의 의미와 맞는 것일까? 이 인터뷰 기사를 통해 특정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재능과 끼를 알림으로써 참된 청소년으로써의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을 소개 할 예정이다. 많은 청소년들이 이 글을 보고 잊어버렸던 자신의 꿈들을 다시 떠올리기를 바란다.



태그:#청소년, #인터뷰기사, #요리, #셰프, #고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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