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소희 CM송 2013년 KT 통신사 광고로 화제를 모은 송소희.

▲ 송소희 CM송 2013년 KT 통신사 광고로 화제를 모은 송소희. ⓒ kt


"아니라오~아니라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한 통신사 광고에서 앳된 소녀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구수한 CM송을 불렀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CF를 점령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서도 어린 소녀는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국악이라는 신선한 아이템과 뛰어난 실력 그리고 청초한 외모, 이것들이 조화롭게 뭉쳐 큰 인상을 주었는데, 그렇다, 이 소녀가 바로 국악 소녀이자 어느덧 21살 대학생이 된 '송소희'다. 그 광고가 필자와 송소희와의 시작이었다.

송소희의 '방황', 내 마음의 '방황'

무대에서의 송소희 양 항상 좋은 무대로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는 ‘송소희’ 양(SH파운데이션 제공)

▲ 무대에서의 송소희 항상 좋은 무대로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는 송소희의 모습. ⓒ SH파운데이션


그 이후로 종종 TV에서 송소희가 출연하면 바로 알아챘지만 "송소희 나왔네" 딱 그 정도였다. 하지만 송소희가 2015년 7월, <불후의 명곡>에서 '방황'이라는 곡을 불렀을 때부터 달라졌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의 노래를 완벽히 재해석하고 국악 특유의 송곳 같은 고음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필자 역시 그 가락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로 친구들이 섹시한 아이돌 영상을 볼 때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송소희를 봤고, 발라드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때 아리랑의 한을 느꼈으며, 힙합이 "TURN UP!"을 떼창할 때 홀로 "얼쑤~"를 속삭였다. 이런 모습에 주위 사람들은 갸우뚱했고, 피시방에서 송소희 영상을 찾아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 그래도 좋았다. 비록 같이 공감할 사람들은 없었지만, 혼자 다짐했다.

'꼭 내가 송소희를 만나겠노라….'

'푸른 청(靑)소년들', 송소희와의 연결고리

2016년 2월, 필자는 여기 <오마이뉴스>에 '푸른 청(靑)소년들'이라는 연재기사로 기자로서의 꿈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꿈을 찾고 실현에 나가 성공한 청소년들을 인터뷰함으로써, 많은 청소년이 꿈을 찾고 이뤄나가는 데 도움을 주겠다는 의의로 시작한 기사였다. 그 기사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계획을 세웠다. 처음 기사를 쓰는 아마추어 청소년 시민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를 통해 주제에 맞는 청소년 연예인들의 인터뷰도 따겠다!"는 다소 무모한 목표였다. 물론, 여기에는 송소희도 포함하는 얘기였다. 많은 지인은 '네가 할 수 있을 것 같냐?'라며 하찮게 생각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들의 시선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매달 한 편의 기사를 정성 있게 작성했다. 그런 노력이 기사에 묻어났을까, 목표했던 이들과의 인터뷰가 성사되기 시작했고 마침내 시민기자로 연재기사를 시작한 지 4개월 정도 되었을 때 송소희의 소속사로 인터뷰 요청문을 보낼 수 있었다. 내용 수십 번을 다시 보고 고쳐가며 보낸 그 날, 심장이 너무 떨렸고 한편으로는 '송소희 한 명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웃었다. 메일을 보내고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SH파운데이션의 한 직원분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송소희 양이 인터뷰를 승낙하셨고, 자세한 인터뷰 일정은…."

'덕질'하다가 성공한 시민기자

'푸른 청(靑)소년들' 송소희 편 지난 2016년 8월 22일, <푸른 청(靑)소년들> 송소희 편이 오마이뉴스 오마이스타면에 실렸다.

▲ '푸른 청(靑)소년들' 송소희 편 지난 2016년 8월 22일, <푸른 청(靑)소년들> 송소희 편이 오마이뉴스 오마이스타면에 실렸다. ⓒ 오마이스타


인터뷰를 일주일을 앞두고, 인터뷰이를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송소희와 관련된 방송이나 기사를 모두 찾아봤다. 그런 식으로 정신없이 인터뷰 날짜가 다가왔다. 인터뷰에 앞서 라디오 일정이 있던 터라, 인터뷰 장소를 직접 알아봐 달라던 소속사 측의 부탁으로 아침 일찍부터 온 곳을 돌아다녔다.

최적의 장소를 선정한 후, 송소희가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는 라디오를 들으며 긴장의 숨을 내쉬었다. 심장 소리가 그대로 들렸고 옷에 뭐가 묻진 않았는지, 머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는지 화장실을 그 짧은 시간 동안 몇 번을 다녀왔는지 모르겠다. 마침내 약속의 시간이 다가왔다. 문이 열렸고 송소희, 그 송소희가 들어왔다. 송소희의 팬이 된 지 1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그리고 함께 꼭 송소희를 보겠다는 그 다짐을 완벽히 이뤘다는 것에 대해 '너도 참 대단한 녀석이다'라고 생각했다.

송소희와 단둘이서 마주 보고 있었던 1시간 정도의 시간, 막상 내가 팬이라는 것도 잊은 채 인터뷰에 임했다. 그렇게 내가 꿈꿔온 시간은 지나갔다. 기념사진, 사인과 함께 비매품으로 출시된 <사랑, 계절> 앨범을 송소희의 짧은 편지와 함께 받을 수 있었다. 행복했고, 믿기지 않았고, 이렇게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 현재 이 앨범은 내 보물 1호이다. 힘들 때마다 '비밀이야기'의 마지막 가사인 "잘하고 있어"를 들으며 이겨내고 있다. (관련 기사: 국악 소녀 송소희, 이렇게 속 깊을 줄 몰랐어요)

송소희로 시작된 나비효과

송소희 팬미팅 공지 송소희의 팬미팅이 지난 3월 18일 강남에서 진행됐다.

▲ 송소희 팬미팅 공지 송소희의 팬미팅이 지난 3월 18일 강남에서 진행됐다. ⓒ SH파운데이션


이렇게 필자는 '덕질'에 성공했다. 콘서트나 팬 사인회에 그치지 않고 '연예인과 팬'이자 동시에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로 한 테이블에서 대화할 수 있었다. 1시간의 인터뷰는 인생에서 가장 기억 남을 추억으로 남았다. 송소희와의 인터뷰 덕분에 이후에 다른 청소년 연예인분들도 인터뷰할 수 있었다. 지난 연말에는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한 <2016년 대한민국 청소년 기자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송소희로 인해 덕질을 시작했고, 그로 인해 기자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과분한 상을 받았으며, 정말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웠다….

라고, 여기에서 송소희와의 인연은 끝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난 3월 18일에 진행된 송소희의 소규모 팬 미팅에 갈 기회가 생겼다. 1시간 정도의 인터뷰 이후, 1년 만에 보는 거라 과연 나를 기억해줄지 걱정됐다. 두 번째 만남이지만, 옷을 계속 확인하고 머리를 계속 만지는 건 여전했다. 팬 미팅이 시작됐고 걱정과 달리 송소희는 필자를 반겨줬다. 현장에 있던 분들께는 부끄러울 정도로 멋있게 소개해줬다.

"유 기자님의 인터뷰 요청문을 받았을 때, 이 분이랑은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중략)… 글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기자입니다."

어쩌면 정말 송소희 하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끔 스스로 던진다. 아무도 만나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전략적인(?) 덕질이 그 편견을 부쉈다.

이제는 끝이 아닌 다시 새로운 만남을 위해, 정식 기자가 되어 당당히 인터뷰하는 날이 오기를 기약하겠다. 그때까지 팬으로서 자유롭게 덕질을 마음껏 할 것이다.

송소희에게 받은 선물 현재 필자의 보물 1호인 송소희 '사인' 앨범이다.

▲ 송소희에게 받은 선물 현재 필자의 보물 1호인 송소희 '사인' 앨범이다. ⓒ 유종현



덧붙이는 글 공모 <내 안의 덕후> 기사입니다.
내안의 덕후 송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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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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