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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을 말하라면 굴비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에서 굴비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영광군 법성포는 굴비의 본고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굴비는 참조기를 통채로 염장하여 말린 생선이다. 굴비는 고려 때부터 조선시대까지 왕실에 진상되는 귀한 것이었다.

법성포라는 지명은 불교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백제 최초로 불교가 도래한 곳은 법성포로 법은 불교를 의미하며 성은 경전을 가지고 들어온 성인인 마라난타를 가르키고 있다. 법성포는 중국에서 한반도로 접근할 때 많이 이용되던 곳이었다. 법성포 앞바다를 칠산 바다라고 부르는데 참조기가 매년 봄에 알을 낳기 위해 칠산 바다를 거쳐간다. 바다에서 사는 대부분의 물고기들은 알을 낳기 전에 가장 기름지고 살이 통통하게 올라있다. 즉 가장 맛있을 때 잡힌 참조기로 만든 굴비의 맛이 최고인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굴비가 생산되고 있는 법성포
▲ 법성포 굴비가 생산되고 있는 법성포
ⓒ 최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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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려져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굴비
▲ 말린굴비 말려져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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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포의 중간을 가르는 이 곳은 와탄천의 하구라기보다는 바다에 가깝다. 이곳부터 500여곳의 굴비 생산업체가 양쪽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명절 때만 되면 이곳의 굴비들은 전국에 선물로 팔려나간다. 굴비는 내장을 제거하여 말린 생선과 달리 내장까지 통채로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린다. 간하여 말리는 과정을 섭장이라고 하는데 업체마다 조금씩 그 방법이 달라 맛의 묘한 차이가 있다.

구슬도 꿰어야 서말이라는 말이 있듯이 굴비 역시 새끼줄에 엮어서 판매한다. 씨알이 굵으면 굵을수록 비싼값에 팔리는데 굴비의 제대로된 매력을 접하려면 보리굴비를 먹어보는 것을 권해본다. 지금같이 저장하기 쉬운 시설들이 있을 때가 아닌 과거에는 염장을 한 굴비를 뒤주속에 보관하는데 이때 같이 넣은 것이 통보리이다. 통보리의 겉껍질은 굴비의 기름을 흡수하여 오랫동안 보존이 가능하도록 해주었다.

잘 말려진 보리굴비
▲ 보리굴비 잘 말려진 보리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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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비와 궁합이 맞는 밥
▲ 물에 말은 밥 굴비와 궁합이 맞는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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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굴비로 유명한 곳에서 보리굴비 정식을 하나 주문해보았다. 큼직한 굴비 두 마리와 전라남도의 맛좋은 찬들이 같이 차려졌다. 보리굴비를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서 해체해보았다. 벌써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밥도둑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보리굴비가 짭쪼름해서 그냥 밥에 얹어 먹어도 좋다.

별미인 보리굴비를 제대로 먹는 방법이 있는데 바로 보리차 등에 밥을 말아서 굴비 한 조각을 얹어 먹는 방법이다. 오랫동안 염장이 된 보리굴비는 간이 잘 배어 있어서 물에 밥을 말은 다음 그 위에 얹어 먹으면 참조기의 숙성된 향이 입안에 퍼져나간다. 특히 여름에 이렇게해서 먹으면 한여름의 더위를 순식간에 날려 버린다. 체력이 떨어진 분들에게는 원기회복에 이만한 음식도 드물다.

백제 불교 최초 도래지가 되었을만큼 법성포는 중요한 요지였다. 지금은 갯벌이 드넓게 펼쳐져 있는 곳이지만 영광에서 흘러드는 와탄천과 고창에서 흘러드는 대산천이 합쳐지는 곳이었고 수군이 주둔까지 했던 곳이다. 법성포 앞바다에서 잡힌 해산물은 대부분 위쪽의 군산항이나 아래쪽의 목포항을 이용하고 있다. 법성포는 항구로서의 기능은 거의 못하고 있는 곳이지만 굴비 전성기를 열고 있다.


태그:#굴비, #법성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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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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