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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토요일은 청이 좋아'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청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토요일은 청이 좋아'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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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사람들이 많이 다니고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아 활기가 느껴집니다."

지난 18일 목요일 오후 서울시청 지하 1층 라운지.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설명회에 참가하기 위해 왔다는 주부 김아무개(34)씨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다음엔 꼭 아이들과 함께 와봐야겠다"고 말했다.

직장이 광화문 부근이라는 회사원 정아무개(47)씨는 "점심 후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이곳을 자주 찾는다"며 "돈도 안 들고 누가 간섭하는 사람도 없어서 편한 데다가, 가끔 공연도 해서 눈이 즐겁다"고 말했다.

서울시청 지하에 마련된 '시민청'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번 보면 아무도 다시 찾지 않는 시정홍보관

서울시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민청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12월 30일 500만 명(일평균 5160명)을 넘어섰다. 2013년 개관이래 해마다 20%씩 꾸준히 늘어 3년 만에 이룬 수치다.

신청사 건립을 준비하던 서울시가 애초 이곳에 만들려고 했던 것은 서울시티갤러리, 즉 수도 서울과 시정을 알리는 서울홍보관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국내 공공기관에 설치된 도시홍보관들은 대부분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아왔던 게 현실. 일방적인 시정 홍보물들에 식상한 시민들은 다시 방문하지 않았고, 방문객도 교사의 인솔로 견학 온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의 시청 등 공공기관은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할 수 없이 찾아가는 곳이란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도시홍보관이 들어설 뻔하다 시민청이란 새로운 개념의 공간으로 탄생하게 된 것은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업무공간이 협소해진다', '공간 개념이 생소하다'는 공무원들의 볼멘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박 시장의 생각은 완성된 설계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공무원들을 배제한 순수 시민전문가들로 TF를 구성해 논의한 결과 2013년 1월부터 시청 지하 1, 2층을 모두 시민청으로 만들게 됐다. 이어 시민청 운영조례를 마련하고, 15명으로 구성된 시민청 운영자문회도 꾸려졌다. 서울도서관과 8-10층 하늘광장을 포함 신청사에서 시민을 위한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38%를 넘어서게 됐다.

지난해 11월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열린 '추억의 롤러장' 행사.
 지난해 11월 시민청 시민플라자에서 열린 '추억의 롤러장' 행사.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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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만나고, 모임 갖고, 전시회 보고, 공연 관람하고

그럼, '시민을 위한 공간' 시민청에는 무엇이 있을까.

지하철 시청역 4번 출구를 나서 바로 시청 건물과 연결되는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민청(지하 1층)이 나온다.

확 트인 공간에 사람들이 많아서 처음엔 어리둥절 하지만 곧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는 시설들이 눈에 들어온다.

널찍한 중앙통로 '시민플라자'를 가운데 놓고 왼쪽부터 보면 서울시에 바라는 정책을 말할 수 있는 '시민발언대'가 있고, 매일 점심때 시민청 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활짝라운지', 서울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소리를 엮어주는 '소리갤러리' 등이 줄지어있다.

이어서 기념품가게 '다누리'에서는 사회적배려기업들이 공동전시하는 패션, 수공예품을 구경하고, '지구마을, 도란도란카페'에서는 공정무역 커피를 한 잔 할 수 있다. '서울책방'에서는 서울시 관련 책들을 열람 및 구매 할 수 있고, '시민청갤러리' '시티갤러리' 등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 전시할 수 있다.

특히, 벽과 천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천장에는 45개의 모니터(뜬구름갤러리)가 설치돼 서울의 하늘을 주제로 한 미디어 작품이 전시되고 있고, 벽에 걸린 66개의 모니터(담벼락미디어)에는 시민들이 직접 만든 UCC가 상영된다. 중앙통로의 시민플라자는 월 2회 주말 '한마음살림장'으로 변신, 시민생활장터가 열린다.

신청사 건립 과정에서 발견된 조선후기 무기제작 관청 '군기시' 유적 전시실에 들어가면 타임캡슐을 타고 과거로 온 느낌이다. 유물출토 현장 위에 강화유리를 깔아 걸어가면서 발 밑의 유적을 생생히 구경할 수 있다.

이날 시민플라자에서 양말 작업장에서 나온 양말목을 이용한 공예품 워크숍을 열고 있던 '황새둥지' 이혁종씨(40)는 "지난 연말 시민청의 공간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이곳을 일주일간 무료로 사용하게 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고 반응도 괜찮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을 위해 시청 청사 내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준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왕이면 지하가 아닌 청사 1층에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시민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는 특색있는 결혼을 원하는 커플들이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가질 수 있다.
 시민청 지하 2층 태평홀에서는 특색있는 결혼을 원하는 커플들이 '작고 뜻깊은 결혼식'을 가질 수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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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매력이 숨어있는 지하 2층... 주말엔 결혼식도

그러나 지하 1층만 보고 그냥 지나치면 절대 알 수 없는 시민청의 매력은 지하 2층에 숨어있다.

태평홀, 바스락홀, 이벤트홀, 동그라미홀, 워크숍룸, 시민플라자2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공간들이 시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

시간당 대관료 1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원하는 날짜 3개월 전부터 열흘 전까지 시민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해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옛 청사에 있던 고풍스런 강당을 그대로 재현한 태평홀은 강연, 토론회 등 다양한 행사가 가능하지만, 특히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허례허식을 피하고 작고 의미있는 결혼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비용은 80인 기준 600만 원 수준이며 협력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시민청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 서울문화재단 최정필 차장은 "소박하지만 특색 있는 결혼식을 원하는 커플들이 주로 온다"며 돈이 없는 커플을 위해 내가 직접 사진을 찍어줬던 결혼식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뿌듯해 했다.

그 외 전문공연 시설이 갖춰진 150석 규모의 소극장 '바스락홀', 지하 1·2층이 연결돼있고 무대를 수직 이동시켜 재밌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이벤트홀', 동그란 모양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끄는 '동그라미방', 강연이나 세미나를 열 수 있는 '워크숍룸' 등이 갖춰져 있다. 

지난해 여름 시민청 지하2층 이벤트홀에서 열린 은빛작은잔치 한 장면. 어르신들이 열심히 율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시민청 지하2층 이벤트홀에서 열린 은빛작은잔치 한 장면. 어르신들이 열심히 율동을 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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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문하고 싶다" 96%... 동서남북에 하나씩 증설 계획

서울시가 지난해 연말(9.20-10.20) 한 달간 시민청 방문객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6%가 시설과 환경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97%나 되고 재방문 의사도 9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다만, 개선할 점으로는 홍보부족·안내표지부족 등이 55%에 달해 시민청의 좋은 프로그램을 일반 시민들이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알려달라는 주문이 많았다.

서울시는 이런 의견에 따라 시민청 홍보를 늘려가면서 올 상반기 중 강남 세텍(SETEC)부지에 제2시민청을 개관하는 등 시 주요 거점에 시민청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송오섭 서울시 시민청팀장은 "1월1일, 설날, 추석 등 1년에 3일만 제외하고 연중 문을 열 어야 해서 직원들이 힘들어 하지만 즐겁게 이용하는 분들을 보고 힘을 낸다"며 "올해는 시민 스스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려고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태그:#시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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