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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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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박(眞朴) 논란은 정치수준이 낮다는 얘기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8일 신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 당내 일각의 '진박 마케팅'을 "정치수준이 낮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월 국무회의에서 국정교과서 논란과 쟁점법안 처리를 독려하며 "앞으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국회법 시행령 개정안 사태 당시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과 맞물려 '친박(親朴) 지원사격' 혹은 '야당 심판론'으로 비화됐다. 특히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며 자신을 '진박 후보'로 선전 중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 후 "대구·경북에서는 진박 논란이 거세다, 후보들이 당의 정강정책보다는 대통령과의 친분 과시에 전력하는 분위기"라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 "친박, 비박, 신박, 진박 전부 우리 당에서 스스로 만든 용어가 아니다, 언론에서 만든 용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결국 당대표 스스로 자당의 일부 예비후보들을 언론에서 만든 용어를 갖고 선거에 나서는 수준 낮은 인사들이라고 '셀프 디스' 한 셈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당의 공천 방식을 두고 "야당 내 소수권력자가 공천을 좌지우지한다는 얘기와 같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와 비슷하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공천"이란 논란을 살 수 있는 진박 마케팅을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기도 했다.

"선거 전략 따로 없다, 상향식 공천으로 큰 컨벤션 효과 얻을 것"

▲ 김무성 "'진박' 논란은 그만큼 정치 수준 낮다는 얘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해결을 위한 4대 분야 개혁, 상향식 공천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정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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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김 대표는 '진박 마케팅'과 관계 없이 상향식 공천을 두고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그는 "(진박 마케팅이 거센) 대구도 예외 없이 민주적 절차에 의한 상향식 공천으로 후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경선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선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선거에 대한 지역주민의 관심을 높이고 그에 따른 표심을 결정하는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유 전 원내대표의 기조를 응원했던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박 대통령이 원하는 진실한 사람을 자처하는 후보가 모두 출마했다, 이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라고 보나"라는 질문이 다시 나왔다. 김 대표의 설명과 달리,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진박 후보'로 꼽히는 이들이 일제히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현역 의원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것을 꼬집은 얘기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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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지역주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러한 여론과 분위기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라면서도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는 지역주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안 있으면 결판이 나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 지역은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제일 높은 지역이라 그만큼 애정도 크고 그에 대한 요구 수준도 상당히 높다, (진박 마케팅 논란은) 거기에서 오는 문제라 생각한다"라며 "너무 쉽게 의원에 당선된 분들이 그 지역에 충실하지 못했단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선거를 통해 주민들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에게 '상향식 공천'은 모든 총선 관련 쟁점에 대한 유일한 해법이기도 했다. 그는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 "선거 전략은 따로 없다"라면서 사실상 '상향식 공천'을 선거전략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에는 선거 때만 되면 새로운 인물을 영입한다는 미명 하에 당에 충성을 다 바치고 고생했던 동지들을 다 쳐내고 자기 사람을 심는데 (공천이) 악용됐다"라며 "100% 상향식 공천으로 지역주민이 원하는 후보를 공천해 선거에 내보내는 만큼 큰 컨벤션 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상향식 공천에는 기본적으로 영입이 맞지 않는다"라며 "굳이 정치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특정한 지역에 아무런 민주적 절차 없이 공천을 준다는 것은 비민주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김종인·이준석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해 큰 성공을 거뒀던 4년 전과 판이하게 달라진 당의 태도를 지적하는 질문에는 "지난 16일까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986명 중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60%에 달한다"라며 "(새누리당 예비후보 중)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가 58명, 군 장성 출신 5명, 고위경찰직 13명, 법조인이 45명, 기업인이 36명, 교수 등 교육자가 45명, 의사·한의사·약사 등이 16명, 전 국회의원·광역기초단체장이 119명"이라고 답했다. 즉, 굳이 외부에서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각계의 인재들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는 설명이다. 

당에서 전략공천에 가까운 우선·단수추천을 허용한 데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일부 거물급 인사들의 '험지출마'도 권유했던 점을 감안할 때 100% 상향식 공천이라 자신할 정도는 아니지 않느냐는 지적에는 "험지출마는 단 두 분한테만 얘기했다가 한 분만 (수용)했는데 이것만 갖고 상향식 공천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우선추천도 당헌당규를 보면 전략공천과 관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당내 일각에서 상향식 공천에 따른 경선 후유증을 염려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권력이 작동해서 일방적으로 내려꽂는 공천에 대해 저항하고 불응하는, 탈당사태가 많았지만 100% 상향식 공천을 확립했다"라며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선을 관리해서 한 사람이 정해지면 승복하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후유증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식물여당' 비판 전에 분당 반성부터"

한편, 김 대표는 당대표 선출 당시 수평적인 당청관계를 주장했던 것에 비해 공무원연금법·국정교과서 등 각종 현안에 있어 수직적인 당청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추진하는 여러 가지 개혁 입법과 정책에 대해 당에서 적극 뒷받침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즉, 현재 당청관계에 대해 느끼고 있는 문제의식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 점을 들어 새누리당을 '식물여당'이라고 비판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자신이) 잘못해서 당이 분당됐고 이렇게 정치판을 어지럽게 만든 책임부터 먼저 말하는 게 순서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비난했다.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목표하는 의석수를 묻는 질문에는 기존의 180석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앞서 김 대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엄격히 제한한 국회선진화법을 바꾸기 위해서 최소 180석의 의석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이날 "꼭 우리 새누리당 의석이 아니더라도 야당 내에서도 (선진화법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높다"라면서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선이 180석이다, 이 뜻에 동조하는 야당 후보를 포함해 180석을 넘겨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태그:#김무성, #진박 마케팅, #신년 기자회견, #문재인, #인재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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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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