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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왜 저를 이렇게 낳으셨어요."

50대 중반의 K씨는 설날이나 추석처럼 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일 때면 종종 노모에게 농반진반의 투정을 늘어 놓는다. 십수 년도 더 전부터 시작된 그의 투정에 익숙한 식구들은 그가 다음 말을 잇기 전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안다. 바로 '뒤통수' 얘기이다.

그의 뒤통수는 실제로 불균형이 꽤 심한 편이다. "저는 베개에 뒤통수를 대고 천정을 바라보며 잠들 수가 없어요. 오른쪽 뒤통수가 왼쪽에 비해 너무 납작해서, 천장을 보고 누우면 고개가 오른쪽으로 홱 돌아버릴 정도입니다." 반면 증명사진 같은 걸 찍을 때는 머리가 매번 왼쪽으로 기우는 까닭에 사진사로부터 "오른쪽으로 머리를 좀 기울이라"는 얘기를 듣곤 한다.

뒤통수 모양이 좌우대칭과는 거리가 먼 그의 두상은 기형일까? 이목구비와 마찬가지로 두개골의 좌우 또한 완벽하게 대칭인 사람은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대부분 좌우대칭이 아닐 뿐더러 머리의 좌반구 부분이 좀 큰 경우가 흔하다. 흥미로운 점은 머리 좌반구는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가마가 자리잡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는 사실이다. 정수리 근처에 위치한 나선형 머릿결 모양의 가마는 오른쪽보다 왼쪽에 아주 약간이라도 치우쳐 자리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오른손잡이의 경우 가마가 머리 중심보다 살짝이라도 왼쪽에 자리할 확률이 70% 정도이다. 우리나라 사람 중 '진성' 오른손잡이가 90%라고 가정하면, 이들 가운데 70%, 즉 전체 인구 가운데 아무리 낮춰 잡아도 63%(90%x70%)는 가마가 왼쪽 부분에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진성 오른손잡이란 자연스런 주 손은 왼손임에도 부모 등의 권유로 오른손을 주 손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제외한 순수한 오른손잡이를 말한다.

반면 왼손잡이인 사람들은 오른손잡이보다 확률은 약간 떨어지지만, 가마가 우반구 쪽에 조금이라도 치우쳐 있을 확률이 60%로 절반을 넘는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마가 위치한 부분의 머리 절반이 나머지 절반보다 사이즈가 클 확률이 높다는 조사도 있다.

적잖은 과학자들이 가마의 위치와 오른손잡이 혹은 왼손잡이 등과의 연계성을 연구해 온 것은 사실 단순한 흥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뇌신경의 발달이나 개개인의 성향이 가마나 주 손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두뇌는 대체로 대칭 형태를 하고 있지만, 좌반구와 우반구의 기능은 사뭇 차이가 있다. 예컨대 논리, 언어 처리는 좌반구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예술, 공간 감각은 우반구의 기능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해서 논리, 언어, 예술, 공간 감각 등의 정보를 어느 한쪽 뇌에서만 전적으로 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양쪽 두뇌가 일종의 협업을 한다.

좌반구와 우반구는 역할만 분화된 게 아니라, 신경발달 시기 등도 차이가 있다. 지나친 비약은 금물이지만 왼손잡이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재능이나 성향이 다를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사람의 경우 신경과 그 작동체계가 복잡해서 똑 부러진 답을 얻기가 쉽지 않지만, 동물들의 경우 가마에 난 털의 방향이 '성격'과도 꽤 밀접한 관계를 가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 예로 호주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오른발 잡이인 개의 가슴 털이 시계방향으로 났을 경우 왼발 잡이이면서 가슴 털이 반시계방향으로 난 개보다 훌륭한 맹도견이 될 확률이 2배쯤 높다는 것이다. 이밖에 사람의 가마 나선형 방향처럼 말이나 소에서도 털의 나선 방향에 따라 성격이 보다 과감하거나 혹은 소심한 등의 특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머리 모양이 외형상 어떤 한쪽이 크다고 해서 해당 부분의 두뇌가 더 발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 두뇌가 왼쪽보다 크면 예술이나 체육 등에 소질이 있고, 반대로 왼쪽 두뇌가 더 크면 논리적이고 사고력이 뛰어나다는 식으로 규정지을 수 없다. 하지만 두뇌용량과 지능지수의 관계처럼, 서로 무관하다고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머리의 비대칭 양상, 가마의 위치,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 등이 묘하게 얽혀 있는 탓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 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 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 주간지 입니다.



태그:#가마, #머리, #손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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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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