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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은 경제개혁 진행 중 언제든 시한폭탄처럼 폭발할 수 있다. 미션사업의 축소 혹은 생필품 가격 폭등이라도 일어난다면 제2의 카라카소와 같은 빈곤층 봉기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불만을 어떻게 처리하고, 설득할지가 경제개혁의 관건이 될 것이다.
▲ 수도 카라카스 외곽에 자리잡은 빈곤층 주거지역 베네수엘라의 빈곤층은 경제개혁 진행 중 언제든 시한폭탄처럼 폭발할 수 있다. 미션사업의 축소 혹은 생필품 가격 폭등이라도 일어난다면 제2의 카라카소와 같은 빈곤층 봉기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불만을 어떻게 처리하고, 설득할지가 경제개혁의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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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야권인 민주연합원탁회의(MUD)가 원주민 할당의석 3석의 지지를 포함, 총 112석을 차지해 현 집권 통합사회당(PSUV)과의 대결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승리했다. 총 167석 중 여당인 통합사회당은 단 55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투표율은 지난 2010년 치러진 총선보다 11.6% 상승한 74.17%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에서 '현 집권 여당의 무능과 불통을 심판하겠다'는 여론이 일면서 차베스 집권 이후 치러진 총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단순과반인 84석을 넘어 전체 의석의 2/3를 차지한 야권은 제헌의회 소집, 대통령 재신임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학생시위로 수감 중인 레오폴도 로페즈(Leopoldo López, 민중의지당- Voluntad Popular-대표)를 비롯한 여타 정치범들의 사면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총선 뒤 방송에 출연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의 사면법 제정을 거부하겠다고 밝혀 향후 정국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 단기간 회복 어려워

베네수엘라에 정치 안정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경제다. 야권지지 세력들은 총선 압승에 도취해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런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4%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200%에 육박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 공식 환율과 암환율의 차이가 확대되면서 암시장을 통한 차익거래(arbitrage) 확대 및 공식시장 축소(예를 들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 국경 간 밀매 활성화 및 그에 따른 자국 내 생필품 부족), 보유 외환 고갈 등 올해 받아든 경제성적표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이런 악조건들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민간경제연구소 다따날리시스(Datánalisis)의 대표 및 이코노미스트 루이스 비센테 레온(Luis Vicente León)은 총선 이후 2016년 베네수엘라 경제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내년이 되면 우리는 올해의 경기상황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라는 그의 전망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단기간 내 회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지난 12월 6일, 베네수엘라 총선결과 야권은 112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절대다수를 점하게 됐다. 야권의 총선승리에 고무되어 언론들은 앞다투어 수많은 기대와 희망, 장미빛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총선 승리와 장미빛 전망은 얼마가지 않을 것 지난 12월 6일, 베네수엘라 총선결과 야권은 112석을 차지하면서 원내 절대다수를 점하게 됐다. 야권의 총선승리에 고무되어 언론들은 앞다투어 수많은 기대와 희망, 장미빛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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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야권을 지지한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최상의 경제회복 시나리오는 대외신뢰 회복에 따른 해외투자 유치다. 그러나 해외투자 유치 시나리오는 '베네수엘라 내 정치구도' 변수 하나로만 풀리기 어려운 공식이다. 과거 베네수엘라와 한배를 탔으나 현재는 베네수엘라보다 일찍 개혁 및 개방의 물꼬를 트는 나라들이 존재한다. 먼저 쿠바의 경우 작년 미-쿠바 국교정상화 선언 발표 이후 쿠바 내 미 대사관 개설, 외국인 투자법 개정 등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차베스 시절 강력한 밀월관계를 구축한 이란도 지난 7월 핵협상 타결 이후 본격적인 시장개방의 기대감을 높이는 중이다. 이런 개혁·개방의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쿠바 및 이란 두 나라 모두 본격적인 투자 유치에는 애를 먹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정치적 위험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투자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물며 이번 총선 결과로 '여소 야대'의 대치 정국이 만들어진 베네수엘라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쿠바와 미국 간 정상회동이 이루어지고 주미 쿠바 대사가 부임하는 것과는 달리 베네수엘라는 연초에 미국으로부터 전·현직 고위관리 제재 및 추가 제재를 받은 상황이다.

인구가 8000만에 달하는 이란은 규모 면에서 중동 2위의 거대 내수시장으로 평가받는 데 반해 베네수엘라의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더 적은 약 3000만 명 수준이다. 그나마 베네수엘라를 떠난 도피 자본의 귀환을 기대해볼 수 있는데(KOTRA 보고서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외화 도피 금액은 베네수엘라의 3년 치 수출액에 해당하는 3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역시 정치적 위험성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써 유력한 미 연방 준비제도(Fed)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베네수엘라의 해외투자 유치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야당 총선 승리에도 경제 위기 이어질 전망

단위: US$ 배럴당
출처: Ministrio del Poder Popular de Petroleo y Mineria(베네수엘라 광산·석유부)
▲ 최근 2년간 베네수엘라 유가 변동(2014-2015) 단위: US$ 배럴당 출처: Ministrio del Poder Popular de Petroleo y Mineria(베네수엘라 광산·석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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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베네수엘라가 비빌 수 있는 유일한 언덕은 석유다. 제아무리 야권이 개혁적인 경제 법안들을 내놓더라도 유가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경제회복은 어렵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해 배럴당 60달러를 기준으로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에 유가가 30달러 대에 진입한 현재 심각한 재정적자에 처해있다(베네수엘라가 균형예산을 달성하기 위한 유가 마지노선은 배럴당 117.50달러이고 현재 베네수엘라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24.40%에 달한다).

적자를 메울 요량으로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 및 화폐가치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 투자은행 및 연구기관들은 단기간 내에 국제유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비빌 언덕은 고사하고 내년에도 저유가라는 진창에서 헤맬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집권 이후 악화된 대미 관계 개선을 모색할 야당에 최대 경제파트너로 성장한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베네수엘라가 중국에 진 채무는 총 500억 달러에 이른다. 500억 달러에 이르는 차관을 갚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디폴트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채무상환 시기마다 베네수엘라를 위기에서 구해준 중국에 등을 보이며 미국을 무작정 따라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야당의 의도대로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 노선에서 이탈해 자유시장 경제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지난 정권 중국과 맺은 채무 및 경제협력을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이상 야권의 경제개혁 정책들이 탄력을 받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예상되는 경제적 어려움이 많다. 현재 정부가 통제하는 공식 환율을 포기할 경우 공정가격(PJ, Precio Justo)이라는 명목으로 저가에 구입할 수 있던 생필품의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베네수엘라 경제는 원유수익으로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하는 산업구조다. 볼리바르-베네수엘라 통화단위-를 인위적으로 고평가해 기초생필품 수입 시 적용하는 'CENCOEX' 환율을 포기할 경우 생필품 가격 폭등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현재 베네수엘라 공식환율은 'CENCOEX', 'SICAD', 'SIMADI' 총 3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또 차베스 정부로 들어와서 실시된 의료·교육·복지 각 분야의 미션사업(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중단될 경우 대중의 불만으로 폭동이 일어날 위험도 있다.

결국 지난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 경제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을 전망하며 루이스 비센테 레온 다따날리시스 대표가 내놓은 트위터 코멘트 일부는 다가올 경제적 고통의 깊이와 폭을 짐작하게 한다.

※ 현재의 경제위기로부터 당신이 무사히 안전하게 탈출할 방법은 없다. 다만 위험성을 줄이거나 몇 가지 요령을 시도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1. 경제위기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가계 예산을 꼼꼼하고 보수적으로 관리하라. 더불어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2. 구매습관을 조정하면서 더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라. 수치스럽게 여기거나 어려워할 일이 아니다.
3. 계좌에 볼리바르를 놀게 두지 마라. 인플레이션으로 볼리바르의 가치가 바닥을 치는 상태에서 시중금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4. 지출에 부담을 주거나 외화로 거래되는 상품을 소비하지 말라. 이 원칙을 유지한다면 소득증대나 비용절감을 달성할 수 있다.
5. 추가소득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자영업, 추가근무, 실업 상태인 배우자의 노동시장 진입 등.
6. 자산을 가만히 두지 마라. 사용하지 않는 모든 자산은 임대하거나 매각하라.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베네수엘라, #경제위기, #차베스, #볼리바리안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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