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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와 덕이는 덕이의 첫 직장 근처인 온양온천으로 서울에서 이사를 했다. 일단은 우리 둘만 왔다. 다행히 나는 온양온천으로 이사를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거리상은 멀어도 고속도로를 이용함으로 되려 출퇴근시간이 40분씩 줄었다. 그러니 이사하는 것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특히 온천이 그중에 으뜸이다. 덕이도 주말이면 온천과 봉사를 즐기면서 연수기간 3개월이 지났다. 그 후로는 본격적으로 교대근무에 들어갔다.

처음엔 3교대 즉 8시간씩 근무라고 하였으나 12시간씩 2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밤근무를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덕이의 얼굴색이 완전 노랗고 입술엔 핏기가 없었다. 어려서 생사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약하고 아팠던 덕이가 건강해진 지 겨우 8년 정도이다 보니 직장 생활도 좋지만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다. 그러던 일요일 저녁시간에 덕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모 : "덕아 지금 직장에서 일하는 것과 생활하는 것 어떠니?"
덕 : "괜찮아."
고모 : "괜찮아?"
덕 : "응...  조금 힘들지만..."
고모 : "야간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너의 얼굴을 보면 걱정이 된단다. 얼굴이 노랗고 기운없어 보이거든~ 조금 힘이 들 정도니?"
덕 : "응."
고모 : "얼마나?"
덕 : "이 정도는 괜찮아."
고모 : "몸이 더 힘드니 아니면 마음이 더 힘드니?"
덕 : (큰 눈만 껌뻑껌뻑하며 아무런 대답이 없다)

이렇게 내가 묻는 이유는 덕이는 태권도 관장님이 되고 싶은 마음을 아직도 지니고 있다. 온양온천으로 내려왔고 토요일 야간근무를 마친 일요일 오전이라도 한 달에 2회 이상은 서울로 향하는데 전에 다니던 태권도에 다녀오곤 하였다. 주말엔 태권도 운영을 쉬지만 태권도 도장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계신 관장님이라도 뵙고 왔다. 그 정도로 태권도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덕이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지금 직장은 사람간의 대화는 거의 못하고 쇠붙이 소리들만 들리는 곳이었으니.

덕이가 직장생활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적, 정서적 건강을 모른척 할 일은 아니었다. 직장생활도 본인이 생각하는 즐거움과 더 나아가 삶에 의미와 보람이 어느정도 맞으면 좋을 것이기에 나의 궁금증에 내가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모른척 덮고 지나갈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물어보았다. 

고모 : "덕이는 태권도를 하고 싶어?"
덕 : (여전히 대답을 안 한다.)

순간 나의 머리에 스치듯 떠오른 '잠깐 덕이가 지금 직장생활이 힘든 이유가 일이 아닌 혹시 대인관계일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자 가슴이 철렁하면서 두근거렸다. '내가 지금 괜히 묻고 있는 갈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앞선 걱정부터 올라왔다. '혹시 내가 물었을 때 사람관계 때문이라고 말하면 그땐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그래서 내가 진정될 때까지 일단은 말을 돌려 보았다.

고모 : "덕아 치킨 주문해 줄까?"
덕 : "응."
고모 : "콜라도?"
덕 : "응."

치킨을 주문하고 배달될 때까지 또 침묵.

고모 : "혹시 일해서 힘든 것 보다 직장에 사람들 때문에 힘들거나 피곤한 일이 있니?"
덕 : "아니."

조마조마 했던 나의 심정이 "휴~"하면서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고모 : "그러면 태권도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지 않아서 마음이 즐겁지 않은 거니?"
덕 : "괜찮아 어쩔 수 없잖아~"
고모 : "어쩔 수 없다구?"
덕 : "나도 알어 내가 태권도 관장님 할 수 없다는 것."
고모 : "덕이가 하고 싶은 것을 지금 선택할 수 없는 점이 나도 마음이 아프지만 우리 덕이가 현실에 맞게 인정하는 모습이 참 어른 된 것 같아 고모가 마음이 든든하다."

편안하지 않던 덕이의 표정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고모 : "지금 직장에서 직장선배님들과는 지낼 만하니?"
덕 : (~~ 생각중~~)

덕이가 화를 내거나 불평하고 힘들다고 투정이라도 나에게 부리면 내 속이 차라리 편할 텐데 덕이는 그런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다. 늘~ 조용한 침묵으로 그리고 큰 눈으로 말을 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 곁에 함께 있어줄 수 있을 뿐.

그리고 덕이의 화내지 않고 투덜거리지 않는 그런 훌륭한 정서적 태도 덕분에 나는 끊임없이 깊은 묵상을 하면서 상대의 입장을 계속 연구하게 된다.


태그:#20대 청년, #취직, #첫 직장, #훌륭함, #직장동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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