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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기술이전 무산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 기술이전 무산 관련, 집중포화 맞은 김관진 실장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정책결정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를 받는 자리에서 기술이전 무산과 관련해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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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차세대전투기사업과 관련하여 미국 당국이 레이더 관련 4대 기술에 대한 이전을 거부했다는 방침이 밝혀지면서 많은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자체 연구개발로 국산화 가능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국내 업체가 해당 기술들을 이미 국산화했다는 설을 제기했지만, 기초적인 몇몇 시제품을 만드는 것과 상용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점에서 그 근거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다른 한편 쟁점인 레이더관련기술만 따로 유럽 등에서 도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처음부터 시스템과 개별부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개발해야 하는 전투기 같은 복잡한 시스템에서 개별부품을 마치 "레고블럭"같이 조립할수 있다는 가당치않은 논리이다. 

또한 F-35 구매계약을 맺은 해외사례를 보면, 이미 F-35 공동개발비로 1억 5천만 달러(약 1650억 원)를 지불하기까지 한 캐나다정부조차 총선 직후인 지난주 F-35 구매계획 백지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특히 트뤼도 신임 총리는 총선직전인 지난 9월 공약발표에서 F-35가 터무니없이 비싸고 캐나다 영공방어에 스텔스 기능이 불필요하다며 전투기 조달 계획을 저렴한 기종으로 변경, 그 예산절감분을 해군전력보강과 군인복지에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지난 10월 24일 미국 상원 국방위원회 존 매케인 위원장마저 천문학적 예산초과와 개발일정 지연을 문제 삼으며 수년간 일관되게 천명해 온 F-35기 구매계약 축소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 보수성향 주간지인 <워싱턴 이그재미너(Washington Examiner)>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 정부는 비용을 고려한 것이고, 나는 이에 대해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며 4천 억 달러(약 460조 원)가 소요될 미 공군의 약 2,500대의 F-35기 구매계약에 대해서는 "우린 한마디로 그만큼을 지불할 돈이 없다. 산수를 해봐라(Do the math)!"고 선을 그었다.

비록 F-35 전투기사업이 미국 40개 주에 걸쳐있는 록히드 마틴의 생산시설로 인해 지역구를 챙기려는 상당수 미 의회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으나, 미 공군이 애초 F-35로 대체하려던 근접전 지원기(CAS)인 A-10의 퇴역을 막고 F-35의 생산계획을 감축시키겠다는 매케인과 그에 동조하는 의원들의 태도는 강경하다.

그렇다면 캐나다의 구매계약 백지화, 미국의 생산계획 축소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만 유독 주요기술의 이전 거부를 감수하면서까지 F-35 구매계약을 지속해야할 이유가 있을까?

F-35 스텔스 만능론, 과거 F-105 레이더 만능론의 재판

국회 국방위원장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국가차원에서 객관적으로 이 사업을 볼 수 있는 경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KF-X 사업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정 의원은 또 "KF-X사업의 체계 개발과 핵심기술 개발을 분리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건의하며 청와대 안보실장과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 정두언, KF-X 사업 전면 재검토 건의 국회 국방위원장인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국가차원에서 객관적으로 이 사업을 볼 수 있는 경험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KF-X 사업추진 위원회'를 만들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한 정 의원은 또 "KF-X사업의 체계 개발과 핵심기술 개발을 분리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건의하며 청와대 안보실장과 공개 토론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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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공군은 F-15 사일런트이글(SE)를 도입하려 했으나 2년 전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갑자기 이른바 "스텔스" 기능을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해 F-35 구매로 바꿨다. 스텔스기를 통해 적국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으면서 적국영공 깊숙이 침투하여 주요목표를 타격하고, 더 이상 적기와 근접전을 할 필요없이 원거리에서 레이더와 유도미사일로 선제공격한다는 논리는 전쟁영화처럼 드라마틱하다. 그러나 F-35의 이런 첨단기능들은 실전에서 검증된 바 없고, 캐나다 사례처럼 한반도 영공 방어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인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미 공군 전투기 기술사 관련 적지 않은 문헌과 통계는 특정기술에 대한 맹신이 얼마나 처참한 실패로 끝났는지 지적하고 있는데, 지난 1950~1960년대 개발된 F-105 썬더치프 (Thunderchief)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미 국방부는 "소형 핵폭탄과 레이더를 탑재한 F-105기로 적기를 원거리에서 미사일로 제압하며 적진 깊숙이 침투해 주요목표를 타격하는 기술이 대세이고, 근접전에 기반한 전투기시대는 끝났다"고 판단, F-105 전폭기 대량생산을 추진했다.

또한 수많은 개량과정에서 이른바 레이더호밍경보(RHAW) 즉 적국 지대공 미사일의 유도레이더 추적을 탐지하는 장치까지 추가되었고, 최종 버전에는 레이더 전파방해장치까지 추가되었다. 그러나 개발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 국방부는 애초의 1,500대 조달계획을 취소하고 1964년까지 총 833대로 축소했다.

그나마도 1964년 베트남전에 투입된 이 전폭기는 한국전에 투입되었던 "구닥다리" 아음속(亞音速) 전투기인 미그-17기와 후속기인 미그-21기에 20여 기나 격추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특히 당시 구소련의 신형 미그-21기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던 1964~65년 기간 북베트남이 보유한 전투기라고 해봐야 낡은 미그-17 30여 대가 전부였지만, F-105는 F-4 팬텀기의 호위를 받는 가운데도 여러차례 미그-17기에 격추되었다. 결국 F-105은 베트남전 기간 총생산량의 절반수준인 382대를 잃은 뒤 F-105기의 호위역할을 하던 F-4 팬텀기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F-4 역시 레이더를 통해 적기를 원거리에서 미사일로 공격한다는 개념에 기반한 전투기였고, 미그기들에게 격추되면서 결국 애초 설계에 없던 기관포를 추가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4 역시 백여대 넘게 미그기 및 대공포에 격추되었다. 더욱이 베트남전에 투입된 미그기들은 모두 훈련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베트남 파일럿들이 직접 조종했다는 측면을 보면 이런 결과는 더욱 처참하다.

공교롭게도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F-35 역시 지난해 미 공군이 시행한 가상 접근전에서 "구닥다리" F-16기에 17회 연속 참패하면서 미 당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게 충격을 주었다. 오랜기간 우리 공군의 논의결과와 무관하게 뜬금없이 급부상한 F-35기의 "스텔스 대세론"은, 미군이 1960년대 당시 소련제 미그기들을 압도하는 최첨단 레이더관련 기술들로 무장한 F-105, F-4가 전쟁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맹신한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제트엔진 기술이전으로 사업 우선순위 바꿔야

GE-F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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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국방부의 전투기 관련 국산화 우선 기술대상이 과연 제대로 설정된 것인지부터 재고해봐야 할 것이다. 이는 온전한 의미의 전투기 국산화와 관련기술의 민간산업 파생효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전투기 국산화의 측면만을 볼 때 현재진행형인 T-50 전투기 사례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했거나 생산될 T-50기는 약 200대 가깝고, 이에 더 나아가 정부는 향후 수백대의 T-50기를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T-50기의 심장에 해당하는 제트엔진은 GE의 F-404 엔진으로, 엔진가격자체는 물론 그에 버금가는 엔진부품조달 및 정비를 감안하면 "알맹이 빠진 국산 전투기"라는 맹점을 안고 있다. 제트엔진은 다른 어떤 기술보다 다년간 축적된 연구개발과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 없이는 후발주자가 국산화하기 어렵다. 유감스럽게도 GE는 지난 반세기동안 제트엔진과 발전용 가스터빈 세계시장에서 후발주자나 하위 파트너에게 절대로 핵심기술 이전을 용납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비교사례로 중국의 전투기 국산화 과정을 보자. 수년 전 중국이 스텔스기(젠-20)를 국산화했다는 소식이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중국의 전투기 국산화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는 제트엔진이다. 중국은 지난 1980년부터 전투기 국산화의 핵심사업으로서 제트엔진 개발을 추진한 이후 러시아 전투기 도입계약의 일환으로 기술지원을 받으며 지난 2005년경 중국판 수호이 27/30 전투기인 젠-11기의 쌍발 엔진에 최초로 국산엔진인 WS-10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국산화과정에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기술적 신뢰도가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으나, 국제적으로 후발주자가 제트엔진을 국산화한 사례가 일본의 이시가와지마-하리마(IHI) 정도라는 점을 볼 때 획기적인 사건이다.

둘째로 민간산업으로의 파생효과를 감안해보자. 사실 미국 국방부의 연구개발과 조달사업의 효과는 단순히 전투기 성능개선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 산업체들이 패권을 쥐고 있는 민간부문의 각종 첨단 정보통신기술 (인터넷, Apple의 Siri, Davin Ci 등), 무인항공기 및 무인자동차, 소재기술(초내열합금), 항공기 제트엔진, 로켓추진체, 선박 및 발전용 가스터빈 등은 미국 국방부의 연구개발성과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해당 부문의 기술특성과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후발 국가들의 민간부문의 자체적인 연구개발로는 도저히 따라잡기 어렵다. 때문에 미국 국방부의 연구개발과 조달사업은 미국이 민간 첨단산업부문을 선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미 공군 기술에서 민간산업분야로 확산된 기술 중 최대 수혜자는 항공기 제트엔진과 발전용 가스터빈인데, 국내 제트엔진 및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은 서구 선진국은 물론 후발주자인 일본과도 30년 정도의 기술 격차로 뒤지고 있다. 최근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해 두산중공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약 3천억 원을 투자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개발목표연도인 2020년에 국산화에 성공하더라도 해당 기술은 이미 일본조차 지난 1989년에 개발한 기종(F-class)으로 한참 뒤처진 기술이다.

이 때문에 두산과 산자부의 연구개발로만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공군 전투기 사업과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물론 한 차례의 전투기 구매로 제트엔진기술을 일거에 이전받을 수는 없으나, 선진국과의 격차를 최소로 좁히려는 협상전략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방부의 차세대전투기사업의 우선순위를 스텔스기능처럼 검증되지 않았고, 한반도영공에서의 필요성, 또 현재 쟁점인 레이더기술같이 응용분야가 극히 제한된 특정기술의 이전이 아닌, 국내 다수 민간산업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제트엔진 등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로 방향선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캐나다사례를 참고해 록히드마틴사와의 계약을 백지화하고, 애초 공군의 검토결과를 유지하되 제트엔진 기술이전율을 최우선순위로 조정하여 계약업체를 재선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차세대 전투기사업 계약업체는 동체 기술 및 총괄 역할로 록히드 마틴사이며, 내년초에 결정될 제트엔진 계약업체는 미국 GE, 영국 롤스로이스, 유로제트 등이 후보군으로 이들은 현재까지 제트엔진 기술의 50~60%를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사와의 계약을 취소하고, 동체 및 제트엔진계약을 통합하여 제트엔진기술이전을 최우선 업체선정조건으로 제시할 경우 한국은 보다 유리한 지위를 점할 수 있다.


○ 편집ㅣ이준호 기자



태그:#차세대 전투기사업 전면 재검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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