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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지난 2014년 4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하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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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6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은 형식적으로 양국의 동등한 지위에 기초하여 '논의'하는 형태를 띄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기념식 참가에 대한 대가로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그 날짜를 이례적으로 일찍 합의해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즉, 미국의 불편한 기색에도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대통령은 2013년 5월 첫 한미정상회담 때보다 더 머리를 숙이고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오바마의 '신 안보전략' 관철을 위한 한미정상회담

구체적으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것을 '논의'하게 될까요?

청와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 발전, 북핵 문제 등 대북공조, 동북아 평화·안정·번영을 위한 협력,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 실질협력 증진 등 다양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한미관계가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 화려한 수사를 걷어놓고 보면 한국이 미국의 대북정책을 적극 받아들이는 등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외교·안보의 대계(大計)로 일컬어지는 국가안보전략 2.0을 발표하여 '적'에 대한 다자주의적 개입을 미국의 외교기본전략으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즉, 북한을 압박·굴복시키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그 외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북한 우방국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해설'하기 위해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북한과 관련이 있는 나라들과의 정상회담을 진행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미정상회담도 진행됩니다.

결국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에게 다음 3가지 사항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미정상회담의 관전포인트 3가지는?

첫째, 남북관계 개선을 미국의 통제 안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8월 25일 남북은 43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8.25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8.25합의의 주요 성과 중 하나는 바로 6항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상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를 전면 차단시킨 5.24조치의 해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8.25합의만 순조롭게 이행된다면 이산가족상봉을 비롯하여 남북종교인대회, 남북노동자축구대회 등 수많은 민간교류가 다시 재개되고 남북이 다시 통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6.15민족공동행사 추진 과정에서 있었던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전시성 통일행사 추진' 같은 행동은 앞으로 명분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원하지 않는 한반도 통일 프로세스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을 패퇴시키는 것이 목적이지 남북이 스스로의 힘으로 통일하여 한반도가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을 좋아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간교류의 확대를 비롯하여 남북교류가 전면적으로 활성화되어 남북이 6․15공동선언, 10.4선언(2007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의 방향으로 흘러가지 못하도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을 것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미국은 오바마의 신 안보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해 군비 증강과 무기구매를 요구할 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아시아중시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정적자 때문에 국방비를 크게 늘리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따라서 강한 대북압박을 위해 미국을 대신해 한국과 일본의 국방비를 증액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한 미국은 경기활성화를 위한 무기 수출이 절실합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1위 무기 수입국이며 한국 무기수입의 89%가 미국산입니다. 참고로 미국의 F-35A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미국은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은 경쟁물인 유로파이터 등을 배제시키고 F-35A를 낙찰하기도 하였습니다.

미국이 추가 무기를 판매하려면 미국 방위산업체들의 '호갱'으로 잘 알려진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 가장 빠를 것입니다.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사드를 논의대상에 없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사드를 뛰어넘는 더 많은 미국무기들의 구입에 대한 사실상의 '합의'를 요구할 것이 분명합니다.

만약 미국의 의도 관철에 남북관계 개선이 악영향을 미친다면 미국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남북관계 개선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한국이 일본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가지길 원할 것입니다.

9월 19일 일본 아베총리의 안보법안 날치기 통과에 대해 미국은 공식적으로 환영입장을 표했지만 한국 정부는 한국에 자위대를 파견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한일 간에 과거사 청산 등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어도 북한을 공동압박하는 측면에서 일본과의 군사공조를 강화할 것을 한국정부에 강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작년에 체결된 한미일정보공유약정에 이어 기밀성이 높은 군사정보를 공유하며 보다 강한 구속력을 띈 한미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한일 양자 간의 GSOMIA는 2012년 국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인들에게 일본보다 거부감이 적은 미국을 형식적으로 끼어 한미일GSOMIA 형태로 체결을 맺으라는 압박을 넣을 것입니다.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의 압박에 자유로울 수 없는 박근혜대통령이 얼마나 미국에게 더 퍼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만의 이산가족의 아픔을 뒤로 하고 미국이 이산가족상봉을 중지하라고 하면 결국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신세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요?

바로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공조를 반대하고, 남북이 손잡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당면하여 한미일GSOMIA 체결을 반대하고 평화와는 거리가 먼 미국무기수입 등을 반대해야 합니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역시 무턱대고 가입할 이유도 없습니다.

동시에 남북이 어렵게 합의한 8.25합의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8.25합의 내용에도 있었던 것처럼 민간교류를 보다 적극화하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분명히 한미일공조의 명분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민권연대 기관지 <본> 10월호에도 기고할 계획입니다.



태그:#한미정상회담, #한미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박근혜, #오바마, #한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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