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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아래 코트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1년 '그린오피스 사무환경 조성ㆍ운영 계획'과 'Paperless(페이퍼리스) 사무환경 조성 확대 계획'을 잇달아 세웠다. 종이 없이 디지털 방식으로 회의하고 보고하는 사무환경을 만들어 업무혁신을 이루겠다는 의도였다.

코트라는 이 계획에 따라 지난 2011년 10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8차례에 걸쳐 총 492대의 태블릿PC를 직원들(이사회, 부서장 등 포함)에게 지급했고, 그에 따른 통신비도 지원했다. 2013년 당시 코트라 직원수가 674명인 점을 헤아리면 태블릿PC 보급률은 약 73%에 이른다. 직원들에게 지급된 태블릿PC 종류는 삼성전자에서 만든 갤럭시탭2(20대)와 갤럭시탭10.1(456대), 갤럭시노트10.1(16대)이었다.

코트라는 이를 통한 비용 절감효과가 2012년 9100만 원으로 50%, 2013년 이후에는 1억6380만 원으로 90%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태블릿PC로 디지털 회의와 보고를 진행했을 때 종이 출력 등이 크게 줄어들어 1억 원대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백재현(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코트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2013년 태블릿PC 디지털 업무보고시스템 사용통계)에 따르면, 태블릿PC의 부서별 연간 사용횟수는 평균 86회, 1인당 평균 사용횟수는 약 5.8회에 그쳤다. 이렇게 '거의 무용지물'이었던 태블릿PC 지급에 들어간 비용은 총 5억9125만여 원(통신비 지원 포함)이었다.

부서별 1인당 평균 사용횟수를 보면, 그나마 정보전략실과 기획조정실, 감사실이 각각 22.92회와 20.18회, 12.63회로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비상계획실(4.5회), 기업역량강화실(3.82회), 글로벌연수원(2.25회), 투자유치실(2.2회), 시장조사실(2회), IT사업단(1.69회), 인재경영실(1.67회), 산업자원협력실(1.25회), 중소기업글로벌지원센터(1.19회), 해외투자지원단(1회), 전시컨벤션실(0.89회), 외국기업고충처리단(0.87회), 지식서비스사업단(0.63회), 투자종합상담실(0.4회) 등은 1인당 평균 사용횟수(5.8회)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연간 1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던 비용절감 효과도 실제로는 약 1300만 원에 불과했다.

백재현 의원은 "이러한 결과는 코트라가 그린오피스 조성계획 수립 전 시범운영팀 참가 신청을 받았을 때 임직원의 다수가 데스크톱 PC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와 시범운영계획이 무산되었을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그린오피스 사무환경 구축을 통한 업무혁신이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태블릿PC 기기 비용과 통신비로 6억 원에 달하는 예산만 비효율적으로 집행하게 됐다"라고 지적했다.

백 의원은 "코트라는 한해 3600억 원의 국가예산이 지원되는 공공기관이고, 1인당 평균 보수액이 작년 결산 기준 7500만 원에 육박하는 꿈의 직장이다"라며 "이런 기관일수록 효율성과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해 운영계획을 짤 필요가 있는데 1대당 비용이 120만 원에 이르는 태블릿PC를 전 직원에게 보급하면서 그 도입의 필요성이나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추진한 것은 공공기관 혈세낭비의 대표적 사례다"라고 비판했다.


태그:#백재현, #코트라, #태블릿PC, #갤럭시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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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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